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박원(엑스박스원) 때문에 미치겠어요"
Xbox One(이하 엑스박스원)의 국내 판매량이 기대 이하로 밑돌면서 소매상들의 걱정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시장 상황이 열악함에도 차세대 콘솔의 부활을 기대하며 다수의 제품을 들여온 엑스박스원이 그대로 재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엑스박스원의 보급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국내로 게임을 들여오는 유통사들 역시 울상이다. 이전 콘솔인 Xbox 360에 비해 더욱 상황이 더욱 안 좋아 게임 유통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콘솔 게임 유통 계약 시 유통사는 해당 개발사가 요구하는 최소 판매량 기준을 맞춰줘야 된다. 그렇게 계약을 하고 나면 유통사의 판단에 따라 한국어화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게임이 가지는 시장 내의 영향력에 따라 일종의 로열티를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이 때 유통사는 개발사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어필하기 위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긴 협상을 하게 된다.
모든 협상이 끝나고 게임이 출시되어도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최소 판매량 기준에 걸맞은 판매량이 나와야 되고 이를 위해 마케팅을 시작하게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매되는 게임의 10개중 8개 이상이 손해를 본다. 이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한국어화 타이틀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말 발매가 예정된 대작 타이틀의 출시를 앞둔 유통사 A사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PS4의 경우 보급된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되는 만큼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엑스박스원의 경우 그러한 기대를 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뻔히 예상되는 엄청난 재고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놓고 매일 같이 회의를 반복하고 있다.
열악한 상황을 인지하고 PS4 타이틀만이라도 유통하려 했던 유통사 B사의 경우 계약 자체가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 시장을 잘 알고 있는 해외 개발사가 계약을 무산시키기 위해 계약 조건으로 동일한 수량의 엑스박스원 타이틀을 요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통사 관계자는 "이쯤 되면 차라리 한국어화 없이 단순 영문 타이틀의 유통만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며 낙담했다.
시장 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지만 소위 말하는 '총대'를 메야 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는 나몰라라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출시와 함께 발매된 퍼스트파티 게임들조차 대부분이 한국어화로 발매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엑스박스원이 지원하는 부가 서비스마저 지역 제한으로 이용이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그 어떤 행동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격분한 유저들이 만들어낸 패러디 동영상>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사인 소니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한국 콘솔 게임시장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런칭 행사에서 열약한 한국 콘솔 시장의 상황에도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팬들을 보며 대표는 눈물을 흘렸으며 다수의 한글 타이틀 출시를 예고했다.
또 적지않은 비용 지출을 감수하고 '지스타 2014'에 사상 최대 부스로 참여를 결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판매량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PS4의 판매량은 꾸준하게 오르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는 팬들은 환호하고 또 응원하고 있다. 실망만을 거듭하며 언제 등장할지도 모르는 우리나라만의, 우리나라만을 위한 특별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는 엑스박스의 팬들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조만간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사업의 비장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헤일로' 시리즈가 출시된다. "헤일로는 엑스박스의 존재의 이유"라고 팬들이 우스갯소리로 말할 정도로 '헤일로' 시리즈는 엑스박스 사업 전체에서도 영향력 있는 타이틀이며 동시에 엑스박스 관련 국내 모든 사업체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도 변해야 된다. 국내 팬들의 목소리에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외부에도 말할 수 없는 속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헤일로'와 같은 걸출한 타이틀에만 기대지 않고 팬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있다는 노력은 보여줄 수 있어야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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