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게임'이라고 하면 게이머마다 떠오르는 게임이 각각 다를 것이다. 조작이 어려운 게임, 피지컬을 요구하는 게임, 제한된 시간 안에 클리어해야 하는 게임, 빠른 판단력과 두뇌회전이 필요한 게임 등등.
기자가 2022년 첫 게임으로 정하고 2개월여 플레이한 '워해머 엔드타임즈- 버민타이드'는 정말 어려운 게임이었는데, 앞서 언급된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게임이었다. 4인 협동플레이로 주어진 목적을 완수하는 스테이지 클리어 디자인의 게임으로, 4명이 합을 잘 맞추고 아무도 실수를 해서는 안되는, 그러면서 운도 따라야 하는 '협동'과 '운'을 요구해 난이도를 극한까지 올려버린 게임이었다.
친구가 없으면 시도조차 못하는 게임
'워해머 엔드타임즈- 버민타이드'(이하 버민타이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워해머' 판타지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협동 FPS 게임이다. 제목에 '엔드타임즈'와 '버민타이드'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카오스 세력, 쥐(스케이븐)들에게 멸망을 앞둔 세계에서 도시 하나를 지켜내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스토리 클리어 시 도시는 지켜내지만 결국 세상은 망할 운명이다.
압도적인 수와 화력으로 공격해오는 쥐떼에 맞서 플레이어는 4인 파티로 대적하게 된다. 친구 3명을 모아 4인 플레이를 할 수도 있으며, 사람이 모자랄 때에는 NPC가 동료로 싸워준다.
말로는 1~4인용 플레이라고 하지만 이 게임의 최고 난이도인 '재앙'을 클리어하려면 인간 플레이어 4명이 필수적이다. 재앙 난이도에서는 방패를 든 탱커가 앞을 막아서고 뒤에서 적을 처치하며 늘 벽을 등지고 진행해야 하는데, NPC는 무조건 적을 향해 돌진하므로 클리어가 불가능하다.
유튜브 등에는 혼자 재앙 난이도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로또도 당첨되는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 정도 이야기일 뿐, 4명을 모으고 4명 모두 게임에 적응해 해야할 일을 하며 잘 싸우고, 의사소통도 잘 되어야 재앙 난이도 클리어가 가능해진다.
'가능해진다'고 적은 것은 정말 완벽에 가깝게 숙련이 되어도 버민타이드의 스테이지들에는 개발사 게임스 워크샵이 자랑하는 (악랄한) '다이나믹 스폰 시스템'이 도입되어 적 무리가 갑자기 터져나오고 동료를 잡아가는 팩마스터, 멀리서 날아와 전투불능으로 몰아넣는 암살자, 멀리서 제압사격을 해오는 래틀링 거너 등 특수 쥐들이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플레이하다 암살자 4명이 파티를 1대1로 덮쳐와 순식간에 전멸하거나, 팩마스터 4인팟이 강습해와 어이없게 전멸하고 할말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초강력 대형 적 렛오거와 일반 쥐떼, 거기에 특수쥐가 함께 공격해와 순식간에 전열이 무너지면 개발사의 악랄함에 욕이 절로 나온다.
믿을 것은 오직 내 판단력과 동료 뿐
강적과 상대해야하는 FPS 게임의 경우 좋은 아이템을 얻으면 클리어가 수월해지거나 레벨이 올라 스탯이 오르면 쉬워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버민타이드는 무기 종류와 무기에 붙는 특성 일부를 선택할 수 있을 뿐, 고정된 대미지의 무기로 끝까지 진행해야 하며, 레벨이 존재하지만 레벨이 올라도 바뀌는 게 전혀 없다.
오직 운과 동료만 믿고 쥐군단과 대결해야 하는 것이다.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을 위한 난관은 오직 하나 뿐으로 '재앙 난이도로 모든 스테이지 클리어'를 완료해야 한다. 피해를 입지 않고 특정 스테이지 클리어하기, 보스의 공격을 3번 회피하기 등 특수 조건들이 있지만 재앙 난이도 클리어에 비하면 웃음이 날 정도의 난이도에 불과하다.
처음 이 게임을 친구 3명과 진행했을 때에는 가장 낮은 난이도인 '쉬움'에서 첫 스테이지 공략에 실패했다. 별 생각없이 4명 다 딜러로 나섰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쥐들에게 그야말로 '쥐털렸'는데... 꾸준히 도전하며 손발을 맞춘 결과 '악몽' 난이도는 3명이서도 클리어가 될 정도까지 숙련이 되었다.
그리고 재앙에 도전했지만... 정말 어려웠다. 이건 클리어할 수 없는 난이도라는 생각이 들었고 포기하자는 말을 다른 사람이 먼저 해주길 기대하며 하루하루 트라이했다.
그런데 2주, 3주가 지나며 보니 스테이지가 하나둘 깨지기 시작했다.
늘 벽을 등지고 천장이 막혀있는 곳을 찾고, 방패를 든 동료 뒤에 위치를 잡고, 누군가는 뒤를 늘 체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아 뭔가 느낌이 쌔하다'는 생각에 뒤를 돌아보면 쥐들이 몰려오고 있고, '슬슬 나올 때가 됐다' 싶으면 팩마스터와 암살자가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2개월하고도 하루를 더 도전한 끝에 버민타이드 플래티넘 트로피 획득 및 100% 달성에 성공했다. 버민타이드의 '재앙 난이도로 모든 스테이지 클리어'에 성공한 것은 세계적으로 200여명, 국내에는 기자를 포함해 8명 뿐이다.
클리어하고 나니 달성감이 상당하지만 독자들에게 권하기는 쉽지 않다. 친구들과 잠시 즐기거나, 혹은 함께 빡세게 게임할 각오가 있다면 권하고 싶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했다가는 '내가 게임을 못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져버릴 것 같다.
이 게임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플레이어가 게임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어려운 게임이 맞는 것이다.
혼자 노력하면 되는 게임보다 함께 노력하고 모두가 잘해야 하는 게임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클리어 후 도와달라는 요청을 국내외 게임친구들이나 모르는 유저들에게 많이 받고 있지만 거절하고 있는데, 손발을 2개월여 맞춘 동료들이 아닌 새로운 동료들과 도전한다면 다시 몇달은 도전해야할 것 같아서이다.
2개월여를 함께한 트로피카페 TIGERSH, CHILYAGUN, OZTORA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그 어떤 협동게임도 클리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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