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소셜게임 거인 글룹스(gloops) 소셜게임 사업을 책임진 가토 히로유키 디렉터가 NDC 13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일본시장에서의 모바일 TCG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글룹스의 카드게임 개발 방침과 목표를 제시해 방청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강연을 마친 가토 디렉터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한 환경이 모바일 TCG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나?
가토 디렉터: 피쳐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면서 연출 등에서 풍부한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통신환경도 좋아져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플레이 환경이 좋아지며 그래픽 등 전반적 부분에서 과거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Q: 같은 시스템에 조금 변화를 준 게임을 제시해 유저들이 옮겨가게 만드는 것을 글룹스의 전략으로 제시했다. 유희왕, 매직더개더링 등 전통적인 TCG들은 긴 시간 서비스하며 꾸준한 업데이트로 계속 사랑받고 있는데 모바일에서는 안 통하는 건가?
가토 디렉터: 물론 일본의 TCG들도 업데이트를 계속하는 형태이지만 온라인게임이 5년, 10년의 사이클을 가지는 것과는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나 던전앤파이터 같은 게임은 롱사이클 게임이지만 소셜게임, TCG는 계속해서 많은 콘텐츠가 나오므로 하나의 콘텐츠로 유저를 유지하는 게 더 힘들다.
유저들이 금방 질리고 이탈하므로 기본적으로 업데이트 노력은 하지만 역시 커버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상위호환 콘텐츠를 만들어 유저들을 이전시키는 게 중요해지는 것이다.
Q: 한국에 일본의 소셜게임이 본격 도입된지 1년 정도가 지났다. 가챠시스템에 대한 저항이 슬슬 나오는 편인데 일본시장에서는 가챠시스템을 통한 과금에 대해 유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저항은 없나?
가토 디렉터: 일본인 특유의 과금에 대해 저항감이 적은 면이 있긴 하다고 본다.
2~3년 전 가챠시스템이 없다가 가챠가 도입되고 처음에는 가챠에서 좋은 게 나와 유저들이 좋아들 했지만 점점 사람에 따라 좋은 게 나오냐 아니냐로 불만도 나오게 됐다. 하지만 가챠 가격이 '비싸다' 혹은 '싸다'는 이야기는 안 나오는 편이다. 유료가챠 티켓을 1일 1회 정도 지급한다거나 첫 가챠는 싸게 제공하는 등 다양한 요소를 넣기도 했지만 300엔이라는 가챠 가격에 대한 불만은 적은 편이다
아마도 300엔으로 얻는 이용가치를 모르면 불만이 생길 거라고 본다. 슈퍼레어 카드를 뽑으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전투가 쉬워지는 등 300엔을 쓴 만큼 강한 카드를 뽑고 플레이가 바뀌면 거기에 만족하게 된다.
처음부터 가챠를 통해 카드를 갖추고 진행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가챠를 통해 좋은 카드를 획득하는 것의 가치를 알게된 후에 가챠를 뽑게 만들어야 한다.
Q: 몇 가지 아이템이나 카드를 모아야 특정 카드가 나오는 콤프가챠 시스템은 일본에선 규제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허용이 되고 있다.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가토 디렉터: 작년에 문제가 되어서 플랫폼 홀더인 그리(GREE), DeNA, 한게임 등이 주도해서 자율규제를 실시하게 됐다. 법률상의 규제도 있지만 자율 규제로 더 심도깊은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게나 그리에 게임을 낼 때는 콤프가챠 도입여부를 체크 받게 되어있다. 만약 콤프가챠가 있다면 수정해야 게임을 낼 수 있다. 덕분에 예전처럼 심하게 사행성을 부추기는 게임은 안 나오게 된 것 같다.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는 이런 규제가 느슨했지만 지금은 자율적으로 적용하게 되어서 일본의 모든 개발사가 콤프가챠에 대해 공동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Q: 개발자로서 콤프가챠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토 디렉터: 개인적으로 콤프가챠 규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콤프가챠 규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층도 있지만 휴대전화를 만지는 시간과 인구가 늘어난 만큼 더 즐겁게, 즐기면서 하시는 걸로 만족하셨으면 한다.
물론 돈을 많이 써서 카드를 뽑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분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요소를 즐겁게 즐겨줬으면 하므로 규제에 대해 찬성한다. 물론 과금은 개인의 책임이 크고 또한 그런 목소리도 많지만 개발자들도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일본의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유명 IP를 도입해 기존 시스템을 붙인 양산형 게임이 많은 것 같다. 이런 게임들이 장기적으로는 유저들의 이탈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보나?
가토 디렉터: 일본에서만 그렇게 하는거고 글로벌은 다르게 적용한다. 예를 들어 기존 시스템을 적용한 게임은 2개까지로 정해 두고 그 다음엔 새로운 콘텐츠의 게임을 만드는 식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우선 일본 유저들에게는 같은 장르를 즐긴다는 인식은 그리 없는 편이므로 그런 게임들이 같은 게임이라는 인식은 없을 것이라 본다.
Q: 넥슨 인수 후 분위기가 어떤가? 넥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가토 디렉터: 넥슨 인수 후 회사가 어떻게 바뀔까에 대한 불안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넥슨이 글룹스를 존중해 준 덕에 바뀐 부분은 별로 없었다. 글로벌 전개 등에서 도움이 되는 등 좋은 영향만 있었던 것 같다.
넥슨과의 공동 프로젝트는 현재 없다. 실무단계에서의 교류, 정보 교환은 진행 중이다.
Q: 글룹스는 카드배틀게임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다른 장르가 있다면?
가토 디렉터: 어디까지를 TCG 장르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가챠라는 과금모델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콘솔게임에는 다수 존재하지만 모바일 TCG에서는 '이건 명작 게임이다'라는 게 없다. 그간 모바일게임은 일본의 플레이 환경 상 어려운 게임은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었다. 이제는 그런 부분도 극복해서 스토리 중심 RPG도 가능하지 않나 한다.
Q: 오딘배틀의 경우 한국에서도 서비스가 되고 있는데 일본 서비스와 어떤 차이가 있나? 일본의 TCG 개발사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한데 어떻게 보는지도 궁금하다.
가토 디렉터: 오딘배틀 한국 서비스에 글룹스가 직접 관여하고 있진 않다. DeNA코리아와 다음 모바게가 관장한다. 보고는 받고 있고 튜토리얼을 좀 바꿨다거나 게임의 동선을 좀 바꾼 정도는 전해 들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확산성 밀리언아서'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아직은 어렵지 않나 하는 느낌이 있다. 일본에서 잘 되는 걸 그대로 가져와도 잘 안 될 거라고 본다. 일본에서 특정 게임모델이 유행하는 데에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있으므로 역시 그 과정을 차례로 밟으며 게임을 내야하지 않나 한다.
물론 한국은 무척 매력적인 시장이라 본다. 일본에서도 확산성 밀리언아서의 대성공 소식은 자주 듣고 있다. 우리도 어서 진출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Q: TCG는 기본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편인데 초반에 유저를 확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토 디렉터: 역시 바이럴 마케팅밖에 없지 않나 한다. 우리가 아무리 프로모션을 열심히 해도 안 하던 사람을 하게 만드는 건 어렵다. 현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친구들끼리 같이 하자는 커뮤니케이션이 생겨나면 유저들이 몰려들테지만 그 때까지는 괴로운 싸움을 해 나가야 할 거라 본다.
한국은 온라인게임이 발달한 시장이므로 온라인게임 유저들이 보기에 소셜게임은 싸구려 게임이라는 의견도 나오겠지만 게임으로서의 재미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부분이 소셜게임 본연의 즐거움이다. 요즘은 카드게임들을 재미있다고 하고 있지만 일본 소셜게임은 그 전에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게 재미있는 거였다. 그걸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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