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플레이스테이션2로 출시된 '여신전쟁: 페르소나4'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라인을 통해 '페르소나' 시리즈의 본격적인 흥행이 시작 된 작품이다. 그 인기에 걸맞게 '페르소나4'는 확장판 '페르소나4 더 골든'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게임의 IP를 활용한 격투 게임을 비롯해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이중 특히 유저들의 이목을 모은 것은 '페르소나4'의 IP를 활용한 리듬 게임 '페르소나4 댄싱 올 나이트'. 게임 속 캐릭터들이 춤을 춘다는 독특한 발상으로 인해 공개 당시에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도 많았지만, 출시 이후 본편 못지 않은 텍스트 분량과 게임 만의 오리지널 수록곡을 바탕으로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 이후 다양한 추가 곡들과 복장을 통해 '댄싱' 시리즈는 당당히 '페르소나' IP의 대표 라인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페르소나4'가 성공적인 댄스 신고식을 치루면서 '페르소나3'와 '페르소나5' 역시 지난 9월 발매된 '페르소나3 댄싱 문 나이트(이하 P3D)'와 '페르소나5 댄싱 스타 나이트(이하 P5D)'를 통해 댄스 열풍에 동참했다. 특히 아틀라스의 부흥과 '여신전쟁' 시리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페르소나3'의 경우 'P3D'를 통해 약 12년 만에 최신 그래픽으로 팬들을 맞이한다는 점에서 출시 이전 많은 기대를 모은 바 있다.
'페르소나' 시리즈의 열렬한 팬인 기자가 'P3D'를 플레이해보았다. 최신 그래픽으로 다시 만난 '특별과외활동부'의 구성원들은 반가웠지만 그 못지 않게 아쉬움이 남았다.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돌아온 '특별과외활동부'
'P3D'의 가장 큰 매력은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다시 탄생한 '페르소나3'의 캐릭터다. 원작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2 기기로 발매되었으며 당시 많은 자본을 투입하지 못한 탓에 애니메이션이나 그래픽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페르소나5'부터는 캐릭터가 7등신으로 표현되는 등 작풍의 변화가 이뤄지면서 '페르소나3'의 캐릭터를 새로운 그래픽으로 만나길 원하는 팬들도 많았다.
'P3D'를 통해 원작 캐릭터의 그래픽이 일신되면서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더욱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원작에서는 캐릭터의 일러스트로 표정이나 감정을 묘사하던 것과 달리 'P3D'에서는 게임 속 그래픽을 통해 보다 풍부한 감정 표현이 가능해졌으며 일러스트만으로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캐릭터의 매력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느낌.
특히 '페르소나3'의 메인 테마 컬러 역시 보다 세련되게 변했다. 기존의 파란색은 단순하지만 어딘가 투박한 느낌을 주었지만, 'P3D'에서는 같은 파란색 계열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가벼운 느낌을 주는 하늘색 계통을 테마 컬러로 채택했다. 하늘색을 통해 리듬 게임에 맞는 가벼운 분위기를 전하는 것은 물론, 원작의 테마를 유지하기 때문에 '페르소나3'의 팬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OST를 또다른 느낌으로
'페르소나' 시리즈는 게임 이외에도 OST로도 유명하다. 매 시리즈마다 테마에 맞춰 다른 장르의 곡을 편성하는 것은 물론, 전투 시의 BGM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페르소나4 댄싱 올 나이트'에서는 원작에 수록된 OST를 전부 수록하는 것은 물론, 댄싱 시리즈 만을 위한 리믹스 버전을 수록해 리듬 게임에서 중요한 수록곡과 원작의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데 성공했다.
'P3D'의 수록곡 라인업 역시 훌륭하다. 원작의 곡들을 새롭게 재해석한 리믹스 버전 수록곡은 물론, 기존에 등장했던 OST들도 게임 내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원작의 팬들이라면 새롭게 재해석된 곡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느린 템포로 유명한 '벨벳 룸'의 테마곡을 댄스 장르로 재탄생시킨 리믹스 버전이 'P3D'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인 만큼, 원작을 아직 즐겨보지 않은 유저라면 비교하며 들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리듬 게임 초심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한편, 리듬 게임 특유의 진입 장벽으로 인해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P3D'에서는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통해 리듬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커스터마이징'은 게임 내의 다양한 시스템들을 유저가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기능으로, 박자만 맞추면 버튼에 상관 없이 판정을 내려주는 설정 등 게임의 난이도를 낮출 수 있다. 기자 역시 리듬 게임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지만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보다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난이도를 낮추는 것 이외에도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도전적인 플레이도 가능하다. 'P3D'의 핵심 시스템인 '스크래치'의 경우 일반 모드에서는 판정이 없는 노트이지만,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스크래치'에 별도의 판정을 부과할 수 있다. 이처럼 리듬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유저들도 쉽게 음악을 감상하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숙련자들에게는 도전적인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커스터마이징'의 매력이다.
원작 팬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는 '커뮤' 시스템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다시 탄생한 캐릭터와 다양한 수록곡은 인상적이지만, 게임의 중심적인 이야기를 책임지는 '커뮤'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작 'P4D'의 경우, 외전이지만 정식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후일담을 다루고 있으며 이야기의 완성도 역시 높아 이번에 출시되는 'P3D'에서도 전작 못지 않은 스토리를 기대한 팬들이 많았다.
그러나 'P3D'는 게임 만의 오리지널 스토리 대신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의 이벤트를 강조한 '커뮤' 시스템을 채택했다. 플레이어는 작품 속 캐릭터들과 춤을 추고 친밀도를 올려 새로운 이벤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캐릭터의 방에 방문해 다양한 가구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커뮤'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이벤트 중에 본편과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법한 이야기가 없어 원작의 팬들이라면 김이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캐릭터의 방에 방문해 숨겨둔 카드를 찾는 등의 콘텐츠는 전작의 스토리와 비교하면 매력이 부족하다.
특히 '페르소나3'와 'P3D'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라 원작의 팬들이라면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비교적 밝은 분위기에서 게임이 진행되던 '페르소나4'와 달리, 시리즈 초기 작품인 '페르소나3'는 세계의 멸망을 앞두고 시종일관 어두운 분위기에서 게임이 진행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 역시 친한 친구보다는 어쩔 수 없이 협력하는 동료 같은 느낌이기에 '아무래도 좋으니 일단 춤을 추자'는 'P3D'의 도입부가 더욱 어설프게 느껴진다.
가정용 기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UI
'P3D'는 전작 'P4D'와 마찬가지로 원 형태의 UI를 제공하고 있다. 화면 가운데에 캐릭터가 위치해 있고 노트가 원의 끝으로 퍼져나가는 형태인데, 가정용 기기에서 원 형태의 UI가 불편해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전작의 경우 휴대용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 비타'로 발매되었기 때문에 원 형태의 UI에서도 노트를 식별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P3D'의 경우 가정용 기기로도 발매되어 큰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때 많은 불편을 느꼈다. 화면이 크기 때문에 한쪽 노트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쪽의 노트를 놓치게 된다. 여기에 춤을 추는 캐릭터는 정 가운데에 위치하기 때문에 큰 화면에서 너무 많은 정보들을 제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절반의 성공 거둔 'P3D', 팬심 움직이기에는 부족했다
전작 'P4D'의 성공 이후 발매된 'P3D'는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다시 탄생한 게임 속 캐릭터들과 원작의 친숙한 OST를 색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리믹스 버전 등을 통해 원작을 즐긴 팬들이라면 'P3D'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페르소나3'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작의 스토리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는 게임의 분위기, 원작과의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어 매력이 부족한 '커뮤' 시스템, 단순히 숨은 그림 찾기에 불과한 수집 요소들은 '페르소나3'의 정식 후속작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는 부족하다. 특히 PS4 버전에서는 디스플레이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가시성이 부족한 원 형태의 UI를 채택해 리듬 게임으로서의 완성도에도 아쉬운 평가를 내린 유저들도 많다.
게임성과 스토리 측면에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았지만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재탄생한 '페르소나3'의 캐릭터 만큼은 호평을 받았던 만큼, 절반의 성공을 거둔 'P3D'가 '페르소나3'의 리메이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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