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개최되어 누구나 시청 가능한 넥슨의 국내 최대 규모 지식공유 컨퍼런스 'NDC 22'에서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연출에 대한 노하우가 공개됐다.
'블루 아카이브'를 개발하고 있는 넥슨게임즈 MX스튜디오 소속 이정희 부팀장은 9년 동안 게임업계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2017년 4월부터 넷게임즈(현 넥슨게임즈)의 '오버히트' 설정팀 기획자로 게임을 개발했으며,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팀 부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블루 아카이브'의 일본 출시 사양 기준으로 모든 시나리오 연출 스크립트를 제작했으며, 시나리오 연출에 필요한 기능을 구현과 요청 및 개선, 시나리오용 리소스 발주 및 관리, 캐릭터 시나리오 라이팅 등도 담당했다.
'블루 아카이브'에는 2D 기반의 시나리오 연출이 적용되어 있다. 이러한 연출은 '비주얼 노벨' 등의 장르를 통해 이미 많이 활용된 것으로, 서브컬처 유저들이 느끼기에 친숙 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정희 부팀장은 '블루 아카이브'를 좋아하고 즐기는 대다수의 유저들은 서브컬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애정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블루 아카이브'도 일러스트와 대사 등이 중심이 되는 '비주얼 노벨' 장르 형태의 시나리오 연출을 활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정희 부팀장은 이번 강연에서 2D 시나리오 연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개선을 위한 노력을 '블루 아카이브'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게임의 핵심 시스템 중 하나인 '메모리얼 로비'와 '모모톡' 연출 개선 사례도 소개했다. 사례를 들어 소개하는 만큼 '블루 아카이브'의 메인 시나리오 '대책위원회' 편 1~2장, '에덴 조약' 편 1장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됐다.
많은 텍스트를 보여주기에 용이한 2D 시나리오 연출
2D 시나리오 연출은 많은 양의 텍스트를 보여주기에 용이하다는 점, 개발 비용이 낮다는 점, 연출에 요구되는 사양이 낮다는 점 등 크게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이정희 부팀장은 "비주얼 노벨은 글과 그림으로 스토리를 나열해 가는 장르다. 시나리오 상의 특정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이미지 정보도 중요하지만, 그 상황을 텍스트로 풀어내어 보여주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며 '투하트'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를 예시 작품으로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두 게임 모두 소위 '미연시', 또는 '비주얼 노벨' 장르의 게임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변하는 이미지 정보와 함께 화면 전체에 텍스트를 표시해, 삽화가 있는 소설을 읽는 비주얼 노벨 감성을 구현하고 있다. '블루 아카이브'도 이러한 공식을 따라, 캐릭터들의 일러스트와 텍스트가 한 화면에 함께 표시되며 읽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개발 비용이 낮다는 점이 있다. '투하트' 등 비주얼 노벨 장르는 일반적으로 배경 일러스트와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고 텍스트 등 세 가지 요소 만으로 한 개의 장면이 구성된다. 이렇게 적은 구성 요소만으로도 손쉽게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정희 부팀장은 마지막 장점으로 연출에 요구되는 사양이 낮다는 점을 들었다. 2D 시나리오 연출의 경우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처럼 컷씬 이미지 한 장과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시나리오 연출로 작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비교적 저사양 기기에서도 기획자가 원하는 시나리로 연출을 그대로 유저들이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텍스트가 오히려 '지루함'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한 화면에 표현 가능한 캐릭터가 제한적이며, 시나리오 전용 컷씬 리소스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있다. 더불어 다수의 텍스트가 활용되는 만큼 연출의 '높낮이'가 크지 않아 이를 접한 유저가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정희 부팀장은 "'투하트'를 다시 보시면, 이미 캐릭터 한 명으로도 화면이 꽉 찬 느낌이 들고 있다. 이 정도의 캐릭터 크기를 유지한 상태에서는 두 명 내지는 많아야 세 명 정도가 한계다. 이 화면에서 10명이 넘는 다수의 인원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해서 2D 시나리오 연출에서 다수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의 컷씬을 예로 들었다. 2D 시나리오 연출의 구조상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상황과 1대1로 대응되는 시나리오 전용 컷씬을 제작 및 출력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연계되어, 시나리오 전용 컷씬 리소스의 의존도가 높다는 2D 시나리오 연출의 두 번째 단점이 소개됐다.
2D 시나리오 연출에 사용하는 캐릭터의 일러스트들은 다양한 상황에 사용될 것을 상정해 액션이 크지 않은 스탠딩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표현하기에는 이러한 스탠딩 포즈는 어색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컷씬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컷씬의 개수와 퀄리티에 따라 시나리오 연출의 퀄리티가 결정된다는 점이 단점이다.
마지막 단점은 텍스트의 길이 대비 연출의 '높낮이'가 크지 않아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희 부팀장은 작중 프롤로그에서 실종된 총학생회장이 '선생님'에게 말을 거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해당 장면은 총학생회장이 그려진 시나리오 연출 전용 컷씬 한 장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많은 대사가 이어지는 구조다.
비주얼 노벨 장르의 특성상, 이를 선호하는 유저들은 오히려 많은 양의 텍스트를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장르적 특성으로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를 '지향'하는 '캐릭터 수집형 RPG'다. 타 게임을 즐겼거나 비주얼 노벨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있기에 2D 시나리오 연출에 지루함을 느끼는 유저가 분명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정희 부팀장은 "여기서 발생하는 '지루함'은 많은 텍스트를 보여줘야 하는 2D 시나리오 연출이 갖는 태생적 한계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로, 시나리오 그 자체의 퀄리티와는 별개다"라고 덧붙였다.
연출에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인 3D 게임에서는 다양한 카메라 각도와 캐릭터의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반면 '블루 아카이브'와 같이 비주얼 노벨 형태로 정적인 텍스트, 일러스트가 주로 쓰이는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
이정희 부팀장은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블루 아카이브'에 적용된 개선점 소개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감성을 보여주자는 기조를 잡고, 캐릭터의 표정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이모티콘을 적극 사용해 지루함을 덜어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래퍼런스 중 하나인 일본 애니메이션 '일상'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감성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캐릭터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2D 시나리오 연출인 만큼 캐릭터가 실제로 하는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기는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캐릭터의 표정, 일러스트에 적용되는 흔들림 등의 애니메이션, 귀여운 이모티콘을 적극 사용하는 형태로 연출의 방향성이 설정됐다.
이정희 부팀장은 "앞서 언급된 기조에 맞춰 캐릭터의 대사에 맞춘 애니메이션과 이모티콘 그리고 표정 변화를 활용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2D 시나리오 연출을 역동적으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며 "더불어 연출과 함께 상황에 맞는 배경 음악, 효과음들을 재생해 시나리오의 몰입감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선된 시나리오 연출의 예시로는 '블루 아카이브'의 메인 시나리오인 '대책위원회'편의 한 장면이 소개됐다. 유명한 게임의 인기 OST 'Unwelcome School'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수영복 복면단'으로 위장한 '아비도스'의 학생들과 '히후미'가 은행을 터는 장면이다.
컷씬을 보다 동적으로 보이게 하는 연출 방법들
다음으로는 2D 시나리오 연출에서 사용하는 컷씬과 배경 리소스를 조금 더 다채롭게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소개됐다. 예시로는 '시로코'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도중 '선생님'과 처음 만나게 되는 장면이 활용됐다.
이정희 부팀장은 "처음에는 단순히 이 컷씬을 한 장만 보여주는 형태로 연출을 했다. 하지만 '시로코'의 첫 인상을 각인시키는 컷씬인 만큼 조금 더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며 "하나의 이미지를 여러 장처럼 느껴지도록 지정한 좌표를 확대하거나 축소하고, 현재 화면에서 지정한 좌표를 이동하는 기능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정적이었던 카메라 연출을 보다 동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으며, 하나의 컷씬 혹은 배경을 보여주더라도 조금 더 다채로운 느낌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연출에는 다양한 배경 이펙트도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로나'와의 첫 만남, 그리고 '벚꽃 만발 축제 대소동' 이벤트의 연출이다. 이러한 배경 이펙트를 통해 해당 상황의 몰입감을 높임과 동시에, 이펙트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메모리얼 로비'의 연출
다음으로는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메모리얼 로비' 그리고 '모모톡'의 연출 개선이 소개됐다.
'메모리얼 로비'는 유저인 '선생님'이 다양한 상황에 맞춰 감정을 표현하는 학생들을 수준 높은 비주얼 퀄리티로 그리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의 '유니크 셀링 포인트(Unique Selling Point)'다.
이정희 부팀장은 "'메모리얼 로비'는 다른 게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블루 아카이브'만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이름 그대로 '선생님(유저)'과 학생 간의 기억을 담는 저장소이자,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의 감성을 담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의 정수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얼 로비'를 처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인연 스토리인 만큼, '메모리얼 로비'에 대한 첫 인상을 시나리오 연출 상 어떻게 구현할 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먼저 기존에 사용하던 대사 창을 그대로 사용하면 '메모리얼 로비'의 일부가 가려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물론 메인 로비에서 설정 후 다시 깔끔한 화면에서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처음 접하는 곳이 인연 스토리인 만큼 '첫인상'임을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었다.
더불어 초창기에는 학생의 대사와 별개로, 텍스트가 출력되는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었다. 학생이 대사를 말하기 전 또는 말하는 도중 텍스트가 먼저 보여 지속적으로 '스포일러'를 당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사 창 없이 텍스트만 출력하고 텍스트 사이에 '인터벌'을 넣어 학생 대사(보이스)와 싱크를 맞췄다. 예시로는 게임에서 가장 처음으로 획득할 수 있는 '유우카'의 '메모리얼 로비' 영상이 소개됐다.
'블루 아카이브' 세계관 속 메신저 '모모톡'의 개선
이어 '블루 아카이브' 세계관 속 메신저인 '모모톡'의 개선 사례가 발표됐다. '모모톡'은 학생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게임 내 콘텐츠로, 실제 대화를 나누는 듯한 감성을 유저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개발진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콘텐츠다.
초창기 '모모톡'은 학생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기만 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됐다. '선생님(유저)'이 이에 대해 답장을 할 수는 없는 구조였으며, 어디서부터 신규 메시지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메시지를 받고 확인할 때 2개에서 5개 이상의 메시지가 한 번에 도착하는 형태로 구현돼 마치 스팸 메시지처럼 느껴진다는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과 실제로 '모모톡'을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학생의 메시지가 입력 중인 것처럼 보이는 연출이 추가됐다. 또 학생의 메시지에 '선생님(유저)'이 답장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구현됐다.
CBT 기준 스펙에서는 '인연 스토리'에 입장하는 기능이 '스케쥴' UI 내부에 존재했다. 당시 유저들은 '모모톡'과 '인연 스토리'가 따로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불편해 했고, 이를 개선해 학생과의 '모모톡' 메시지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곧장 '인연 스토리'로 입장할 수 있게 했다.
이정희 부팀장은 "애니메이션의 감성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는 여러 연출을 사용하고, 또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를 통해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는 '블루 아카이브'만의 시나리오 연출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더불어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나리오 연출을 시도하면서, 이 연출들을 유저 분들이 좋아해 주실까 하는 의문이 늘 있었다"며 "하지만 분에 겨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정희 부팀장은 '대책위원회' 편의 대미를 장식한 연출이 크게 호평을 받았다는 것에 감사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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