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테러에 우는 모바일게임사, 성숙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할 때

등록일 2016년05월31일 11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이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차피 힘들겠지만 가능하다면 의도적인 영업방해로 경찰에 신고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게임 개발사 입사 3년차, 게임 개발자가 되기 이전부터 프로그래밍에 열중했던 A가 판교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출시된 자사의 모바일게임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이야기를 더 들어봤더니 하니 바로 평점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게임이 재미 없었나봐”와는 농담과 함께 웃어넘길 법 했지만 평소에 화도 잘 내지 않던 사람이 화가 단단히 난 것을 보면 이유가 있는 듯 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스마트폰에 저장된 이미지 10장을 보여줬다.

해당 이미지에는 A가 만든 신작에 대한 평점과 댓글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낮은 평점과 함께 게임에 대한 비판 및 욕설이 달려 있었다. 약 10장 정도를 보여준 A는 그 다음으로 5장 정도의 이미지를 추가로 보여줬다. 그것은 다른 게임에 대한 댓글이었는데 최고의 평점과 함께 게임에 대한 느낌이나 추천을 유도하는 글로 가득했다. 재미있는 것은 A사의 신작 게임과 나중에 보여준 게임이 경쟁 관계에 있는 게임이었다는 점과 해당 글을 남긴 인물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이다.

구글 계정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게임 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콘솔 게임의 트로피 시스템과 비슷하게 활동 시간이나 내용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아이디의 활동내역은 단 두 개로 A가 개발에 참여한 게임과 경쟁사 게임 단 둘뿐이다. 일반적인 계정의 평균 플레이 게임 내역이 10개에서 20개 사이라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분명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명확하게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평점을 1점을 주었지만 정작 이 계정은 해당 게임을 포함한 그 어떤 게임도 실행조차 하지 않은 계정이다. 이러한 계정은 일부러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악의적인 목적을 갖고 상대 개발사의 깎아 내리는 이른바 평점 테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출시 시점에 맞춰 1점대 평점을 남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번은 신작 모바일게임 C가 출시와 함께 클라이언트 문제로 로그인서버에서 라이브서버로의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 1시간가량 서비스 지연이 된 적이 있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게임이 재미없다는 내용의 1점대 평점이 무더기로 등록된 적이 있었다. 대다수의 유저들이 구글 평점을 통해 1차적으로 게임의 가치를 판단하는 만큼 개발사들 역시 별도로 고객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평점 테러를 한 번 당하면 의욕이 떨어진다. 평점만 보고 스크롤을 넘길 대다수의 유저들을 생각하면 화를 넘어서 허탈감도 느껴진다고.

이와 같은 일은 게임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등 대다수의 문화콘텐츠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영화의 경우에는 이런 평점 테러 혹은 평점 높이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져 나오는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다른 문화콘텐츠에 비해 입게 되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유명 아이돌 그룹이나 영화는 새로운 것이 나와도 과거의 작품이 존중받고 반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것에 비해 게임의 경우 새로운 작품에 과거의 작품이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보존에도 문제가 생기고 존중받는 작품이 생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러한 평점 테러에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업계의 분위기가 이렇다고 해서 재미없고 형편없는 게임에 금칠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 이런 의도적인 평점 테러가 사실이라면 당장은 작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을지라도 결국 게임시장 전체가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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