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코로나' 이후를 맞이하는 국내 게임 업계… 임직원들의 근무 형태 변화 요구에 응답할 수 있을까

등록일 2022년10월17일 10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코로나 19'의 확산, 그리고 비대면 문화의 정착으로 인해 전면 재택근무 체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전통적인 주 5일 사무실 출근 근무 형태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일 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산 전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택근무 활용 비율은 4.5%에 그쳤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 체제를 도입했다.

 

특히 어느 정도 '코로나19'가 풍토병 화 되고 사회적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비교적 최근까지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일주일에 3일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명 '하이브리드' 근무를 진행하며 '펜데믹'에 대응해 왔다.

 

이처럼 비대면 중심의 업무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원격 및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이 일상화 되었고, 원활한 비대면 업무를 위하여 각종 협업 툴과 원격 근무 등도 적극 활용됐다. 이제 업계에서는 '줌(Zoom)' 화상회의나 온라인 쇼케이스가 생소하지 않게 됐다.

 


 

일각에서는 재택근무 시의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직무의 만족과 업무 효율성 증가 등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20년 8월 진행한 재택근무 근로자 만족도 평가에서는 응답자의 91.3%가 '재택근무가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재택근무의 도입 시 일어나는 긍정적 효과를 포함한 재택근무 종합 매뉴얼을 제공하고, 비단 IT 업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도입하여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등 변화하는 업무 환경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이제는 어디서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 보다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과 게임사들을 포함한 IT 업계에는 다양한 근무 형태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게임기업들에서는 '코로나19' 이전으로 근무 형태를 되돌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주요 게임사들은 대부분 주 5일 사무실 정상 출근으로 근무 형태를 전환했다. 업종 특성상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게임포커스는 2022년 창간을 맞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게임 업계를 조명하는 기획들을 마련했다.

 

이 기획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국내 게임사들이 그동안 어떻게 일했는지 업무 형태를 살펴보고 실제 현업 종사자 일부가 느낀 장단점 등의 의견을 전한다. 또한 게임 업계 전반에 걸친 근무 형태 변화의 필요성과 그 방향성에 대해서도 제언하기로 한다.

 



 

재택 근무에 익숙해진 게임 업계 현업 종사자들… "하이브리드 근무가 가장 이상적"
이번 기획을 위해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현업 종사자 일부에게 직접 의견을 물었다. 그동안 경험해 본 전면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의 장단점과 일부 쟁점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봤다. 질문에 답한 이들의 기업 및 직급, 이름 등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먼저 전면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를 모두 경험해 본 프로그래머 A씨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출퇴근 시 소요되는 1~2시간을 아껴 자기계발을 하는 등 개인 시간을 더 누릴 수 있고, 수면을 취하는 시간도 늘어나 컨디션 관리가 수월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반면 전면 재택근무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업무를 진행하는데 있어 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속도 등 일부 측면에서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협업 툴이나 메신저 등을 사용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을 피할 수 없고,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직접 대면으로 협업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다.

 

다만 그러면서도 "이러한 단점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했기 때문에, 전면 재택근무 보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근무가 더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3일 동안 사무실에 출근했을 때는 대면 회의 등을 통해 모자란 커뮤니케이션을 보충하고, 2일 동안은 집에서 출퇴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하게 일해 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전면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를 경험한 게임 기획자 B씨는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직군인 만큼 전면 재택근무는 다소 불편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기획자는 각 부서 및 팀원들의 의견을 모아 종합하고 개진하거나 자신이 기획한 안을 프레젠테이션 하는 등 대면 업무가 핵심이 되는데, 각종 협업 툴을 활용하더라도 이전만큼의 생산성을 내기에는 전면 재택근무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B씨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상대방의 표정, 손짓, 반응 등도 중요한 요소인데, 화상 회의 프로그램으로 회의를 하거나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때는 다소 답답함이 있었다"며 "물론 개인의 컨디션 관리 등 장점도 많기에, 재택근무로 근무 환경이 바뀌게 된다면 생산성 유지를 위해 하이브리드 근무가 이상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일러스트레이터 C씨는 기업의 규모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지원이 없어 재택근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원격 근무를 위한 별도의 망 구축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툴 및 고사양 기기 지원도 미흡해 버그 및 레이턴시가 매우 심한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했다며 전면 재택근무의 만족도가 낮았다고 전했다. 더불어 C의 동료인 일러스트레이터 D씨는 사옥에 있는 컴퓨터와 태블릿을 집으로 옮겨가 일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다고 전했다.

 

일정 규모 이상 기업들은 원활한 재택근무를 위한 각종 협업 툴과 솔루션을 이미 구축해 큰 문제 없이 공백을 최소화 했지만, 그중 일부는 언젠가 이루어질 정상 출근을 염두에 두고 별다른 투자 및 지원을 하지 않아 개발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취재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재택근무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는 전반적으로 실무를 맡고 있는 현업 종사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하이브리드 근무는 일부 불편한 점을 제외하면 출퇴근 부담의 경감 등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다만 게임 업계는 다양한 부서의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 전면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불편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일부 기업은 적극적으로 재택근무 도입 및 지원에 나서지 않아 근로자가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긍정적 평가는 맡은 직무에 따라, 부서마다, 기업의 새로운 근무 형태에 대한 투자 여부에 따라, 기업 및 팀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규모가 클 수록 재택근무의 도입이 많았고, 비대면 회의 및 온라인 협업 도구 사용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재택근무에 대한 높은 만족도에 비해, 중장기적으로 이러한 근무 형태를 유지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코로나 19' 이후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 새로운 근무 형태
2022년 하반기에는 '오미크론'과 같은 변종들도 확산되긴 했지만 치명률이 감소 추세인 만큼 '코로나19'의 위협이 어느 정도 감소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를 지내고 있는 IT 업계는 뿌리를 내린 비대면 문화 속에서 가장 적합한 근무 형태를 찾아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거점 오피스, 출근 방식 선택제, 각종 협업 툴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근무, 휴식과 업무를 동시에 소화하는 '워케이션'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각종 정책들을 실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게임사들은 전면 재택에서 하이브리드 근무로, 또 전면 출근으로 서서히 전환해 현재는 대부분 전면 출근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부서와 다수의 팀원들이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협업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인데, 협업 툴을 적극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나 브레인 스토밍, 아이디어 수립 등은 대면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네이버나 카카오 등 일부 IT 기업들이 현재 시도하고 있는 업무 형태들이 뿌리를 내린다면, 게임사를 비롯한 업계 전반에도 업무 형태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직장인들이 자유로운 근무 방식 또한 일종의 '복지'로 여기며 입사 또는 이직할 때 근무 형태를 크게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업무 형태의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자 '뉴노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와 업계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고, 인재가 곧 기업의 힘인 IT 및 게임 업계에서 직원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근무 형태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 지점은 다름 아닌 하이브리드 근무가 유력해 보인다.

 

잡코리아가 2021년 11월 직장인 412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대의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86.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이유는 (복수응답) '워라밸이 지켜질 것 같아서'가 48.9%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해서(38.0%)', '실제로 해보니 만족도가 높아서(36.0%)', '업무 효율이 올라갈 것 같아서(33.2%)', '근로에 대한 동기 부여 등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돼서(10.6%)'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근무 환경 선호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73.3%가 '새로운 근무 형태(재택, 하이브리드 근무 등)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중에서도 하이브리드 근무는 68.5%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변화 모색하기에 적절한 시점... 해외는 이미 '주4일 근무'도 실험 중
이제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업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 또한 임직원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체계적이면서도 각 기업에게 걸맞는 방식의 제도 도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유행이 시작된 이후 약 3년 간 재택근무를 시행하며 기업과 임직원 모두 새로운 근무 형태에 적응을 마쳤기에 변화를 모색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펜데믹'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며 변화된 근무 형태를 이미 많은 이들이 경험해 본 만큼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원하는 기업, '워라밸' 그리고 삶의 질 향상을 원하는 임직원 간에 서로 원하는 중간 지점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외에도 주4일 근무 또한 새로운 근무 형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영국과 일본, 스페인,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근무 시간은 줄이되 생산성과 임금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 실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4일 근무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에서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카카오게임즈 등 일부 기업들이 이미 시행 중으로 충분히 고려해봄 직하다.

 



 

특히 영국의 70개 이상의 기업들은 직원들이 6개월 동안 매주 유급 휴가를 받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참여 기업 중 설문조사에 응한 41곳 중 35곳은 실험 기간이 끝나더라도 주4일 근무제를 계속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41곳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기업은 생산성이 이전과 같거나 개선되었다고도 덧붙였다. 심지어 6곳은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또한,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줄리엣 쇼어 교수 연구팀이 주4일제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한 미국, 호주, 아일랜드 16개 기업의 노동자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 4일제 근무자들의 수면 시간은 하루 7.58시간으로 주5일제 근무보다 1시간 가량 증가했다. 또한 주4일제 근로자는 수면 시간이 부족한 비율이 42.6%에서 14.5%로 크게 감소했다. 수면이 인간의 건강은 물론이고 생산성 증가, 집중력 등 업무 수행 능력의 향상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기업과 임직원 간의 논의 필요한 시점

게임 업계의 경우 다양한 부서와 인원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만 하는 업무 형태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전처럼 전면 재택근무는 어려울 수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근태 관리, 성과 평가, 장기적인 개발 계획 수립 등 기존 업무 방식에서의 변화도 일부 필요하다. 특히나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생산성 재고를 최우선으로 여길 수밖에 없기에 재택근무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업무 효율성 및 높은 직원 만족도 등의 긍정적인 의견이 주류임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같은 업무 형태를 보다 확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업무 방식 변화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 근무를 지속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70.8%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기존 업무 방식과 충돌(62.9%), 업무 진행 속도 저하 우려(16.7%) 등이 꼽혔다.

 

하지만 일하는 직원들의 인식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세계 29개국 근로자 1만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펜데믹'이 끝난 뒤에도 사무실 출근에 대한 유연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희망 재택근무 일수로 일주일에 평균 2.5일을 제시했으며, '펜데믹'이 끝나고 주 5일 사무실 출근을 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유연한 업무 환경을 선호하게 된 직원들의 이직과 퇴사 등 인재 이탈을 막는 동시에, 이를 '복지'로 인식하는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하이브리드 근무 등 새로운 근무 형태를 수립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또 불필요한 부대 비용의 절감,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기업 활동, 비효율적인 회의 및 보고 체계의 감소로 인한 근로자의 업무 효율 향상 등도 기업 입장에서 거둘 수 있는 긍정적 효과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또 기존에 근태 및 업무 시간만이 중요하게 여겨지며 야근을 많이 하는 직원이 '일을 잘한다'고 평가받는 문화에서 성과 중심으로의 기조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기업의 규모부터 개인이 맡고 있는 업무의 특수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많기에, 단기적이고 단편적이며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각 기업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제도 수립과 기업 및 임직원 간의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조직 문화 정립이 요구된다. 향후 게임 업계에도 네이버와 카카오, 라인 등 IT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과 같이 유연하고 보다 임직원 친화적인 업무 형태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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