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부실 국감, 라이엇 오진호 대표는 무슨 잘못을 했나?

등록일 2013년11월07일 13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여성가족위원회 조윤선 장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언급한 게임의 ‘4대 중독물’ 발언, 신의진 의원이 최근 진행한 ‘4대 중독예방관리제도 토론회’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다시 한 번 ‘기업 길들이기’ 국감진행과 의원 및 보좌관들의 부족한 전문성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6일 진행된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청년 고용 문제, 위안부 문제, 학교 밖 청소년의 건강 문제 등 청소년과 사회 전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현안과 함께 게임 중독과 함께 새롭게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문제 등을 다뤘다.

역대 최대 피감기관과 최대 기업인 증인 채택 등으로 이미 각종 언론에서 ‘부실 국감’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번 국정감사 역시 몰아치기 식으로 진행됐다. 제한된 시간(7분) 동안 많은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되는 국정감사의 특성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감기관 대표인 조윤선 장관의 해명도 무시한 채 YES, NO로만 답하게 하는 이분법적인 진행은 다른 의원들 및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

이런 부실 진행은 오후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라이엇게임즈 오진호 대표를 상대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40~50%,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가 청소년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시간검색어 순위에서도 상위 10개의 검색어중 4개가 해당 게임과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이 증거자료로 보여준 이미지들 대부분이 선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팬아트다

백 의원은 이어서 “12세 이용가능 판정을 받은 이 게임이 폭력성과 선정성 문제를 가지고 있다. (자료 화면을 보여주며) 12세 이용가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은 것 같은데 이 게임에 선정성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물었고 오 대표는 “책임감을 갖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 질의와 관련해 백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라이엇게임즈가 제작한 것이 아닌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의 원화, 캐릭터를 대상으로 유저들이 만든 2차 창작물(팬아트)이었다. 의도적으로 게임의 선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실제 게임사와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자료를 사용한 것이다.

다소 긴장된 표정의 라이엇게임즈 오진호 대표

여러 가지 의견을 듣기 위해 자료를 직접 준비한 백재현 의원의 조운재 보좌관에게 해당 자료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문의했지만 “자료 채택에 있어 법적인 절차 문제는 없다"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을 들었다. 이어 “해당 자료가 팬아트라고 실제 국감장에서 언급은 없었지만 자료에 팬아트라고 표기가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미지 편집과 관련해서는 “직접 와서 살펴보면 알겠지만 의도적으로 수정한 부분은 없다. 해당 이미지는 오늘 아침에 다운로드 받은 이미지들이다”고 밝혔다.

한 해를 점검하는 국정감사에 쓰일 참고 자료를 당일 아침에 인터넷을 통해 받았다는 내용도 유쾌하지 않았지만, 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참고하겠다”, “노력하겠다”라고만 답변할 수 밖에 없었던 오진호 대표도 안쓰러웠다.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속 시원히 이야기 해주길 바라던 마음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 앞에서 중국과 비교당하며 만들지도 않은 이미지를 이유로 저질 포르노 기업 취급을 받은 오 대표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많은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던 오 대표의 국정감사는 의외로 빠르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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