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의원 "게임, 단순한 산업으로만 보지 말아야"

등록일 2012년09월27일 19시58분 트위터로 보내기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및 문화연대는 금일(2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카톨릭 청년회관에서 ‘청소년 게임 이용 평가계획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1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공개한 ‘청소년 게임물 평가계획(안)’ 고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 김성벽 청소년매체환경과 과장, 문화체육관광부 이수명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및 산학관계자 8명이 참가해 고시안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열띈 토론을 펼쳤다.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게임을 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회와 정부는 게임을 단순한 도박과 오락으로 보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게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어떤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지 어떤 방법이 좀 더 발전적인 토론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으며 향후 여가부에서 보다 좋은 방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게임물 평가 계획안, “의도와 목적이 불분명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

여가부의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평가 계획 고시안의 문제점과 대안을 발제로 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시작에 앞서 “여가부의 이번 평가 계획안은 법적 근거가 되는 ‘청소년 보호법’을 근거로 두고 있음에도 게임 콘텐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나 정보제공이라기 보다는 부정적인 선입관을 전제하고 마련한 것으로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인 시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크게 세 가지 범주(강박적 상호작용, 과도한 보상구조, 우월감 및 경쟁심 유발)로 구성되어 있는 이번 평가안에 대해 게임의 근본적인 원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박적, 과도한, 우월적’이라는 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척도가 제시되지 않는 이상, 평가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대단히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 교수는 고시안에서 제시된 평가기관인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게임 평가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는 기관에서 청소년의 게임물에 대한 평가를 담당하는 것이 과연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의견을 표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한 일정한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부처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앞다투어 규제를 내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규제가 최소화되고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이와 같은 문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점은 명확히 해야...게임 좋고 나쁜 것 가리기 위한 평가안이 아냐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홍식교수

이 교수의 발제안에 대해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유홍식 교수는 “여러 사람들이 지적 하는 것과 같이 이번 평가안은 비록 논리의 허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평가표는 게임이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셧다운제가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 게임을 오래하게 만드는 속성이 무엇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만든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개인적으로도 규제가 최소화되고 없어졌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셧다운제와 규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청소년들이 게임으로 인해 병이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게임업계가 사전에 나서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면 오늘날과 같은 현상은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셧다운제와 규제에 대해 찬성의 입장이지만 청소년이 이러한 자기절제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구성되면 스스로 앞장서 셧다운제와 규제를 반대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평가안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아쉽다고 밝힌 유 교수는 끝으로 이번 평가문항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고 향후 이를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여가는 ‘게임’

연세대학교 윤태진 교수

연세대학교 윤태진 교수는 영화 ‘북경반점’을 예로 들며 “맛있는 자장면만을 먹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자장면을 맛없게 만드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윤 교수는 앞서 발표한 유 교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는 뜻을 밝히며 게임을 산업적으로만 접근하려는 정부당국의 행정형태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전제로 행정을 펼치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윤 교수는 사회가 바라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주제 4가지를 꼽았다.  ▲게임을 하는 사람을 비정상으로 본다 ▲비교육적인 면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안한다 ▲게임을 즐기면 건강이 안좋아진다 ▲현실세계의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상상속 세계(게임)에 빠진다를 예로들며 이번 여가부가 공개한 평가 안은 이런 4가지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다고 밝혔다. 특히 입시스트레스와 무분별한 학원 보내기에 지쳐 새벽에 귀가하는 학생들이 접하는 유일한 여가 활동이 게임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모든 여가 행위가 지나침이 있으면 안되지만 지금의 게임이 40~50년대의 텔레비전과 같다고 생각한다. 당시 방송이란 개념이 확립되진 않았지만 최초 TV가 공개될 때 이러한 중독 성향이 우려되어 하루 4~5시간 정도가 방송됐다”며, “지금 200여편이 넘는 TV채널이 존재하고 24시간 내내 TV를 볼 수 있음에도 TV자체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게임에 대한 부작용은 원인이 아닌 결과라고 밝힌 윤 교수는 셧다운제를 만들게 된 계기, 이런 평가표를 만든 여가부의 목적, 게임에 대한 정부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임, 즐기는 것 이상의 가능성 보여주고 있다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

게임업계를 대표해 참여한 ‘애니팡’의 개발사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 “모바일 게임은 이제 성장단계에 있는 산업이다. 초기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규제가 먼저 시작되면 국내에서는 다시는 ‘애니팡’과 같은 게임을 볼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게임중독을 막기 위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긍정의 의사를 보였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로 국내 게임들이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애니팡’을 통해 가족들이 소통하고 있다는 사례를 통해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의 소통의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이 동등한 위치의 문화산업으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화부, "여가부, 객관적이고 투명한 업무 진행해야"

문화체육관광부 이수명 게임콘텐츠 산업과 과장

문화체육관광부 이수명 게임콘텐츠 산업과 과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게임을 단순히 오래했다고 게임중독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 셧다운제를 진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수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며, “이번 평가안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안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데 일부 과정에서 여가부와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향후 이러한 부분에 대한 투명한 협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이날 자리에서 평가지표에 대해 어떤 용도로 활용될 것인지, 또 대상에 포함된 게임만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공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가부에서 지정한 100개의 업체 및 20여 명의 평가단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뽑혔는지에 대해 여가부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끝으로 이 과장은 여러 가지 정책들로 인해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간의 차별이 존재할 경우 예외적으로 유예기간을 준다던지 하는 유동적인 정책을 통해 향후 전체 모바일게임의 약 80~90%를 차지하는 중소모바일 게임사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가부 “합리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성가족부 김성벽 청소년매체환경과 과장

여성가족부 김성벽 청소년 매체환경과 과장은 “중독정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으로 향후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들 수 있도록 공청회, 토론회 등을 개최해 보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효과적인 역기능 해소 방법은 자율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자율적인 노력이 한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체적으로 움직였을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과장은 “게임이 나쁘다고도 얘기할 수 없고 좋다고도 얘기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게임은 필요하다는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여러 의견들을 듣고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문화부와 협업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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