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스튜디오에서 '야생의 땅: 듀랑고' 프로젝트에서 디자인 유닛을 담당했던 넥슨코리아의 강임성 개발자가 '2018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 참석, '야생의 땅: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의 변화 과정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기존 모바일 게임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제작이나 생존 등의 시스템을 통해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하는 한편, 게임의 초반 플레이를 통해 이런 새로운 시스템들을 알기 쉽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게임을 구성하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게임에서 초반 플레이는 중요하다
그는 먼저 게임에서 초반 플레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초반 플레이란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기 시작해서 유저가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이 '무슨 게임인지' 파악할 때까지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한 게임의 경우 수십 초, 볼륨이 큰 게임의 경우 수십 분 정도를 초반 플레이로 볼 수 있다.
그는 "엔딩이 없는 게임은 있을지 몰라도 처음이 없는 게임은 없다"라며 "게임의 후반부가 아무리 재미 있더라도 게임 초반부에서 게임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몰라서 또는 재미가 없어서 그만 두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고 초반 플레이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행동, 스토리 두 축으로 보는 초반 플레이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게임의 장르, 목표나 복잡한 정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플레이의 행동을 제한하는 정도와 스토리와의 연관성에 따라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행동을 제한하지 않는 게임의 사례로는 '슈퍼 마리오'가 소개되었다. 슈퍼 마리오에서 유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게임의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유저의 행동을 전혀 제한하지 않는 방식은 게임 플레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게임의 규칙과 방법에 대해 알려줄 수 있지만 초반 플레이를 너무 어렵게 만들 경우 유저들이 실패로부터 좌절을 겪을 수 있다.
반면 유저의 행동을 제한하는 사례로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인 '시티빌'이 소개되었다. '시티빌'의 튜토리얼은 유저들의 모든 행동을 제한한 상황에서 게임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유저가 이를 따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는 유저의 실패 스트레스가 적고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유저들이 제한된 행동으로 인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어 스토리적인 측면에서는 '문명'처럼 스토리와 전혀 관계가 없는 개발자가 등장하여 게임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과 '보더랜드2'에서처럼 체력이나 지도 등의 UI를 스토리에 연관시켜 소개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게임의 시스템을 오프닝 시퀀스 등의 연출을 통해 설명하는 경우 유저들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초반 플레이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라며 "게임의 목표나 장르에 따라 초반 플레이는 달라질 수 있으며 심지어는 같은 게임 내에서도 구간마다 다른 초반 플레이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반응형 가이드와 장기 가이드로 시작된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
초기의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는 샌드박스 장르라는 특징을 살려 플레이어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의도했다. 이로 인해 초기 버전에서는 퀘스트나 NPC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지만 게임을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게임이 너무 낯설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캐릭터의 성장 과정에 따른 경험이 다르며 익혀야할 내용들도 많았기 때문에 아무런 설명이 없이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위해 '듀랑고' 프로젝트 팀에서는 반응형 가이드와 장기 가이드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초기 프로토타입 버전에서는 유저가 물 근처에 도달하여 물과 접촉하면 무전기를 통해서 별도의 가이드가 발생하게 된다. 초기에는 반응형 가이드를 통해 유저가 세계에 적응해 나가고 이후에는 유저들의 성장 과정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는 장기 가이드가 등장하는 것.
초기 '듀랑고'의 반응형 가이드와 장기 가이드에는 스토리와의 접점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서사적인 연출을 위해 게임 시작 전에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듀랑고'의 세계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등장하는 프롤로그가 추가되었으며, 다양한 캐릭터들을 선택하기 위한 화면 구성을 고민하던 중 기차라는 공강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후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유저들의 조작을 돕기 위해 손가락 형태의 가이드가 추가되었으며, 유저들이 게임 설치 이후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백그라운드 다운로드도 추가되었다.
그러나 반응형 가이드 만으로는 유저들에게 게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한계가 등장했다. 당시 프로토타입에서는 하나의 넓은 대륙만이 존재했기 때문에 유저들이 아무런 설명이 없이 '듀랑고'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면 헤매는 일이 잦았다. 여기에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제공되는 정보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유저들의 이해도 역시 천차만별인 것.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듀랑고'의 세계에는 단기 가이드가 추가되었다. 유저들이 다음에 해야할 일을 손가락 형태의 UI로 표시하는 한편, 일종의 스토리를 부여해 이 과정에서 에너지에 대한 개념과 모닥불을 만드는 등의 튜토리얼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또한 무전기 속의 신원미상의 인물은 유저들의 정서적 유대감을 위해 '케이(K)'라는 인물로 교체되었다.
튜토리얼 전용 섬이 탄생
이처럼 튜토리얼에 스토리를 통해 개연성을 부여하고 단기 가이드를 추가했지만, 포커스 그룹 테스트 진행 이후 테스터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일부 유저들의 경우 단기 가이드가 너무 짧아 2일 정도를 게임 내에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등 튜토리얼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보인 반면, 다른 유저들은 튜토리얼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유저들의 반응이 다소 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과일을 구해오라는 단기 가이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다른 유저들이 일대의 과일을 전부 수확하여 과일을 찾아 헤매는 일도 빈번했다.
이처럼 단기 가이드에서 부여하는 임무들의 수행 난이도가 유저의 시작 위치에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초반 플레이어들을 위해 시작 지역에는 강한 공룡들을 배치하지 않아 게임 플레이 도중 공룡을 보지 못했다는 아쉬운 의견들도 등장했다. 결국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듀랑고' 팀은 별도의 독립된 공간인 튜토리얼 전용 레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튜토리얼 전용 레벨에서는 유저들의 동선을 고려하여 자연물을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이에 맞춰 단기 가이드를 개편했다. 일례로 '듀랑고'에서 나무 등의 식물들은 자동으로 생성되지만, 튜토리얼 레벨에서는 유저들의 편의성을 위해 강이 잘 보이도록 나무의 위치를 내리는 등 수작업들이 진행되었다. 또한 채집과 제작에 대한 튜토리얼을 위해 고갈되지 않는 자연물들을 만들었으며, 동선은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도록 수정되었으며 딱딱한 방향표 대신 강아지를 따라가도록 가이드를 재구성하였다.
게임 첫 부분 탑승해 있던 기차에서 안정섬으로가는 모든 과정을 타임라인으로 구성, 여기에 유저들이 재미를 느끼는 구간을 파악하고 단계별로 익혀야 할 행동들을 지루하지 않게 배치하였다. 또한 구성한 레벨 디자인이 동선을 제한하던 부분을 수정하는 한편, 다양한 풍경들을 배치하여 풍경을 따라 돌아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게임에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완벽한 초반 플레이를 위한 수정은 계속된다
이처럼 유저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수정을 진행했지만 불필요한 동선들로 인해 이탈률이 높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튜토리얼 레벨을 나가기 위해 만드는 뗏목의 위치와 뗏목의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할 수 있는 위치의 거리가 멀어 이 과정에서 유저들이 지루함을 느끼거나 길을 잃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
또한 개발자들이 의도한 동선과 실제 유저들의 동선이 다른 문제들도 발생했다. 바로 직선으로 위로 올라가도록 만든 개발자의 의도와 달리 실제 유저들은 해당 공간 내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던 것. 이로 인해 유저들을 이끌 수 있는 트리거들이 작동되지 않는 경우들에 대해서도 수정이 가해졌다. 여기에 단순한 길잡이 역할로 등장하는 '케이'가 유저의 생명의 은인으로 등장하는 한편,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르스, 채집 제작과 속성 시스템에 대한 설명들이 추가되면서 우리들이 실제 '야생의 땅: 듀랑고'에서 접할 수 있는 초반 플레이가 완성되었다.
한편, 개발 초기 뗏목과 관련된 일화도 공개되었다. 초기 디자인에서 뗏목은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위해 튜토리얼 레벨 내의 유저들이 공동으로 재료를 조달하고 함께 탈출하여 친구가 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테스트 결과 다른 유저들이 재료를 모두 모아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편승하는 유저들이 생겼으며, 친구의 사유지의 물건들을 훔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안전가옥 - 마을섬 - 불안정섬으로 이어지는 듀랑고의 세계
초기 버전의 듀랑고에서는 튜토리얼 레벨을 벗어난 뒤에는 바로 불안정섬으로 진입하여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불안정섬 내에 사유지와 귀한 자원들이 혼재되어 있어 정착이 쉽지 않았으며, 섬의 크기가 너무 커서 모바일 디바이스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모험을 위한 '불안정섬'과 정착과 생활을 위한 '마을섬'이 구분되었다.
또한 튜토리얼 섬 이후 바로 '불안정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 플레이에서 제공하던 가이드에 익숙한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탐색과 발견, 귀환 등 모험을 위한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한 가이드가 추가되었다. 이 과정에서 '케이'만 등장하는 것은 단조롭다고 판단, 케이와 대립하는 '엑스(X)'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엑스'는 이후 듀랑고의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NPC들이 시초가 되었다.
한편, 테스트 진행 결과 '불안정섬'에 도달하기 이전부터 게임에서 이탈하는 유저들이 발생했다.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한 시간 정도 게임을 즐겨야 했으며 마을섬에서 모닥불을 제작하는 가이드로 인해 마을섬 전체가 모닥불로 가득차는 문제들도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듀랑고'의 개발팀은 '부트 캠프'라 불리는 '미니 불안정섬'을 만들어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트 캠프'에서 익히게 되는 정보량이 갑자기 너무 많아진다는 점, 유저들의 학습이 계속되는데서 비롯되는 피곤함들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듀랑고'의 개발팀은 '부트 캠프'를 '안전 가옥섬'으로 변경하고 '안전 가옥'을 '케이'의 주요 거처로 설정하게 되었다.
'안전 가옥'에서 유저는 '케이'가 소유하고 있는 멋진 집을 보면서 자신들도 저런 집을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듀랑고'의 사유지 시스템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무전기 대학'의 '라마'가 등장하여 자연스럽게 스킬에 대한 정보들도 얻게 된다. 또한 '안전 가옥'을 나가는 과정에서는 열기구를 통해 임팩트를 주는 한편, 마을섬에서 다른 유저들의 생활과 자리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유저들의 중 후반 안착을 위한 연장선, 퀘스트 시스템
'듀랑고'의 퀘스트 시스템과 관련된 개발 비화도 공개되었다. 강임성 담당은 "보통 퀘스트를 코어 플레이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퀘스트는 유저들의 중, 후반 안착을 위한 초반 플레의 연장선이다"라고 말했다. 유저들 대다수가 가이드가 사라지면 방향성을 잃게 되지만 게임에서 계속해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기 때문에 불안정섬에서 유저들의 목적성을 부여하기 위해 퀘스트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
섬의 출입구를 한 곳으로 한정지은 뒤, 여기에서 지령을 주는 것으로 게임 시스템을 변화시킨 결과 유저들이 게임 내에서 어느정도 목적성을 가지고 플레이의 동기를 부여받는 점을 확인했다. 강임성 담당은 "퀘스트를 통해 반자동으로 생성되는 단기 가이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라며 "퀘스트를 부여하는 인물과 단체를 다르게 해서 임무 성격을 다르게 해 매력을 부여하자는 의견들도 나왔다"고 말했다.
잘 만든 초반 플레이를 위한 조건들
프롤로그, 튜토리얼 레벨인 앙코라, '케이'의 안전가옥섬, 마을섬, 불안정섬으로 이어지는 '야생의 땅: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는 이처럼 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속에서 탄생했다고 강임성 담당은 밝혔다. 유저는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를 따라가며 '듀랑고'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고 성장 계획 등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게 된 뒤, 퀘스트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루프에 안착하게 되는 것.
그는 "인구 밀도와 관련된 문제로 인해 게임 운영이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기도 했지만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가 유저들이 낯선 게임을 즐기는 데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장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라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초반 플레이를 잘 만들기 위한 조언들도 공개되었다. 그는 우선 좋은 초반 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미있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게임을 재미있게 익힐 수 없다면 유저들은 금세 게임에서 이탈하게 된다는 것.
또한 게임 초반 플레이에서 유저들이 감정의 기복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들을 설정하여 게임이 기억에 남도록 만드는 한편, 정보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조금씩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여기에 같은 행동을 단순히 반복하게 하기보다는 여러 행동을 섞어 플레이에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어 난이도가 갑자기 어려워지기보다는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완만한 구조를 설정할 것을 당부하였으며 게임 내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많다면 한번에 익히게 하기 보다는 이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임성 담당은 강연을 마치면서 "게임의 핵심 플레이를 떼어 게임 앞에 붙이는 것은 초반 플레이가 아니다"라며 "다양한 초반 플레이가 차곡차곡 쌓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게임이다. 새로운 재미를 익히고 그 재미들이 모여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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