1946년 5월 5일,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의 인격과 행복을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어 자라나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하지만 60여년이 지난 오늘(20일), 여성가족부(여성부)는 자신들의 편협한 인식과 아집으로 60여년 전 어른들이 자라나는 이들에게 주었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게임업계 가장 큰 이슈였던 청소년 셧다운제가 20일 자정부터 실시됐다. 앞으로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및 콘솔게임 접속을 하지 못한다. 일부 게임은 과거에 개발된 탓에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시스템 마련이 불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미처 대처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곳도 수두룩하다. 특히 콘솔 쪽이 심한데, 소니는 5일 전인 지난 15일 셧다운제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해 16세 미만 청소년의 PSN 접속 자체를 차단했으며 MS는 셧다운제 규제대상에 포함되지만 개인정보 수집이 되지 않아 아직 방법을 논의 중이다.
업계는 그동안 청소년 셧다운제에 대해 ▲ 청소년 기본권 침해, ▲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결과, ▲ 셧다운제로 인해 초래되는 각종 부정적인 결과 등의 이유를 들며 강하게 반대했다. 법안 시행이 몇 일 남지 않은 시점에도 적용 범위를 놓고 업체에도 많은 혼란을 주기도 했다. 정부는 2012년 1월까지 계도기간을 갖고 모든 업체들이 셧다운제를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부정적 인식에서 초래한 셧다운제, 결국 낙인을 새겼다
청소년 셧다운제를 포함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개정안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총 세 차례 정도 진행되어 왔지만, 업계의 자정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하다고 판단돼 구체적인 논의대상에서는 제외되어 왔다.
하지만 청소년 셧다운제는 지난 2009년,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여야 의원 21명에게 동의를 받아 제출한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최 의원이 내놓은 법률안은 자정부터 다음날 6시까지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것과, 연령을 16세 미만 청소년으로 정하는 등 보다 구체적이었다. 최 의원과 여성부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 업계의 게임 과몰입 방지 대책 자발적 의지 부족 등을 이유로 청소션 셧다운제 도입을 강하게 재추진했다.
사회의 구성원인 성인들이 자라나는 청소년을 옳은 길로 가게 하기 위해 선도하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은 없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식으로 시작된 청소년 셧다운제가 과연 올바른 취지에서 실시되었는지와, 어떤 시선에서 출발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초 개정 법률안을 내놓은 최영희 의원은 셧다운제를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하기 위함'으로 근거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최 의원은 지난 1월 5일, KBS2TV 추적 60분 <살인을 부른 게임중독, 누구의 책임인가?>에서 게임을 마약에 비유하며, "마약과 똑같기 때문에 그걸 못하게 했을 때 자기가 자기를 컨트롤 못하니까 그런 것을 일반 가정의 부모, 어머니에게 맡길 것인가?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문제의 발언을 했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4월 21일 방송된 MBC 100분토론에서는 청소년 셧다운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는데, 셧다운제 찬성 측에서 변론한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게임 때문에 얼굴은 사람인데 뇌는 짐승인 아이들이 놀고 또 죽어가고 있다'며 게임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말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하게 하고, 청소년에 대한 수면권 보장을 위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발언을 해서는 안된다. 업계와 정부부처의 혼란을 주면서까지 다소 강경하게 입장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아직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담배연기 자욱하던 오락실을 생각하면서 게임을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자신들의 자녀들은 본인들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얼마든지 옳은 방향으로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을 해오다 보니 여러가지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꼭 이래야만 했는가. 그렇게 소통을 내세웠던 정부기관이 게임업계와 소통 한 번 제대로 하지 않고 '게임업계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의식을 내세우는 이런 자세는 옳지않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업계, 스스로 결과 초래했다.
최 의원의 청소년 셧다운제는 네 차례의 시도 끝에 시행된 법안이다. 기간만 해도 무려 6년이다. 그간 시민단체, 여야의원은 게임을 과도하게 즐기는 것을 우려해 셧다운제와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게임업계는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과거 통금제도와 같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며 반발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는 셧다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차후 핵심사업으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청소년 셧다운제를 실시하는 쪽을 설득했다. 각종 연합단체 역시 매번 청소년 셧다운제 법안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해 왔다.
셧다운제 시행에 대한 정부의 세 번의 압박과 개선 요구에 게임업계는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2004년 최초 발언 이후 2009년까지 5년의 시간 동안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확실한 노력은 엿보이지 않았다.
2009년 최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고 나서야 NHN과 CJ인터넷, 네오위즈게임즈, 엠게임 등은 그린게임 캠페인을 벌여 자정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년에 문화부도 과몰입 예방에 대한 대책을 게임 내 피로도시스템, 청소년을 심야시간에 접속할 수 없게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정했지만 모든 게임에 통용될 수 없어 셧다운제를 무마시키기에는 불가능했다.
지난 4월,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은 기존 청소년 셧다운제의 연령기준인 만 16세 미만이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으며, 2008-2009년 통계에서 만 16세 이상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이 심각하다며 국회의원 30여 명의 동의를 받아 셧다운제 연령을 만 19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하는 수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돼 다향히 제한 연령이 상향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게임업계는 만 16세 미만 연령제한을 게임에 도입하기 위한 시스템 수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령 제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업체도 일부 있으나, 계도기간인 내년 2윌까지는 모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이건 간에 법안은 이미 시행됐고,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시간은 제한된다. 지금까지 청소년 셧다운제에 대한 잘못된 점을 우려하며 헌법소원 등을 준비해왔지만, 이제는 '어떻게 하면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해야할 때다.
또한, 게임업계가 그동안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를 갖춘 콘텐츠 발전만을 위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게임 과몰입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있음에도 자사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공헌 활동만은 하지 않았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법 없이도 잘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 동안 게임업계는 청소년 셧다운제라는 직접적인 규제없이 잘 지내왔지만, 이제는 그릇된 시선을 통해 마련된 규제가 게임업계의 발목을 죄게 됐다.
하지만 청소년 셧다운제가 시행되더라도 업계가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하며 발전을 거듭한다면 위와 같은 말이 더 돋보이지 않을까. 제도에 따른 부작용도 생길 수있지만,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점을 강조할 수록 외부의 시선에서는 오히려 청소년 셧다운제에 대한 필요성을 더욱 강력하게 느낄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업계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부분은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는 자세와 함께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업계의 질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컬럼 서문을 통해 언급한,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었던 꿈과 희망을 앗아갔던 일이 되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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