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온라인게임을 넘어 콘솔게임 분야에서도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중국 게임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 한국 게임산업의 앞길에 더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게임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정부 차원의 육성, 지원을 해 온 나라이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온 해외 인디게임사 관계자들이 지방정부 지원으로 이런 큰 규모의 행사가 열리고, 개발비가 지원되는 지원 사업도 많다는 것에 부러움을 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매우 이른 시기부터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노력을 해 왔다.
요즘 게임을 즐기는 젊은 게이머들이 태어나기도 전일 1997년에 이미 게임산업진흥계획을 수립했으며, 1999년 게임종합지원센터를 수립해 개발 지원 및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당시 게임산업의 2대 강국이었던 미국과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의 게임 산업 지원에 대해 WTO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한국 게임산업은 그들이 꽉 잡고있던 콘솔 분야가 아닌 온라인게임으로 발전해 직접적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국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규모가 큰 게임사들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한국 게임산업의 발전 과정을 연상시키는 중국 게임의 비약적 발전으로, 세계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콘솔게임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정부 지원도 강화되고 있어 격차가 줄어들기는 커녕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막연한 우려나 희망적 시선이 아닌, 중국 게임산업의 현황과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짚어보고 현실을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성장 둔화 벗어나 큰폭 성장 보인 중국 게임산업
한국 게임사들이 코로나 특수로 좋은 실적을 기록한 뒤 불황에 빠진 것처럼 중국 역시 코로나 후 2022~2023년에는 조금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24년과 2025년 상반기에는 다시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저력을 보였다.
출처: 2024 중국 게임산업 보고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2024년 3257억 8300만위안(약 65조 46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상반기에만 1680억원(약 33조 76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기존 게임들이 성적을 유지한 가운데 신작들이 꾸준히 나오며 소폭 성장했다.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우리와는 다르게 성장을 지속한 요인으로는, 이제는 필수가 된 크로스 플랫폼 게임 출시가 확대되고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된 점이 꼽힌다.
실제 중국의 게임 유저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무색하게 2025년 상반기에만 0.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0.72%라고 하면 적어 보이지만 중국의 인구와 게임 유저 수를 고려하면 500만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중국의 게임 인구는 6억 7900만을 돌파해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부문이 소폭 성장에 그쳤지만, 콘솔게임이 크게 성장하며 게임산업 성장을 견인했다. 여전히 중국의 전체 게임산업에서 콘솔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가파른 것이 눈에 띈다.
중국 콘솔게임 시장 규모는 2025년 상반기 10억 3400만 위안(약 2078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30% 성장한 수치이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중국 콘솔게임 시장 규모는 빠르면 2025년 하반기~2026년 상반기 중 웹게임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콘솔게임 가파른 성장, '검은신화: 오공' 성공의 여파
중국의 젊은 개발자들 중에는 한국의 개발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스팀을 통해 싱글플레이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성장한 이들이 많다.
이들은 한국에서 그런 개발자들이 'P의 거짓', '카잔', '스텔라 블레이드'를 만들고 싱글플레이 게임 개발을 이어가는 것처럼 싱글플레이, 콘솔, PC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으며, 시야에 둔 시장은 당연히 글로벌 시장이다.
세계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검은신화: 오공'은 중국 개발자들에게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겨줬고, 자연스럽게 중국 게임산업에 큰 자부심이 됐다.
상하이에 설립된 중국 최대 게임박물관에는 '검은신화: 오공' 코너가 따로 만들어졌으며, 중국의 코카콜라 광고 모델로 '오공'이 발탁된 것은 '검은신화: 오공'의 성공이 중국의 게임산업에, 중국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출처: 2024 중국 게임산업 보고
중국게임들은 '원신'으로 대표되는 소위 '이차원게임'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는데, '검은신화: 오공'의 성공은 '원신'이 벌어들인 돈과는 비교가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그와는 다른 의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정부가 'P의 거짓'이 게임스컴에서 상을 탄 후 고무되어 콘솔게임 개발에 대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처럼 '돈은 벌지만 그만큼 비판도 받던'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던 게임산업이 자부심의 대상이 된 순간이었다.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 육성에 더 적극적이 된 것에는 '검은신화: 오공'의 성공이 영향을 어느 정도 미쳤을 것이다.
중국 지방 정부들,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 커져
중국 내부 사정이 간헐적으로 전해지다 보니 규제와 미성년자 보호 정책에 대한 소식이 더 주목받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에서 중앙 정부와 각 지방 정부들의 지원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중국음상디지털출판협회 장이쥔(张毅君) 부이사장은 2025년 상반기 중국 게임산업에 대해 "중국 정부에서 시행한 게임 산업정책이 예년에 비해 지원 수준이 강화되고 있으며, 미성년자 보호 정책 시행 효과가 가시화됐다"고 평가했다.
먼저 오랫동안 중국 게임시장의 문제점으로 지목되어 온 '판호' 발행이 대폭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에만 중국신문출판서가 발행한 게임 판호는 외산게임 55 종을 포함해 총 812종에 달했다. 7월에만 134종(외산게임 7종)의 게임에 판호가 발급됐으며, 8월에는 173종(외산게임 7종)의 게임에 판호가 발급됐는데, 한달 사이에 173종이 판호를 받은 것은 제도 시행 후 최고 기록이다.
이렇게 판호를 받은 게임 중 2025년 상반기 중국 내에서 100만장 이상 팔린 싱글플레이 게임이 2종 나왔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20만장 이상 판매된 게임은 7종에 달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즐기게 됐고, 싱글플레이 게임의 성공 가능성도 확인된 시점에 게임산업 지원 정책, 게임 심사제도 개선 조치가 이어져 중국 게임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저장성은 지역내 제작된 게임의 해외 수출 지원에 관한 특별 정책을 시행하였고, 베이징과 광둥애소눈 심사제도 개선에 관한 정책을 시행했다.
잘 알려졌듯 중국의 지방 정부들은 각 지역 내 게임산업에 대해 독자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며, 지역에서 직접 게임산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중국 게임산업 최신 트렌드와 지원정책 보고서
먼저 저장성은 6월, 중국 지방정부 중 최초로 게임 해외 진출 지원에 대한 조치를 공식 발표해 중국 게임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6월 13일 나온 이 '게임 해외 수출 지원에 관한 약간의 조치'(浙江省商务厅等17部门联合印发)에는 항저우를 중심으로 닝보, 사오싱 등 각 지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게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게임 해외 진출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며, 기업의 해외 게임 전시회 참가를 지원하고 전문 해외 인재 유치와 해외 수출 자금 지원을 강화하며, 게임에 대한 심사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해외시장에서의 저작권 보호를 강화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베이징시는 6월 19일, '게임 심사 제도 개선 등 11 개의 주요 지원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사만이 아니라 중국 게임사들도 오랫동안 지적해 온 '오랜 심사 기간'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산 게임에 한해 시범적으로 심사 보조체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게임의 정식 심사에 앞서 사전에 심사의 요건에 대해 기업과 소통해 반복적인 수정 절차를 최소화하고, 게임 전문가의 심사 참여를 강화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으로, 저작권 등록 소요기간도 기존 22일(근무일 기준)에서 10일로 크게 단축할 계획이다.
수입 IP 게임 계약등록과 신고 업무에 대해서도 전 과정에 걸친 가이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으로, 한국 게임사들에게도 향후 큰 영향을 미칠 조치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이 자체 연구, 개발한 우수 게임에 대해 최고 500만 위안(약 10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하며, 베이징에 글로벌, 국가급 e스포츠를 유치할 경우 300만~500만 위안의 장려금을 지원한다는 자금 지원 정책도 담겼다.
우리도 겪었던 '인력난' 역시 겪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을 위한 인력 양성 정책도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 교육부가 4월 발표한 고등교육 학과에 '게임 예술디자인' 전공을 공식 추가한다는 발표는 큰 의미를 갖는 정책으로 꼽힌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콘솔게임에서도 중국 게임들과 정면 대결해야...
중국산 게임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일본, 한국이 중국 게임의 3 대 수출시장이며, 한국 시장은 중국 게임산업 수출액의 7.47%를 차지한다.
출처: 2024 중국 게임산업 보고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 게임들과 경쟁이 매우 힘들어진 상황인데, 한국 게임사들이 너나할것없이 뛰어들고 있는 콘솔게임 분야에서도 향후 중국게임들과의 정면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리는 싱글플레이 게임이 등장하고 있으며, 대형 게임사들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속속 콘솔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 선점효과를 누린 'P의 거짓'에 비해 '카잔' 등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더 높은 퀄리티와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질 것이다.
출처: CADPA
기존에 모바일게임으로 개발, 출시됐던 이차원게임들이 PC, 콘솔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차원게임 시장 매출의 과반을 차지하는 '원신',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명조' 등 대작들이 콘솔과 PC로 나오면서 기존 모바일 유저가 PC 및 콘솔게임 시장으로 분산되었는데, 이로 인해 모바일 이차원게임 장르가 축소되는 듯한 인상을 줬지만, 전체 파이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작들의 경우 모바일, PC, 콘솔 버전의 동시 출시가 당연시되게 되었고, 9월 도쿄게임쇼에서 큰 화제를 모은 넷이즈 '무한대', 요스타의 '명일방주 엔드필드', 퍼펙트월드의 '이환' 등은 PC, 모바일, 플레이스테이션5, 클라우드 버전을 모두 지원할 예정이다.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 등 국내 대기업들이 준비중인 서브컬쳐 신작들은 이들과 겨뤄야 하는데, 게임의 퀄리티는 기본이고, 이런 플랫폼 지원도 출시 시점에 가능하도록 준비해야할 것이다.
기업들이 각개약진했던 중국에서 이제 정부 지원을 더한다고 하니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느낌마저 든다.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규모를 갖춘 중국 게임사들이 정책, 인력 면에서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는다면 얼마나 더 무서워질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에서도 AI 등 신기술 지원 정책을 발표했고, 게임산업 및 e스포츠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방향성을 제시하고 우리 게임산업 경쟁력 재고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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