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뜨거운 남자들의 이야기와 본편 못지 않은 서브 퀘스트 및 미니 게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용과 같이' 시리즈는 세가의 대표 타이틀 중 하나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 출시된 지 어느덧 10년이 지난 만큼, 최근에는 주인공 '키류'를 대신할 새로운 캐릭터가 공개되기도 하는 등 '용과 같이'는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10년을 맞이하기 위한 변화를 준비 중이다.
지난 2018년 12월 출시된 '저지 아이즈: 사신의 유언(이하 저지 아이즈)' 역시 '용과 같이' 시리즈의 새로운 10년을 열기 위한 시리즈의 외전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일본의 인기 배우인 키무라 타쿠야가 페이스 캡처 및 목소리 녹음을 담당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의 무대가 '카무로쵸'인 것은 물론 게임의 비주얼과 분위기가 기존 시리즈와는 크게 다르지 않아 '법과 같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등 출시 이전의 기대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기자 역시 '저지 아이즈'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이미 시리즈에서 지겨울 정도로 다뤘던 '카무로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게임의 주요 등장인물로 야쿠자가 그대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용과 같이' 시리즈를 너무 답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운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적어도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더 넓어진 카무로쵸, 이전과는 다르다
'저지 아이즈'는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가상의 공간 '카무로쵸'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순히 기존의 맵을 재활용했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실제 게임 플레이 내에서는 보다 확장된 '카무로쵸'를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층'의 개념이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2층 내지 4층 정도로 구현되어 게임 내에서도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의 층으로 이동하는 등 높이 면에서 보다 확장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맵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드론'을 통해서도 공중 또는 건물의 옥상까지 구석구석 탐험할 수 있어 익숙한 '카무로쵸'에서 보다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 밖에도 건물의 유리창을 부수고 상점 내부에서 전투가 가능해지는 등 전장 역시 확대되어 같은 맵을 사용하면서도 최대한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용과 같이: 제로' 급의 메인 스토리, 서브 스토리의 재미도 여전
'저지 아이즈'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다. '저지 아이즈' 총감독을 맡은 나고시 토시히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지 아이즈'의 각본이 본래 드라마로 제작될 계획이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개인적으로 '저지 아이즈'의 스토리는 '용과 같이' 시리즈 중 스토리 완성도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용과 같이: 제로'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무리하게 메인 스토리를 전개하다가 후반부에는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던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와 달리, '저지 아이즈'는 연쇄 엽기 살인사건이라는 작은 소재에서 시작해 그 뒤에 숨겨진 음모와 여러 반전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데 그 서사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높다. 연출에도 많은 공을 들여 작중 마지막 전투에서는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 못지 않은 박력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게임사에서 스포일러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부분.
본편의 묵직한 분위기를 보완하는 것이 '사이드 케이스'다. 기존 시리즈의 서브 퀘스트 역할을 하는 해당 콘텐츠에서는 제작진 특유의 엉뚱한 스토리나 개그 센스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마을 내의 캐릭터들과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프렌드 시스템'이나 '걸 프렌드' 등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사이드 케이스를 통해 충족시키고 있다.
키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발군, 캐릭터의 매력도 확실하다
스토리와 함께 키무라 타쿠야가 연기한 캐릭터 '야가미 타카유키'도 매력적이다. 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는 캐릭터의 상황이나 정장을 입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자유 분방한 성격은 키무라 타쿠야가 과거 출연했던 드라마 '히어로'와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키무라 타쿠야의 연기는 '저지 아이즈'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대사를 연기하는 톤이나 발음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웬만한 성우 못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어 인상적이다.
다소 불량한 느낌을 풍기지만 진지할 때는 눈빛이 변하는 야가미는 기존 시리즈의 '상남자' 키류와는 꽤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사용하는 무술 역시 중국 쿵푸를 기반으로 화려한 몸놀림을 보여주기에 본편과는 또다른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것도 장점.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기에 '저지 아이즈'의 후속작이 자연스럽게 기다려진다.
야가미 타카유키 이외에 게임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 모두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작중 메인 빌런의 포스가 상당하기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직접 그 매력을 느껴보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단조로운 미행 및 인카운터 콘텐츠는 아쉬워
게임의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은 인상적이지만 그 밖의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미행 관련 콘텐츠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 주인공 야가미의 탐정이라는 설정을 살려 게임 내에서는 특정 대상을 미행해야하는 파트가 존재한다. 미행 도중 플레이어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매복을 해야하는데, 매복을 할 수 있는 오브젝트를 구별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미행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지루함이 느껴진다. 간절하게 미행 구간을 건너뛸 수 있었으면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인카운터 이벤트 역시 아쉬움이 남는 부분. 게임 도중 주인공 야가미에게 원한을 갖고 있는 '케이힌 동맹'의 일원들이 플레이어를 습격하는데, 그 빈도가 너무 잦아 금세 지루해진다. 특히 중반부부터는 '김원승'이라는 NPC가 '케이힌 동맹'을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보내는데 이 또한 너무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흡사 스팸 메일이라고 느껴질 정도. 등장하는 적들 역시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 게임의 분량을 의식하고 너무 무리하게 인카운터 이벤트를 구성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색한 모델링과 엔진의 문제도 개선 필요
콘텐츠 이외에도 캐릭터 모델링과 엔진 자체의 문제 역시 후속작에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야가미나 카이토 등 남성 캐릭터의 모델링은 그리 어색하지 않지만 여성 캐릭터에 한해서는 어딘가 어색한 모델링을 구현하는 단점은 '저지 아이즈'에서도 여전하다. 작중 미인으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의 모델링이 남성 캐릭터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편이라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캐릭터의 표정 묘사 역시 아직은 어색하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그대로이거나 분명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고 있음에도 눈이 허공을 바라보고 있어 인형극 같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게임에 사용된 엔진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캐릭터가 바닥에 쓰러질 경우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팔다리를 퍼덕이는 경우가 많아 어색한 것은 물론, 길거리에 놓여 있는 자전거나 간판들은 잠깐 스치기만 하더라도 저 멀리 날아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조작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소한 문제라도 게임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보다 정교한 물리 엔진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전의 성공적인 데뷔, 물리치료변호사의 다음 의뢰가 기다려진다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았지만 '저지 아이즈: 사신의 유언'은 분명 매력적인 작품이다. 서사적인 완성도가 높은 것은 물론 게임에 처음으로 참여한 키무라 타쿠야의 존재감 역시 상당하기에 잘 만들어진 '일드' 한편을 보는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작품에서는 '파이팅 바이퍼즈'나 '뿌요뿌요' 등 클럽 세가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대폭 증가해 미니 게임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낼 수 있다.
새로운 주인공을 앞세운 외전 '저지 아이즈'는 분명 '용과 같이' 프랜차이즈의 향후 10년을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첫 작품을 통해 외전의 가능성과 '용과 같이'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성공한 '저지 아이즈'가 향후 새로운 작품으로 시리즈 팬들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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