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출시되는 모바일게임 중 1년 이상 살아남아 서비스를 하는 게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카카오 게임하기와 함께 떠오른 모바일게임 '열풍'은 이제 과거와 같은 뜨거운 열기는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제2의 '애니팡' '몬길' 등을 꿈꾸는 신작 모바일게임들은 끊임없이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확실히 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는 게임이 연이어 탄생할 정도로 빠르게 유행이 바뀌던 2년 전과 비교하면, 최근의 모바일 게임 시장은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든 느낌이다.
빠르게 또 단순하게 플레이 할 수 있던 캐주얼 게임이 만연하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점차 미드코어 게임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하며 플레이어들의 소비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유행 따라, 입소문 따라 이 게임에서 저 게임으로 옮겨가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고 오랜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플레이 해야 하는 모바일 게임들에 정착하고 있는 것. 때문에 더 이상 모바일게임이 이전처럼 수명도, 소비 주기도 짧다고 여기기는 어려워졌다. 이제 모바일게임 '단명' 시대가 끝났나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
이러한 현상은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서 잘 드러난다.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한 장수 게임
2014년 12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지난 4개월 간의 월별 매출 순위(30위까지)를 살펴보면 2014년 이전에 출시된 게임이 23~3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14년 이전에 출시된 작품의 30% 이상이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 볼 만하다.
2015년 3월 현재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상위 10위까지의 게임을 살펴보면 지난 해 12월과 비교해 커다란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클래시오브클랜'과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영웅', '몬스터길들이기', '애니팡2', '블레이드', '피파온라인3M', '별이되어라!'등으로 이루어진 굳건한 상위권의 장벽은 좀처럼 신규 게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15위 이하로는 신작게임들도 다수 진입하며 상당히 활발한 순위 교체가 이루어지지만 10위권 이상에서는 신규 게임들에게 매우 높은 장벽이 존재하는 것.
2015년 3월 매출 순위를 기준으로, 상위 10위권 내에 있는 게임 중 신규 게임이라고 할만한 게임은 2014년 11월에 출시된 '영웅'과 올해 3월에 출시된 '레이븐' 정도. 그러나 '영웅'의 경우도 출시 된지 6개월이 넘어 완벽한 신규게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매출 10위권 게임중 확실한 신작은 '레이븐' 단 하나인 셈이다.
이들을 제외한 '클래시오브클랜', '세븐나이츠',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애니팡2', '서머너즈워', '별이되어라!'는 모두 출시된 지 1년 이상 지난 게임으로 이처럼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은 오랜 기간 서비스를 이어오면서 유저들의 충성심과 매출을 모두 거머쥐고 있다.
진입장벽이 낮고 순위변동이 치열했던 초기 모바일게임 시장
한편, 2,3년 전의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를 살펴보면 최근과는 완전히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2년 분기별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를 보면 매 분기마다 몇몇 게임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게임들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 게임하기가 본격화된 2013년의 경우는 매 분기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모두 다를 정도로 1위 경쟁이 치열했을 뿐만 아니라 10위권 내의 순위 변동도 매우 컸다. 그만큼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한 신규게임의 시장 진입이 쉬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하여 '국민게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 총 11개라는 점도 당시의 모바일 게임 시장 분위기를 보여준다.
2년 전 모바일게임 시장이 오늘날과 또 다른 점은, 성장의 문이 활짝 열려있던 때에 중소 개발사와 대형 퍼블리셔가 모두 같은 시작점에 있었다는 것. 지금은 그 격차를 감히 비교하기 힘들어졌다.
사실 매출 순위의 고착화는 최근 3~4개월 동안의 일이 아니다. 지금은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게임사로 성장한 네시삼십삼분의 '영웅 for Kakao'가 지난 해 11월 출시 나흘 만에 매출 10위권에 진입했을 당시에도 업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이미 최상위권의 벽은 오랫동안 견고한 상태였다.
모바일게임의 장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
오늘날 독특한 콘셉트나 외형으로 인해 '반짝'하고 인기 순위에 얼굴을 비추는 화제의 작품은 나타날지라도 매출 면에서 두각을 보이는 신작 모바일 게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히 카카오 게임하기가 문을 열어준 초기의 모바일 게임 시장과 달리 신작 게임이 넘어야 할 벽은 무척 높아졌다. 심지어 이전과 달리 'for Kakao'라는 꼬리표도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단숨에 상위권에 진입해 주목을 받을지라도 이후 그 지속성을 시험 받게 된다. 기존의 인기 게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콘텐츠와 매끄러운 운영, 더불어 게임 마케팅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까지... 메신저 앱에 기대는 것이 최선이었던 소규모 개발사들이 이 같은 조건을 갖추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한편,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 부동의 1위 넷마블은 지난 3월 이례적으로 카카오 게임하기 대신 네이버와 손잡고 신작 '레이븐'을 공개했다. 게임업계는 게임의 참신함과 완성도보다도 넷마블과 네이버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전쟁에서 당당히 승리할 수 있던 역량을 특히 높이 샀다. 실제로 현재 레이븐은 한 달간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굳건히 유지, 넷마블의 다른 모바일 게임들과 최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또한, 지난 15일 출시된 넥슨의 '탑오브탱커 for Kakao'와 블리자드의 '하스스톤: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이 구글 플레이 매출 10위권을 넘었다. 탑오브탱커의 경우 이미 중국에서 인기를 높은 얻은 게임이었지만 출시 전부터 거셌던 넥슨의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하스스톤은 세계적인 IP '워크래프트'를 활용한 TCG로, 워크래프트 및 블리자드가 갖춘 명성 그 자체만으로도 게이머를 이끌 힘을 갖고 있다. 레이븐에 더해 탑오브탱커와 하스스톤의 흥행은 '이 정도가 아니면 경쟁조차 안 된다'라는 오늘날의 모바일게임 최상위권의 치열한 상황과 높은 벽을 증명해 준 것.
앞서 모바일 게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서술했으나 이 역시 충분한 인력과 자본, 노하우를 갖춘 대형 퍼블리셔와 기존에 시장을 선점한 게임사들의 몫이다. 결국 인기 게임의 장수로 인한 모바일 게임의 매출 순위 고착화는 곧 모바일 게임 시장이 소수의 게임사에 집중되어감을 뜻하며 앞으로도 이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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