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게임의 본질인 만큼, 게임에서는 '재미'를 위해 게임 내 캐릭터의 생활을 상세하게 묘사하지 않고 생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우리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치열한 전투 뒤에 잠은 제대로 자는지, 혹은 끼니는 제때 챙겨먹는 지에 대해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으며 플레이어가 해치우는 적들의 구구절절한 가정사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 과정을 전부 풀어서 설명하면 게임의 흐름이 늘어지는 것은 물론,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인 '재미'를 느끼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역시 이런 세세한 부분들이나 현실적인 요소와 관련된 묘사를 생략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저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게임 속에서도 실제 생활 같은 '디테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제 유저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하염없이 플레이어를 기다리는 NPC들보다는 '오픈월드'로 구현된 게임 속 세계에서 살아 숨쉬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선호하며, 자신이 조작하는 캐릭터의 먹고 자고 살아 숨쉬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고 싶어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게임들이 NPC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플레이어가 만들어나가는 세계나 디테일한 묘사를 통한 '간접 체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디테일'한 생활묘사와 '재미'를 모두 잡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락스타 게임즈가 지난 10월 출시한 오픈월드 액션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는 유저들로부터 '디테일'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이전부터 기후 환경에 따라 말의 중요부위까지 영향을 받는 등의 현실적인 요소는 물론 당시의 서부 시대의 배경과 분위기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입소문을 타며 기대를 모은 바 있으며, 출시 이후에도 긍정적인 평가들을 유지하며 올해 'GOTY'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
'레드 데드 리뎀션2'를 플레이해 봤다. 기자가 느낀 '레드 데드 리뎀션2'는 락스타 게임즈의 집착에 가까운 현실성과 디테일한 묘사가 살아있으면서도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은 인상깊은 수작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4 최고의 영상미, 쾌적한 로딩 시간
아무 구간에서 게임 화면을 캡처하더라도 여느 서부극 못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정도로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영상미는 굉장히 뛰어나다. 말이 주 이동수단이 되는 시대 분위기 상, 플레이어는 말을 타고 자주 이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미국의 여러 자연 경관들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별도의 설정을 통해 UI를 해제할 수도 있어 멋진 풍경들을 감상하고 이를 사진으로 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 게임이다.
이 밖에도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영상미를 추구하기 위한 락스타 게임즈의 노력들을 엿볼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재생되는 컷 신은 실제 게임 내 그래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이동 도중에는 '시네마틱' 시점을 활용, 보다 먼 거리에서 플레이어와 등장인물을 바라보며 주변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퀘스트 진행 도중에도 여느 서부극 못지 않은 멋진 구도의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눈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넓은 오픈필드와 고 퀄리티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있음에도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로딩이 거의 없다는 것.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와 빠른 이동을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게임 내에서는 로딩이 전혀 없다. 컷 신 역시 게임 내 그래픽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사이사이 로딩이 없어 쾌적한 환경에서 멋진 서부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스스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살아있는 세계
'레드 데드 리뎀션2'의 가장 큰 매력은 게임 내에 하나의 살아있는 세계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살아있다'라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은 물론 다른 대상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하는데,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는 스스로 움직인다. 우선 필드 내의 날씨 역시 특징이다. 특정 지역에 들어서면 비가 내리는 방식으로 날씨를 표현하던 기존의 게임들과 달리,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구름이 무작위로 이동하며 비를 뿌린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구름을 관찰하면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의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시도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게임 내에 등장하는 NPC들은 전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가 속한 갱의 캠프에서는 갱의 구성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플레이어가 대화를 걸어야만 반응을 하고 나에게만 이야기를 건네던 기존의 게임들과 달리,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플레이어가 없는 자리에서도 대화가 이어진다. NPC의 행동 방식 역시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패턴이 없이 움직이는 생생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 역시 게임 속 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만들어 준다. 마을 곳곳에서는 건물을 짓는 공사 현장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그 자리를 찾으면 건물이 새롭게 들어선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게임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살아있는 세계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거의 모든 대상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인카운터 형식의 퀘스트이다. 플레이어는 오픈필드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다양한 NPC 또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발목에 사슬을 찬 채로 달려 나와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NPC는 물론, 혼잣말을 하고 있거나 비밀리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는 'KKK'단 등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에서 플레이어는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맞닥뜨린다.
인카운터 형식의 퀘스트에서 선택권은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달려있다. NPC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물론 단순히 총으로 쏴서 NPC를 처리해버릴 수도 있다. 특히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향후 퀘스트의 진행 방향이 바뀌는 것 역시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만들어준다. 노상강도에게 위협을 받는 행인을 구해주고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현장에 있는 모든 NPC를 사살하고 더 많은 보상을 획득할 수도 있는 등 플레이어는 모든 퀘스트 순간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 결과가 게임 내에 착실하게 반영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게임 속 주인공도 의식주가 중요하다, 극한의 리얼리티 추구
사실적으로 움직이는 세계 이외에도 집착에 가까운 락스타 게임즈의 사실적인 묘사 역시 흥미롭다. 기존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생략하는 요소들을 '레드 데드 리뎀션2'는 놓치지 않고 전부 게임 속에 녹여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의식주.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매 끼니 때마다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데, 음식을 너무 자주 섭취하면 과체중 상태가 된다. 해당 상태에서는 기력이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달릴 수 없는 패널티 효과를 받게 된다. 반대로 음식을 너무 오랜 기간 섭취하지 않으면 저 체중 상태가 되는데, 해당 상태에서는 상대와의 격투 과정에서 쉽게 밀리기 때문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현실 못지 않게 삼시세끼를 잘 챙겨먹는 것이 중요하다.
캐릭터의 외형 관리에서도 리얼리티가 드러난다. 언제라도 미용실을 방문해 플레이어의 마음대로 머리나 수염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다른 게임과 달리,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긴 콧수염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염이 충분히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머리 역시 게임 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길어진다. 이 밖에도 잠을 자지 않으면 기력이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충분히 잠을 자야 하는 등 플레이어는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에서 현실과 마찬가지로 여러 요소들을 신경 써야 한다.
이 밖에도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말에 실을 수 있는 현상 수배자나 동물의 사체의 수가 제한되어 있거나 전투 도중 벗겨지는 모자를 일일이 회수해줘야 하는 등 '이렇게 할 필요까지 있나' 싶을 정도의 현실적인 요소들을 엿볼 수 있다. 게임에 익숙해지지 않은 초반에는 불편했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살아있는 세계에 어울리는 현실적인 시스템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현실적인 세계에 걸맞게 플레이어 역시 가상의 세계에서 '제 2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몰입도가 높다.
끝없이 펼쳐지는 콘텐츠
방대한 오픈필드에 걸맞게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정말 끝이 없는 콘텐츠가 펼쳐진다. 게임의 큰 줄기를 담당하는 메인 퀘스트 이외에도 필드 내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인카운터 형식의 이벤트들이 존재하며, 이에 못지 않게 게임 내에 숨겨진 요소들도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는 레어 무기와 모자들. 수집을 좋아하는 유저들이라면 넓은 맵을 탐험하면서 새로운 요소들을 발견해 나가는 재미들을 느낄 수 있다.
조작 체계 역시 파고들수록 새로운 재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현실적인 시스템에 맞게 '레드 데드 리뎀션2'는 세세한 동작들까지도 유저들이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게임 내에서는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세세한 동작들과 그에 따른 효과들이 마련되어 있다. 'L1' 버튼을 누르면 무기를 꺼내거나 넣을 수 있는데, 리볼버를 장착한 상태에서 'L1' 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면 묘기를 부리며 무기를 집어넣을 수 있다. 게임 내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이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로 하여금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새로운 경험들을 즐길 수 있어 끝이 없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GTA' 시리즈를 통해 다양한 이스터에그를 선보인 락스타 게임즈 답게,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도 다양한 이스터에그들도 만나볼 수 있다. 거대한 UFO부터 생체 실험 현장 등 게임 내에서는 설명해주지 않는 다양한 요소들을 찾아내는 것 역시 게임의 재미. 이 밖에도 전설의 동물을 사냥하거나 트로피 획득을 위한 도전 요소 등 '레드 데드 리뎀션2'는 방대한 세계에 맞게 다양한 즐길 거리들을 제공하고 있다.
무법자로 사는 것도 힘들다
한편, 서부 시대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법자들을 생각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2'에서는 무법자라 할지라도 규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임의 시대적 상황 자체가 개척 시대가 어느정도 끝나고 문명화로 나아가는 시대인 만큼, 게임 내에서 마주하는 '갱'들은 정부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으며 이리저리 정부의 눈을 피해 살아간다.
이 때문에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 역시 그리 마음대로 행동할 수는 없다. 총으로 사람을 쏘더라도 근처에 목격자가 있으면 금세 지명수배가 걸릴 수 있으며 마을 내에서는 사소한 문제 하나만으로도 목에 현상금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GTA' 같이 화끈하고 막 나가는 범죄 액션을 기대하던 플레이어들이라면 실망할 수 있지만 나름대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서브 퀘스트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적들을 살리거나 죽이는 선택이 가능하지만, 메인 퀘스트에서는 그다지 큰 선택권이 없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주인공 '아서'는 어린 시절부터 갱단에게 거둬져 자랐기 때문에 본인의 신념과는 별개로 갱단의 이익이 더욱 중요하다. 그렇기에 사이드 퀘스트에서 플레이어가 아무리 인간적인 면모를 보인다 하더라도 메인 퀘스트가 진행됨에 따라 '아서'와 갱단은 설 자리를 잃고 그들의 악명은 높아져만 간다. 플레이어가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와 멀티 엔딩은 없지만, '바뀌어가는 시대와 무력한 인간의 모습'이라는 주제를 확실히 느낄 수 있어 효과적인 표현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의 서부 서사시를 써 내려가는 '레드 데드 리뎀션2'
'레드 데드 리뎀션2'는 기존의 게임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디테일한 묘사를 바탕으로 하나의 세계를 게임 내에 구현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가 세계의 구성원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현실적인 시스템을 추가해 몰입도를 높였다. 여기에 게임의 기본적인 서사 구조가 탄탄하기 때문에 한 편의 서부극으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것이 '레드 데드 리뎀션2'의 매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락스타 게임즈의 기존 작품인 'GTA'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를 기대한 유저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게임의 이야기는 상당히 느리게 흘러가고 이 과정에서 의식주를 비롯해 플레이어들이 신경 써야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서부극에서 볼 수 있는 화끈한 총격전을 기대한 유저들이라면 느린 게임의 흐름과 전개로 인해 게임이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레드 데드 리뎀션2'를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에는 '재미'를 위해 자리를 양보했던 '리얼리티'와 캐릭터의 생활 부분에서의 '디테일'이라는 요소가 이제는 당당히 게임 내의 주요 콘텐츠로 올라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레드 데드 리뎀션2'는 단순히 잘 만들어진 수작을 넘어 게임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느리지만 그 속에 묵직한 주제와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 '레드 데드 리뎀션2'를 통해 기존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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