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팀에 '태업' 종용? X.D.글로벌 및 미카팀 국내 에이전시 관련 내부 폭로 논란

등록일 2018년03월19일 17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모 '소녀전선' 커뮤니티에서 X.D. 글로벌, 미카팀, 미호요와 협업하며 국내 업무를 진행하던 에이전시에 대한 내부 고발이 일어나 유저들 사이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8일 유동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디시인사이드 유저가 내부 고발글을 작성해 올리며 문제가 불거졌다. 해당 유저는 글에서 국내 에이전시가 X.D. 글로벌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자신들(번역 팀, 에이전시)에게 의지할 때까지 대기하라고 하는 등 중간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움직였으며, 심지어 '소녀전선' 한국어 설정집 번역 작업의 자료 제출을 고의로 늦추라고 사주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내부 고발 글을 작성한 유저는 "당시 번역 팀이 에이전시의 자료 제출을 고의로 늦추라는 요구를 들어줬다면 번역 팀과 스퀘어뮤직, X.D. 글로벌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러한 요구를 한 이유에 대해 "그의 분탕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본인(에이전시)에게는 피해가 전혀 없고 오히려 이득(본인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에이전시가 중간에서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스퀘어뮤직이 설정집 관련 업무를 빼앗아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며, 공개된 대화 내용 중에서는 지속적으로 번역 팀에게 태업을 요구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글이 공개된 후 유저들 사이에서는 에이전시가 번역 팀에게 태업을 종용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최근 '붕괴3rd', '소녀전선' 등 X.D. 글로벌이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번역 질이 떨어지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붕괴3rd'는 메인 스토리의 번역뿐만 아니라 일명 '붕연시'로 불리우는 '두근두근 데이트' 콘텐츠의 번역 질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다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에 에이전시 측에서도 동일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내부 고발 글의 대화 내용은 번역 팀 N모 유저와의 1대1 대화가 맞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태업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붕괴3rd', '소녀전선', 설정집 번역까지 단기간에 끝내라는 X.D. 글로벌의 압박에 번역 팀 N모 멤버의 건강이 걱정되어 개인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그는 "현재 주로 미카팀과 일하고 있으며, '붕괴3rd' 간담회를 준비하는 등 협업하고 있으나 다른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두 번째 해명 글에서 에이전시는 "번역 팀 N모 멤버가 미호요와 미카팀에 직접 본인(에이전시)을 지목해 번역 질이 낮은 이유는 의도적인 사보타주(태업)였으며 개인이 금전적 이득을 보기 위해 일을 망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보냈다"며 "이 문제는 개인적 사유에 의해 공개하기에는 민감한 사안이 많기 때문에 많은 해명을 하기는 어렵다. 번역 팀 N모 멤버와는 지난 2월 초 가벼운 이야기를 한 뒤에는 연락을 거의 주고받지 못했다. 어째서 저렇게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번역 팀 N모 유저가 발송한 메세지 일부

한편, 이번 사건은 유저들의 제보와 에이전시의 개인 대화 내역 제공 등을 통해 X.D. 글로벌, 미카팀, 미호요 측에서 확인 및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전시는 X.D. 글로벌과 논의 후 결과를 외부에 공개해도 좋다는 결론이 날 경우 해명 방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 글을 접한 유저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친분이 있는 번역 팀 멤버의 건강이 걱정되어 몸조심을 하라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더라도 '태업'과 같은 표현이 사용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내부 고발 사건으로 그 동안 쌓인 유저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각종 오프라인 행사에서의 원활하지 않은 진행과 주먹구구식 문제 해결,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번역의 질, 공식 카페의 음란물, 광고글, 분쟁글을 관리하는 관리자를 유저에게 맡기고 보상을 게임 재화로 지급하려 했던 '열정 페이' 논란 등 그 동안 쌓여있던 게임 외적인 불만들도 함께 쏟아져 나왔다.


또한 '케이크스퀘어' 등 오프라인 행사를 담당해온 것으로 알려진 에이전시가 이번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만큼, 일각에서는 X.D. 글로벌이 그와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

여기에 지난해 X.D. 글로벌이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한국 지사를 세우겠다고 밝힌 후 구체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지사를 언제 세울 것인지, 또 국내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 아마추어식 운영을 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등 날 선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원활한 서비스와 소통을 위해서는 제대로 지사를 설립하고 전문 인력을 뽑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유저들의 요구.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이 깊어지자 X.D. 글로벌은 '소녀전선' 공식 카페의 공지사항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X.D. 글로벌은 "해당 에이전시와는 지난 코믹월드 행사 당시 협력했던 관계로, 행사 진행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정식 직원이 아니며 X.D. 글로벌과 업무적 교류를 제외한 개인적 활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며 "차후 해당 에이전시와는 어떠한 협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더불어 외주 번역팀 중 한명인 N모 멤버에게는 이미 상응하는 대응이 이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소녀전선' 아트북은 공식 파트너사인 '스퀘어 뮤직'과 협력해 공동 제작되었으며, 아트북 번역은 소녀전선 PM '라이코'와 스퀘어 뮤직이 함께 진행했다. 게임의 번역 팀(일명 핫산)과는 관련이 없다"며 "아트북은 실 생산단계에 들어갔으며 출고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 폭로 글에 캡쳐된 대화 내용 중 번역팀 N모 멤버의 실명과 아트북 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는 대화 내용이 공개됐으나, 아트북 번역은 '소녀전선' PM과 스퀘어뮤직이 함께 했으며 해당 멤버 및 번역팀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X.D. 글로벌은 "저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 분들에게 좋은 게임을 제공하고, 만족스러운 게임 체험을 제공해 드리는데에 있다. 저희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주시는 유저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며, 현재 설립이 진행 중인 X.D. 글로벌 한국 지사를 통해 앞으로 한국의 유저분들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 미소녀 게임 열풍을 불러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던 X.D. 글로벌과 개발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유저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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