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운영체제 진입 및 신규 기기 개발을 막은 구글에 우리 정부가 207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삼성전자 등 기기제조사에게 안드로이드 변형 OS(포크 OS) 탑재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경쟁 OS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혁신을 저해한 구글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074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누구나 별도 계약없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 이용도 가능한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2008년 9월부터 최근 안드로이드 11까지 매년 1개 이상의 신규 OS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로 부르고 있다.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구글은 출시 3년 만에 스마트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72%로 급속 성장하게 되었다.

문제는 구글이 기기제조사들에게 필수적인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계약과 OS 사전 접근권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파편화금지계약(AFA, Anti-fragmentation Agreement)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강제했다는 것. AFA의 세부 내역을 보면 기기제조사는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대해 포크OS를 탑재할 수 없으며 직접 포크 OS를 개발할 수 없다.

포크OS란 구글의 오픈소스를 변형해 개발한 OS로 AFA계약을 체결한 기기제조사들이 OS를 개발하고자 한다면 사실상 구글의 오픈소스를 활용하지 않는 독자 소스 기반의 OS를 개발해야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의 포크 OS기반 스마트 워치, LG전자의 스마트 포크OS기반 스마트 스피커, 아마존의 포크 OS 탑재 스마트 TV 등 포크OS를 탑재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했던 기기제조사들이 AFA 계약으로 인해 사업이 실패하거나 사실상 기기 자체를 출시하지 못했다.

특히 파편화 금지 의무를 충족하지 않더라도 예외적으로 ‘면제기기’를 출시할 수 있지만 제3자가 개발하는 앱의 접근을 지원하는 배포점(앱마켓, 브라우저)을 설치할 수 없게하거나, 면제기기용 앱 개발을 위한 앱 개발 도구(SDK) 또는 앱 개발 인터페이스(API)를 제3자에게 배포할 수 없게 했으며, 면제기기에서 제3자가 개발한 앱이 작동되지 않게 하는 제약 조건을 걸어놔 사실상 앱을 사용할 수 없는 깡통으로 출시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불리한 조건을 제시했다. 결국 이러한 적극적인 출지 저지 전략으로 구글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약 95~99%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구글은 기기제조사에게 플레이스토어 라이선스 및 OS사전접근권과 연계해 AFA 체결을 강제하는 행위를 할 수 없게 됐으며 시정명령 받은 사실을 기기제조사에게 통지하여 기존 AFA 계약을 시정명령 취지에 맞게 수정하고, 그 내용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

시정명령이 적용되는 국내 사업자는 국내에 본점을 둔 사업자로 기기를 제조, 유통 또는 판매하는 제조사 및 그 계열회사 모두이며 해외 사업자는 국내 공급되는 기기를 제조, 유통 또는 판매하는 사업자 및 그 계열회사다. 스마트폰 및 시계 등 스마트 OS가 탑재되는 모든 기기가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시정조치라고 볼 수 있다.

공정위는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내·외 기업 간 차별 없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 나갈 계획이다” 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 측은 "안드로이드 호환성 프로그램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눈부신 혁신의 원동력이 되었고, 국내 기기제조사 및 앱개발자들의 세계적인 성공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보다 다양한 선택과 더 나은 품질과 이용자 경험으로 이어졌다"며 "오늘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이러한 혜택들을 간과했고 소비자들이 누리는 이익을 저해할 것이다. 또한 이번 결정은 호환성 프로그램이 자국의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외국 국가들에 대해서까지 적용범위를 확장하고 있어, 국제법의 기본 원칙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구글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계획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