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3년이나 지났다.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인해 이례적으로 세계 보건 기구는 '펜데믹'을 선언했고, 재택근무 및 화상회의의 도입과 '언택트' 문화의 확산이 이루어지면서 일상은 크게 바뀌었다.
게임 업계 또한 이러한 '코로나 쇼크'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물론 게임은 '언택트' 문화의 선두주자로 각광을 받으면서 업계가 잠시나마 큰 호황기를 맞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반짝'에 불과했다. 많은 게임사들이 실적 악화와 '어닝 쇼크',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업계를 아우르는 트렌드와 신작들을 살펴볼 수 있는 게임쇼 또한 대부분 그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겨 개최되었고, 오프라인으로 열린다고 하더라도 미디어 및 바이어 등 소수의 관계자들만이 참석하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게임쇼' 하면 으레 오프라인에서의 대규모 행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각 게임사들이 마련한 대규모 부스와 신작 체험존, 팬들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머천다이즈 샵, 분위기를 돋우는 음악과 이벤트, 게임 업계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하는 컨퍼런스와 '코스프레', 가족 및 학생들이 포함된 수많은 인파까지 말 그대로 게임을 즐기는 '축제의 장'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모습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각 게임사들은 게임쇼에 참가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온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매해 큰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지역 축제로서의 의미와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게임쇼가 가지는 위상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조금씩 회복되는 일상 속 돌아오는 오프라인 게임쇼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지스타'를 한 해의 '마무리' 격 행사로 인식하곤 한다. 부산이라는 상징적인 도시에서 게임 업계 관계자들과 게이머들이 모두 모여 즐기는 축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은 온라인, 또 그 규모가 축소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개최돼 이전보다 '심심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조금씩 일상이 회복되고 있고 이에 맞춰 온라인 중심으로 펼쳐졌던 각종 이벤트들도 점차 오프라인으로 다시 복귀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를 기점으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겼던 게임쇼들이 속속 오프라인으로 귀환해 관람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관람객을 맞이한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 등 글로벌 게임 전시회들을 비롯, 국내에서도 '플레이엑스포'와 '서울 팝콘',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지스타' 등의 게임 관련 행사들이 연이어 오프라인에서 개최되었거나 개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그동안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던 게임쇼와 기존 오프라인 형태의 게임쇼의 양립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창간 기획에서는 2022년을 기점으로 오프라인에서 정상 개최되었던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쇼의 각종 기록들을 살펴보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형 게임쇼가 갖춰야 할 경쟁력과 앞으로의 방향성은 무엇인지 제언하기로 한다.
3년 만에 개최된 오프라인 게임쇼, 현장 관람객 수는 아직 '회복기'
2019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오프라인 게임쇼들은 2022년을 기점으로 점차 게이머들에게 다시 돌아오고 있다. 물론 'E3'와 같이 올해 행사가 전면 취소되거나, 2020년 오프라인 개최를 강행했음에도 올해에는 온라인으로만 열린 '차이나조이' 등의 사례도 있으나, 대부분의 주요 게임쇼들은 오프라인 무대에서 게이머들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국내에서는 '플레이엑스포(PlayX4)'가 오프라인 행사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플레이엑스포'는 2009년 '기능성게임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이래 2016년 행사명을 '플레이엑스포'로 변경하고,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수도권 지역 최대 규모의 종합 게임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기준 참가 기업 536개, 2019년 현장 관람객 수 10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오프라인 행사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2021년 선을 보인 '플레이엑스포 티비(PlayX4 TV)' 고유 시청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2022년에는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형태로 개최되었는데, 오프라인 현장에는 7만 6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10만 명을 넘어섰던 것 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게이머들의 오프라인 게임쇼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해외에서도 오프라인 행사 개최의 흐름은 이어졌다. '게임스컴'은 글로벌 3대 게임쇼 중에서는 처음으로 3년 만에 독일의 쾰른 메세에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전 세계 53개국 1100여개의 게임사들이 참여했고, 이중 국내에서는 네오위즈와 크래프톤 그리고 넥슨과 라인게임즈 등의 게임사들과 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관이 참여했다.
'게임스컴 2022'에는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26만 5천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참여했고, 2만 5천 명 이상의 기업 방문자가 현장을 찾았다. 온라인으로 송출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는 1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모든 콘텐츠 누적 조회수는 1억 3천만 건에 달했다.
이와 함께 '도쿄게임쇼 2022' 또한 2019년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에서 일반 관람객을 맞이했다. 일본 치바 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 2022'에는 37개국 605개 게임사들이 참여했으며, 4일 동안 누적 방문객 수 13만 8천여 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집계된 26만 2천여 명 보다는 50% 가량 감소한 것이지만, 공식 온라인 스트리밍 프로그램의 누적 뷰는 2689만 회, VR 행사 'TGSVR2022'에는 39만 8천여 명이 방문하면서 온오프라인 융합 게임쇼의 입지를 다졌다.
시행착오 거친 온라인 게임쇼와 쇼케이스, 점차 높아지는 퀄리티
'플레이엑스포'와 '게임스컴, '도쿄게임쇼' 등 일정 규모 이상의 게임쇼들은 올해 공통적으로 온오프라인 융복합 형태로 개최됐다. 오프라인 게임쇼의 현장 관람객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모두 감소했으나 반대로 온라인 게임쇼를 시청한 게이머들은 크게 증가했다.
온라인 형태의 게임쇼 및 쇼케이스가 막 진행되기 시작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구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많은 비판이 일었다. 당시 많은 게임쇼들은 게이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 온라인 게임쇼에서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 없이 게임의 플레이 영상이나 PV만 단순히 나열하거나 의미 없는 토크쇼로 시간을 채웠다. 특히 많은 게이머들이 기대하는 AAA급 대형 신작의 공개나 새로운 정보 공개, 기대작의 시연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노하우가 쌓이자, 온라인 게임쇼의 구성과 내실은 보다 탄탄해 졌다. 특히나 2022년에는 오프라인 행사와의 융화가 이루어지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도쿄게임쇼'는 온라인 게임쇼의 개최 초창기 받았던 비판을 대부분 개선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쿄게임쇼' 사무국은 단순히 방송을 시청하는 형태를 넘어, 올해에는 데모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참가한 기업의 관계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온라인 투어 프로그램, VR 가상 공간 등을 준비했다. '도쿄게임쇼'에 참여한 각 게임사들은 가상 공간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해 게임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인터랙션을 구현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독특한 방식인 온라인 게임쇼의 등장은 현장에 직접 가지 못하는 게이머들에게 게임쇼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됐다. 아직 완전히 '코로나19'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시기적인 요인 등을 고려하면, 온라인 게임쇼는 2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만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 게임사 및 퍼블리셔들은 기존에 개최되는 게임쇼에 참가하는 것이 아닌, 자사가 직접 쇼케이스를 개최하는 등 새로운 방법도 모색했다.
이미 2011년부터 닌텐도는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신규 게임 또는 새로운 정보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각각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및 '플레이스테이션 쇼케이스'와 '엑스박스 게임즈 쇼케이스'로 온라인 상에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유비소프트의 '유비소프트 포워드'나 EA의 'EA Play Live'도 이러한 포맷의 일종이다.
블리자드 또한 오래 전부터 온라인으로 신작 및 주요 업데이트, 인터뷰를 선보이는 '블리즈컨'의 가상 입장권을 판매해 왔다. 특히 '펜데믹'이 심화되고 있던 2021년에는 '블리즈컨라인'으로 전면 온라인 중계를 진행했다.
이렇게 별도의 온라인으로 열리는 쇼케이스는 다양한 게임사들이 참여해 주목도가 분산되는 기존 온오프라인 게임쇼에 비해 보다 게이머 및 코어 팬들의 관심을 끌기에 용이하다. 또한 주요 타이틀 또는 업데이트를 보다 긴 시간을 할애해 상세히 소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게임쇼 참가를 위한 비용이나 스케쥴 관리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으며, 게임의 핵심 개발자가 직접 나서기까지 한다면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더할 나위 없다.
오프라인 현장에서의 유저 피드백이 절실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기 어려운 중소규모 및 인디 게임사들은 어느 정도 관람객 수와 주목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형태의 게임쇼나 쇼케이스가 보다 게임의 이름을 알리기에 적합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행사는 네오위즈가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방구석 인디게임쇼(비익스)'가 대표적이다.
온라인과 병행되는 오프라인 게임쇼… 가치 증명 필요한 시점
반면 온라인 게임쇼가 대체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게임쇼만의 특징도 있다. 오프라인 게임쇼는 출시되지 않은 게임을 미리 체험해보거나 현장의 즐거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축제'이자 이벤트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영상으로 시청하고 마는 온라인 게임쇼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러한 강점이 드러난 것이 바로 올해 개최된 '플레이엑스포'였다. '플레이엑스포'에서는 PC와 콘솔을 포함해 아케이드, 인디 등 다양한 플랫폼 및 장르의 게임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마땅히 있어야 할 각종 전시 및 체험형 행사, 수출 상담회, 공연 및 코스프레 이벤트, 레트로 장터 등의 부대 행사들도 열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플레이엑스포 TV'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비마니 마스터 코리아'나 '루리콘' 등의 주요 행사들을 시청할 수 있었다.
물론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대거 참여하지는 않았기에 출품 라인업이 다소 빈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올해 열린 '플레이엑스포'에는 코나미의 리듬게임 브랜드 '비마니(BEMANI)' 국내 유통사 유니아나와 '펌프 잇 업!(Pump it Up!)'으로 잘 알려진 안다미로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GAME PASS', '엘든링'으로 기분 좋은 상반기를 보낸 반다이남코 등이 참여해 행사를 빛냈다.
이는 출품작 및 현장 이벤트의 다양성 측면에서, 그리고 오프라인 현장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 나들이 성격의 행사라는 측면에서 호평할 수 있다. '지스타'가 이미 오랜 시간 부산에서 꾸준히 개최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게이머를 넘어 학생 및 가족들의 방문이 많이 이루어진다는 점과 유사하다. 부산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지스타'의 연간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2632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2155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 게임쇼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오프라인 게임쇼들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는 재미있는 게임 및 이벤트의 체험과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새로이 자리매김한 온라인에서는 코어 게이머들이 혹할 만한 신선한 정보들과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프라인의 경우, '현장에 방문해 즐긴다'는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개인 방송인들의 팬미팅 장소, e스포츠 대회, 게임 쿠폰과 머천다이즈를 구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만한 게임 및 기업의 유치 등 게이머들이 현장에 방문해야하는 이유를 제시해야만 한다. 이와 함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을 위한 즐길 거리도 함께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열리는 '지스타 2022'는 신작의 부재나 화제성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내려 놓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그동안 불참했던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크래프톤, 호요버스 등의 게임사들이 공백기 동안 준비한 신작들을 대거 선보인다. 지스타조직위 또한 2022년을 '지스타' 완전 정상화 원년으로 삼고 의욕적으로 행사의 성공에 힘을 쏟고 있다. '플레이엑스포'가 3년 만에 게이머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듯이, '지스타' 또한 그동안의 오프라인 게임쇼 부재라는 가뭄을 날려버릴 시원한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로운 시대의 게임쇼, 온오프라인 공존이 곧 '공식'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가운데,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게임쇼의 '개최 방법' 자체에 대한 가치평가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미 3년 가량에 걸쳐 대형 게임사들의 온라인 게임쇼 및 쇼케이스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안정화 단계를 거쳤다. 이제는 고도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수 년 동안 개최되어 왔던 온라인에서의 게임쇼에 게임사 및 게이머들은 익숙해졌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등 오프라인 게임쇼가 따라할 수 없는 온라인 만의 강점도 분명 존재한다. 반대로, 오프라인 게임쇼는 여전히 '장(場)'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공통된 주제와 관심사를 가진 게이머들이 한데 모여 즐기는 축제이자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이벤트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즉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게임쇼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던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어떤 하나의 형태만 남겨두거나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오프라인에서 정상 개최된 게임쇼들이 대부분 온라인 송출도 함께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하는 형태가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쇼의 '공식'이 될 것이다.
각 게임쇼를 관장하는 주관 및 주최측은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게임쇼로서의 정체성과 내실을 다지기 위한 고민을 무던히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온라인이라는, 게임쇼를 즐기는 새로운 형태가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단순한 관람객 및 시청자 수치의 나열보다는 보다 게이머들에게 의미 있고 와 닿는 게임쇼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만큼, 앞으로 게이머들의 요구에 걸맞는 다양한 모습으로의 변화와 시도, 도전, 내실 다지기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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