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대중적인 주류 문화에서 벗어나 독자적 특질을 가진 일부 사람들이 즐기는 하위 문화 또는 부차적 문화를 뜻하는 용어다. 넓게 보면 화이트컬러의 문화, 농민의 문화, 청소년 문화 등 특정 집단의 문화를 뜻하는 말이지만 대체적으로 문화 콘텐츠 쪽에서는 이 용어를 캐릭터 성이 강한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소 좁게 사용하고는 한다.
당연히 과거에는 이 용어의 뜻대로 서브컬처가 비주류 문화로 취급 받았고 가방 등에 관련한 굿즈를 달고 다니면 소위 말해 ‘오타쿠’ 취급을 하거나 해당 문화 소비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 서브컬처 콘텐츠는 소수만 즐기는 문화 콘텐츠가 아닌 주류 문화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꾸준히 대중 문화와의 협업을 통해 주류 문화로의 도약을 시도 중이었던 서브컬처 콘텐츠는 최근에는 특유의 특질은 유지하면서도 대중 문화를 융합시킨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이제 10대 청소년이 캐릭터 인형이나 키링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 것은 배척할 것이 아닌 귀여운 개성의 표현이 됐다.
심지어는 1~2년 전만해도 서브컬처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마이너로 취급 받던 버추얼 캐릭터가 공중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한 것은 물론 연말 가요제 본상에 이름을 올리며 이제 대중들 또한 '서비컬쳐'의 대중문화화를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있다.
여러 의미로 서브컬처가 소수가 소비하는 문화가 아닌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하나의 문화 영역임을 입증했던 2024년을 돌아보았다.
이미 서브컬처 요소를 적극 활용하고 있던 드라마
가장 대중적으로 서브 컬처를 적극 활용해왔던 것은 드라마였다.
드라마는 현실을 담아내는 장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담아낼 수도 있고 현실 세계관 속에 속에 일부 픽션을 더해 무궁무진한 작품 속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장르인 만큼 오리지널 스토리 외에도 소설 등과의 협업도 여러 번 진행했다.
그런 면에서 만화나 웹툰 또한 드라마에서 소재로 쓰기 참 좋은 편이었는데, 특히 소설이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100% 드라마 창작자의 생각이 들어가야 하는 것과 달리 만화는 어느 정도 원작자의 가이드가 2D 그림으로 있기 때문에 잘 만든 만화의 드라마화는 비주얼과 스토리적인 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궁’, ‘김비서가 왜 이럴까’ 등 만화적인 상상이 들어간 만화가 드라마로 성공했으며 반대로 드라마의 성공 후 웹툰으로도 제작돼 인기를 끌었던 ‘W’ 등도 좋은 사례로 남았다.
2024년 서브컬처 문화 콘텐츠와 드라마의 협업은 더욱 긴밀하게 진행됐다.
먼저 tvN의 드라마 시리즈 ‘아스달 연대기’는 넷마블을 통해 4월 MMORPG로 재탄생하며 성공적인 변신을 하게 된다.
넷마블이 출시한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시리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스토리를 선보였다.
특히 이 게임은 드라마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아스달, 아고 세력 외에도 제 3의 중립 세력 무법 세력을 등장시켜 아스 대륙에서의 권력 다툼을 그려냈다.
스토리 자체가 원작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만큼 원작을 아는 팬들 또한 스핀오프작을 보는 느낌으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던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인기 만화의 드라마화는 올해에도 더 활발히 진행됐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를 국내 내수시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방영까지 보는 만큼 원작 스토리 라인이 탄탄한 웹툰의 드라마화를 원하는 드라마 제작사가 많고 드라마 방영 플랫폼 또한 TV 방송국 외에도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도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이제는 분기 별로 몇 작품은 웹툰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올해 웹툰 원작의 드라마 중 가장 많은 화제를 일으킨 드라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이다. 불륜한 남편과 바람을 핀 자신의 친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여자 주인공이 돌아와 그 둘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한국에서 오랜 기간 사랑 받아온 ‘막장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에 요 몇 년간 웹툰과 웹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 ‘회귀’를 접목시켜 스테디한 인기 소재와 트렌디한 소재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아울러 네이버 웹툰 ‘정년이’를 드라마로 제작한 tvN의 드라마 ‘정년이’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극의 매력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며 마이너한 소재를 다룬 서브컬처 콘텐츠와 대중적인 콘텐츠 드라마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 됐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 ‘지옥 시즌2’, ‘살인자o 난감’, ‘더 에이트 쇼’, ‘선산’, ‘닭강정’, 웨이브의 ‘초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KBS2의 ‘함부로 대해줘’, MBC ‘지금 거신 전화는’ 등 다양한 K-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글로벌적으로 K-웹툰의 우수함을 알렸다.
아울러 2025년에도 네이버를 대표하는 웹소설이나 웹툰 ‘재혼황후’와 강풀 작가의 ‘마녀’ 등 오랫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 드라마로 변신하며 서브컬처 콘텐츠를 재해석한 대중문화 콘텐츠가 다수 등장할 예정이다.
서브컬처 콘텐츠를 빠르게 흡수 중인 K-Pop
최근 서브컬처 콘텐츠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대중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K-Pop이다.
K-Pop의 서브컬처 흡수는 아티스트,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현재는 그에 대한 괴리감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특히 버추얼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 공연과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버추얼 아티스트의 활약, 서브 컬처 콘셉트를 차용한 밴드의 등장, 실제 K-Pop 아티스트와 설정 상 라이벌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서브컬처 요소가 더해진 아티스트의 활약은 그 경계를 낮추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력 밴드 콘셉트를 일본 청춘 애니메이션 풍으로 하고 실제 인터넷 방송인들을 모아 제작한 밴드인 ‘QWER’. 애초에 팀명 자체를 키보드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스킬을 사용하는 Q, W, E, R에서 따온 이들은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요소에 서브컬처 적인 색채를 드러냈다.
이들을 글로벌 적으로 알린 노래는 라이엇 게임즈가 LoL에 동물 콘셉트의 스킨을 출시하면서 제작한 ‘동물특공대’ 노래로 애니메이션 ‘파워 퍼프걸’을 떠올리는 색채와 비주얼, 각종 밈을 더한 연출, 귀여운 음악은 서브컬처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QWER은 지난 달 진행된 K-Pop 시상식 ‘2024 MAMA’에서 데이식스나 루시 등 쟁쟁한 밴드 후보들을 물리치고 베스트 밴드 퍼포먼스로 수상되며 이들의 음악이 더 이상 소수의 문화가 아닌 다수의 문화로 올라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아울러 2024년에는 버추얼 그룹과 AI 가수의 활약도 돋보이는 한해였다.
스텔라이브 소속 아티스트, 이오몽 등 버추얼 아티스트의 음악이 유튜브 등 주요 영상 미디어에서 주목 받은 것은 물론 이세계 아이돌의 ‘Kidding’처럼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저력을 보인 그룹도 있었다.
여기에 블래스트 소속의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는 음원 차트를 넘어 공중파 음악 방송 1위, ‘2024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Top 10, 밀리언스 Top 10 부분을 수상 2관왕에 이름을 올리며 버추얼 아티스트의 대중문화 합류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버추얼 아티스트의 활용은 기존 아이돌 소속사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버추얼 아티스트의 특징 중 하나는 각자 본인만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롤플레잉을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플레이브는 ‘카엘룸’이라는 평행 우주에 살고 있던 멤버들이 지구(테라)의 기술자들의 도움을 받아 중간 세계 ‘아스테룸’에서 팬들과 소통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비슷한 설정을 엑소 플래닛에서 지구로 온 초능력자 콘셉트를 잡고 ‘엑소’를 제작하고, 가상 세계에 본인들의 아바타가 있다는 설정의 걸그룹 ‘에스파’를 선보인 SM엔터테인먼트는 에스파를 서포트하는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나이비스를 선보인 SM엔터테인먼트는 LG유플러스와의 협업을 통해 LG유플러스의 자체 개발 생성형 AI ‘익시젠’을 활용해 제작한 뮤직비디오, 쇼츠, 굿즈 등을 제작하며 기존 아이돌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대중문화에서 서브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현상의 이유를 바로 글로벌 확장성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예전부터 서브컬처 문화가 발전돼 있던 일본을 포함해 중국과 서양권에서 서브컬처 장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융합한 K-콘텐츠가 새로운 매력으로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
특히, 몇 년 전만에도 K-콘텐츠는 서양권에서는 서브컬처에 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며 현재는 대중 문화로 자리를 잡은 만큼 한국이 재해석한 서브컬처 콘텐츠도 우수한 작품과 아티스트와 융합한 콘텐츠로 양쪽이 모두 대중 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예상도 여기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2024년이 서브컬처가 대중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인 해라면 2025년은 이렇게 자리 잡은 서브컬처가 완전히 개화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수한 서브컬처 콘셉트의 작품과 아티스트들이 가능성을 입증한 대중문화계는 내년에 또 어떻게 변화게 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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