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는 국내 콘솔시장에서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가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시리즈다.
슈타인즈게이트는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인기를 얻어 장르의 대표작으로 인식되었지만 국내에선 오랫동안 텍스트 게임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 탓에 수입이 많이 늦어졌다. 출시 후에는 국내에서 텍스트 어드벤쳐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되어 그 후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가 속속 소개되고, '신 하야리가미' 등이 소개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르의 특이점에 가까웠던 슈타인즈게이트는 확실히 게임사에 남을 걸작이다. 하지만 그 자체로 완벽하게 완결되는 스토리를 보여줘 속편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슈타인즈게이트를 선보인 개발사 MAGES.는 그 뒤 시리즈 속편 '슈타인즈게이트 비익연리의 달링'과 '슈타인즈게이트 선형구속의 페노그램'을 내놨고 이 두 작품도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슈타인즈게이트를 이미 읽어버린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조금 모자란 타이틀들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슈타인즈게이트 제로'가 발표되었다.
결론부터 적자면, 슈타인즈게이트 제로는 만족스런, 원작 팬으로서 '그래 내가 바라던 속편은 이런 거였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비익연리의 달링과 선형구속의 페노그램으로 기대치가 조금은 낮아진 탓도 있겠지만, 슈타인즈게이트 제로는 오리지널 슈타인즈게이트의 캐릭터와 스토리의 설득력을 더 강화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각 캐릭터들의 '다른 세계선'의 이야기들도 선형구속의 페노그램에 비해 감동과 설득력을 부여하도록 잘 구성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슈타인즈게이트 제로를 읽고나면 슈타인즈게이트를 다시 읽고 싶어진다는 점이 슈타인즈게이트 제로가 전작과의 연계성이 강화된 속편으로서의 장점을 잘 갖췄다는 걸 증명한다. 비익연리의 달링이나 선형구속의 페노그램을 읽고난 뒤에는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이다.
슈타인즈게이트의 해상도 등이 강화된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을 부록으로 준 건 절묘한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트로피가 붙지 않은 버전을 주는 점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슈타인즈게이트 제로를 읽고 나니 트로피에 신경쓰지 않고 찬찬히 행간을 음미하며 슈타인즈게이트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팬들이 우려했던 캐릭터 디자인이 바뀐 부분은 확실히 시리즈 팬으로서 조금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바뀐 디자인으로 쭉 진행하며 그 부분도 적응이 되어 바뀐 디자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뒤로 가며 원작 캐릭터 디자인이 등장해 바뀐 디자인과 교차된 것에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궁금해졌지만 과잉해석이라는 느낌도 든다.
내용 면에서는 마침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고있는 인공지능(AI)가 소재로 등장한 점에 놀랐다. 발매가 늦어진 건 로컬 버전 외주제작사 및 MAGES.의 일정이 늦어졌기 때문이었지만, 알파고가 화제가 된 후 나온 건 시기가 절묘했다는 느낌이다.
플레이하며 AI를 소재로 한 새로운 과학 어드벤처 시리즈를 만들었어도 좋을 것 같은데 왜 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에 묶었을지가 조금 궁금해졌다.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일까. 슈타인즈게이트 팬으로선 시리즈가 나오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 볼 수 있어 좋았지만 로보틱스노츠 이후 신규 과학어드벤쳐가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은 조금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번역은 작은 오역 몇군데가 신경쓰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좋았다. 많은 부분에서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트로피를 살펴보면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 중 트로피 구성이 가장 쉽게 되어있다. 메시지를 다 보기위해 세이브를 잔뜩 만들어야 했던 슈타인즈게이트 시리즈나 수집요소를 신경써야했던 로보틱스노츠에 비해 슈타인즈게이트 제로는 그저 스토리를 따라가며 모든 스토리를 보기만 하면 큰 문제 없이 트로피를 모두 획득할 수 있다.
한글판 슈타인즈게이트 제로의 트로피 획득률은 이미 상당히 높은 %를 보이고 있는데, 트로피를 따기 위해 특별히 해야할 게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득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 보면 슈타인즈게이트 제로는 슈타인즈게이트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다면 구입할만한 타이틀이다. 아직 이 시리즈에 접한 적이 없다면 이 기회에 구입해 전작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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