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오늘(30일), '인터넷 공간의 청소년 보호와 자율규제'라는 이름의 세미나를 열고 관련된 내용들을 소개했다.
이중 홍익대 법과대학 황창근 교수는 '개정 청소년 보호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의 쟁점 및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를 놓고 발제했는데,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청소년 셧다운제'에 관련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5월 19일 청소년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되어 6개월이 지난 11월 20일부터 시행됐다. 본 법안이 시행되면서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 및 콘솔게임 등을 즐길 수 없다.
황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방지할 입법 필요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청소년 셧다운제'가 과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적합한지, 최소 침해원칙을 준수하고 있는지, 또한 기타 실효성이 인정되고 있는지 등 여러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청소년 셧다운제'에 대한 위 내용들에 따라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정책의 목적 및 실효성 측면으로는 제도 실행의 전제조건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게임이 음악이나 영화, 독서, 운동 등에 비해 과도하게 반사회적이고 유해한 것인지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황 교수는 '청소년 셧다운제'가 오해 내지 과장을 전제로 구성되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 '청소년 셧다운제'실시 이후 우려했던 개인정보 도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본 법안은 개인정보의 신뢰성을 전제로 하는 제도지만 청소년이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부모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사용할 경우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것.
황 교수는 "2010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만 9세부터 14세까지 청소년이 22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 인터넷 이용율이 4.5%에 불과하다. 과연 '청소년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있는 대책인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청소년 셧다운제'가 가정 단위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미성숙 청소년은 가정이라는 터울 안에서 보호 및 양육받게 되며 주된 책임의 주체는 부모에게 있다. 따라서 방과 후 심야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을 양육하고 교육할 권리는 학부모에게 있는데, 국가가 이를 간섭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고 밝혔다.
이어 황 교수는 "청소년은 여가이용 등 행복추구권과 자기 행동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청소년 셧다운제'는 가정생활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조치다"라며, "강제적인 방법으로 자율적인 활동을 침해하면 어릴 적 정부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교육적인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청소년 셧다운제'가 게임과몰입이라는 유해결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당사자에게 전가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게임을 오래하면 게임 과몰입이 될 수 있지만 그 원인과 책임을 업계에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청소년 셧다운제'가 게임사업자를 처벌하는 방식을 구성해 그 책임을 모두 게임사업자만 부담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며, "게임과몰입은 청소년 본인의 문제이자 가정, 학교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며 어느 한 쪽에만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이를 "음주운전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 대하여 운전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를 자동차 제조사에게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셧다운제'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온라인게임, 콘솔게임에만 적용되는 이유, 일률적으로 심야시간대로 제한하는 점은 방법의 적합성과 최소침해원칙을 위배한 '과잉금지원칙'이라고 말했다.
또한 셧다운제를 위반해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것은 기본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단계적으로 경고나 시정명령을 먼저 하고 그에 불응하면 경제적 이익 유무에 따라 과태료나 과징금 등의 수단을 선택하고 최후에 형벌을 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황 교수는 "심야시간에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범죄에 상응할 만한 내용의 위법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청소년 셧다운제'에 따른 행정형벌의 부과체계는 헌법상 목적에 적합한 수단과 방법을 취하고 최소한 침해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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