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세기도 버거울 만큼 날마다 새로운 모바일게임이 출시되지만 이미 플레이 하고 있는 게임만으로도 벅찬 당신. 새로운 게임을 해보고 싶지만 어떤 것을 해야 할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게임포커스가 준비했다.
'돌직구'는 모바일게임들 중 한 작품을 골라 게임포커스 기자들이 직접 플레이 해보고 게임에 대한 아주 솔직한 의견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물론, 게임을 다운로드 받을 지 받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플레로게임즈가 지난 12월 12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스퀘어에닉스의 모바일 RPG '그림노츠'는 백설공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장화 신은 고양이 등의 친숙한 동화 속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수집형 RPG이다. 국내 출시 전 진행된 글로벌 서비스에서 1,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으며 소설책 20권 분량의 방대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일러스트, 국내 최정상 성우들이 참여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확산성 밀리언아서(이하 확밀아)', '괴리성 밀리언아서(이하 괴밀아)' 등 국내에서 수집형 RPG로 큰 사랑을 받은 스퀘어에닉스의 차기작 그림노츠는 게임포커스 기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을지 확인해봤다.
신은서 기자
확밀아, 괴밀아, '체인 크로니클' 등 국내에 출시된 스퀘어에닉스의 수집형 모바일게임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나올 때마다 플레이해봤다.
그 중 파티 플레이 중심이었던 괴밀아를 제외하고 싱글 플레이가 중심이었던 확밀아와 체인 크로니클은 게임의 난이도와 콘셉트가 극과 극인 게임이었다. 확밀아가 최대한 많은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었던 것과 달리 체인 크로니클은 캐릭터의 진영과 조합 등 전략적인 요소가 더 중요한 게임이었다.
당연히 난이도가 높아진 만큼 체인 크로니클은 호불호가 나뉠 수 밖에 없었고 국내 시장에서 소수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롱런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된 그림노츠는 두 게임의 중간에 있는 게임이었다. 캐릭터 수집 요소가 있긴 하지만 맵에 출전시키는 캐릭터는 최대 4명이고 그 와중에 실제로 컨트롤 하는 캐릭터는 최대 2명이다.
실제 플레이하는 캐릭터 숫자가 적은 것은 체인 크로니클에 가까웠지만 턴제였던 체인 크로니클과 다르게 실시간 전투와 전투 공간이 칸으로 나뉘어지지 않아 실질적인 난이도는 훨씬 낮은 편이었다.
그림노츠의 핵심 플레이는 AI와의 협동이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필드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4명이지만 이 중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단 한 명으로 나머지 캐릭터들은 AI가 전투하고 유저는 그 캐릭터들의 스킬 타이밍만 정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는 AI의 움직임에 맞춰 최적의 타이밍에 적을 공격해 승리해야 한다.
AI와의 협력과 스킬 타이밍 때문에 자동 전투보다는 유저가 직접 플레이하는 전투가 요구되지만 이 게임이 자동 전투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 AI가 뛰어난 것은 아니어서 많이 답답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이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유저가 직접 자동 전투의 AI를 손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AI는 필살기를 안쓰지만 유저의 조작으로 필살기를 쓰는 타이밍, 전투 스타일 등을 손 볼 수 있다. 물론 더욱 정교한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 적으로 과금이 필요해보이지만 초반에는 필살기 타이밍만 조절해도 스테이지 클리어에는 문제가 없다.
스퀘어에닉스의 모바일게임을 자주 즐겨왔던 만큼 이 게임도 출시 전부터 기대했던 게임이었다. 하지만 한국식 편한 RPG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체인 크로니클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편한 일본식 UI, 단순한데 조작이 불편한 전투 등은 이 게임을 계속 붙잡고 싶다는 생각을 없애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스퀘어에닉스 게임보다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생각나는 그래픽은 동화라는 이 게임의 메인 콘셉트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줄평: 역시 AI랑 하는 팀플레이보다는 그래도 사람이랑 하는게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백인석 기자
“'왕자와 공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버리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과연 모두의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이 작은 의문 하나에서 시작하는 '그림노츠'의 가장 큰 매력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와 빨간 망토, 돈키호테부터 알라딘까지의 동화 속 이야기들을 살짝 비틀어 전개해나가는 시나리오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초반의 시나리오들은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후반부 시나리오에서 그 깊이가 깊어지는 만큼, 출시 초반에 공개하는 시나리오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액션은 가볍게 즐길 수도, 또 원한다면 여느 게임 못지 않게 깊이 있게도 즐길 수 있다. 히어로 에피소드에서 시련을 클리어하면 콤보의 수를 늘릴 수 있으며, 캐릭터를 교체하면서도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콤보 캔슬이나 패턴 공략 등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적들의 체력도 늘어나 상대의 뒤를 잡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충분히 액션 게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너클을 사용하는 캐릭터의 경우 복싱의 기술인 스웨이까지 사용할 수 있어 조작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
세세한 AI 설정도 여타 게임에서는 잘 볼 수 없던 시스템이라 좋았다. 알아서 공격하고 필살기를 사용하게 하는 등의 기초적인 설정 이외에도, 상대의 뒤를 잡게 하거나 알아서 진형을 갖추는 등의 세세한 지시도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AI를 설정하고 이를 돌려보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자신이 직접 설정한 AI로 상대와 대결하게 할 수 있는 투기장에서 이런 재미가 극대화된다. 공격은 포기하고 이리저리 도망만 다니면서 상대의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변태적인 전략부터 알파고 급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움직이는 AI 등 다양한 전략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다만 팝업북(페이지를 펼치면 그림들이 튀어나오는 책) 같은 인게임 그래픽에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싶다. 코와 입이 없는 캐릭터들은 표정변화가 없어 종이 인형처럼 느껴진다. 팔과 다리는 마네킹처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기 때문에 게임 전체의 타격감도 다소 떨어진다. 인게임 그래픽에서 큰 거부감을 느낀다면 게임 전체에 흥미를 느끼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화 속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개성을 게임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액션 RPG이기 때문에 앨리스와 백설공주가 칼을 들고 적들을 상대해야하는 부분까지는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지만,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전혀 담겨있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처음 게임을 본다면 각 캐릭터들이 어떤 동화에 나오는 누구인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백설공주가 그냥 검기를 내뿜고 앨리스가 삼단 올려 베기로 적들을 두 동강내기 보다는 적어도 각 캐릭터들의 동화적인 이야기나 느낌을 어느정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림노츠'에 대한 기자의 전반적인 점수는 'A-'이다.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지금보다는 더 개선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액션이나 게임의 소소한 재미들은 잘 갖추고 있지만, 동화라는 소재를 사용했다는 느낌은 스토리 이외에서 크게 느낄 수가 없었다. 여러 개의 동화들이 하나로 합쳐진 세상에서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더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줄평: 좋은 재료들을 라면에 넣고 끓여버린 기분, 재료들의 맛이 제대로 살지 못했다.
박종민 기자
스퀘어에닉스의 글로벌 모바일게임 그림노츠가 플레로게임즈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림노츠는 횡스크롤 플레이 기반의 수집형 RPG로 일반적인 단일 라인이 아닌 상중하로 나뉘어진 3라인 플레이를 통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이다. 캐릭터는 캐릭터의 강함을 나타내는 '별'로 등급이 부여되며 최대 7성 캐릭터를 수집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흔히 도시락이라고 부르는 재료캐릭터가 없고 스태미너 제한도 없기 때문에 온전히 캐릭터 자체에 집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오토플레이를 지원하지만 말 그대로 편의상의 기능일 뿐 오토 플레이를 사용해 플레이 할 수 있는 구간은 한정적이다.
명작 동화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성은 그림노츠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이 게임의 장점을 상쇄시키는 전투의 지루함은 명백한 단점이다. 동일한 무기를 가진 캐릭터의 전투 패턴이 외형만 다를 뿐 동일하며 게임을 어느정도 플레이하기 위해 상당한 반복플레이가 강제된다는 점, 캐릭터 수집이 필수적이지만 캐릭터를 수집하고 강화하는데 필요한 기회비용 문제 등 기존의 수집형 게임의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아쉽다.
무과금 유저의 입장에서 굉장히 느긋하게 즐기면 의외로 소소하게 즐길 수 있지만 그림노츠보다 더 예쁘고 더 액션성이 강조되었으며 더욱 많은 콘텐츠를 가진 게임이 많다는 점에서 이 게임이 가지는 경쟁력은 스퀘어에닉스라는 이름 하나밖에 없다는 느낌이다.
2D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잠깐씩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게임, 하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그림노츠다.
한줄평: 글로벌 유저들의 평가와 국내 유저들의 평가는 다를까? 시대를 앞서가지 못한 게임 '그림노츠'
김성렬 기자
누구나 아는 동화와 등장인물들을 잘 모아 '그림노츠'만의 세계관을 구축한 점, 그리고 흔해빠진 히로인에서 벗어나기 위한 '낯설게 하기' 등의 매력포인트는 있지만, 게임 내의 면면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플레로게임즈는 흔히 모바일게임에 구현되어 있는 '하트' 등의 행동력이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를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콘텐츠가 상당히 많이 준비되어 있어 행동력을 통해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것, 또는 캐릭터 육성 등 콘텐츠를 즐기는 데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림노츠'는 후자에 더 가깝다. 언제든지 하고싶을 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큰 장점이지만, 게임을 즐길 시간이 부족한 유저라면 아쉬움을 느낄 대목이다.
한편, 게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투다. 3라인과 태그 시스템으로 차별화를 꾀했지만 (사실상 태그 시스템도 인상적이지는 않다) 전체 필드에서 벌어지는 난잡한 전투와 필살기를 제외하면 특색 없는 캐릭터들 때문에 전투의 재미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진다. 조작감과 전투 자체의 재미가 부족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전략성을 살리기 위한 캐릭터 조합 또한 그 깊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오토 플레이 시 캐릭터의 움직임을 지정할 수 있는 AI 편집 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독특하지만, 이 시스템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 AI를 직접 설정하는 것을 보는 시각 또한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더욱 완벽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위해 머리를 써가며 설정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것, 그리고 따로 설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싸워 주기를 바라는 '귀차니즘'. 전자가 취향에 맞는다면 AI 편집 기능이 장점이 되겠지만, 직접 느껴본 이 시스템은 후자에 더 가까웠다.
캐주얼한 전투를 추구하고 있기에 그럴 수 있다고는 느껴지지만, AI행동 패턴의 개수가 한정적인 것 뿐만 아니라 패턴 수를 늘리기 위해 '시정석'으로 구매하는 열쇠가 소모된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그 개수가 적다고는 하지만 캐릭터마다 따로 적용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수집형 RPG에서 취향을 저격하는 일러스트와 성우는 이제 차별화 요소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보편화 되어있다. 동화 세계관을 재해석한 예쁜 일러스트는 장점이지만, 이를 '그림노츠' 만의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니어쳐 왕국'과 '투기장' 등의 콘텐츠들도 마찬가지였다.
한줄평: 조금 더 적극적인 운영의 묘(妙)가 필요하다.
이혁진 기자
흥미로운 설정, 재미있는 전투. 캐릭터들도 귀엽고 마음에 들었다.
사실 국내 출시되기 전 전투가 좀 지루하다는 평을 많이 들어 걱정했는데 적어도 초반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어느 지점에서 지루해지는지 궁금해하며 플레이중이다.
캐릭터들은 매우 좋다. 일본 서비스에선 볼 수 없었던 콜라보레이션,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추가도 가능한 형태라 향후 기존 캐릭터에 어떤 캐릭터들이 추가될지가 기대된다.
스토리도 흥미로운데 일단 결말이 있고 그 뒤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네버엔딩으로 진행되는 게임들과 달리 뒷이야기를 기대하며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로그인 보상 등 인게임 재화나 유료 재화를 꽤 풍족하게 주는 편. 소과금으로 풍족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취향에 맞는다면 오래오래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줄평: 인기, 매출 등 순위가 더 높게 나와야하는 게임 아닌가 싶은데... 구글이 잘못했네
총평
스퀘어에닉스의 차기작 글로벌 1500만 다운로드, 독특한 동화 설정, 귀여운 캐릭터 등 국내에서 게임을 기다려 온 유저들은 각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그림노츠를 기다려 왔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정식 출시 된 그림노츠는 일본에서 호평 받은 설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완벽한 한국어 번역, 한국 성우 기용 등을 통해 한국 유저들을 위한 완벽한 로컬라이징 콘텐츠를 선보였다.
하지만 단순한 전투 방식과 부족한 콘텐츠가 아쉽다는 것이 게임포커스 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과연 명확한 단점이 보이는 상황에서 플레로게임즈가 어떤 운영의 묘수를 보여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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