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 논란으로 살펴 본 해외 자본의 국내 게임사 투자 및 인수 사례

등록일 2019년01월23일 15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넥슨 지주회사 NXC의 김정주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으면서 게임 업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해외 기업이 국내 게임사에 지분을 투자했거나 인수한 사례는 무엇이 있었는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넥슨은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사 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시초로 볼 수 있는 '바람의나라'를 비롯해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다양한 장르의 온라인게임들을 서비스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는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함께 '3N'으로 불리며 연 매출 2조 원을 올리는 등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하지만 1월 초 NXC의 김정주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지분 전량(98.64%)을 내놓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해당 지분에는 부인 유정현 NXC 감사(29.43%)와 김정주 대표의 개인 회사 '와이즈키즈(1.72%)'가 포함되었으며, 매각 주관사에는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관심은 넥슨의 매각 여부와 함께, 10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넥슨의 기업 가치를 높게 사 투자를 단행할 회사가 어디일 것인지에 쏠렸다. 이미 국내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슈퍼셀, 라이엇게임즈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인수하며 '공룡 기업'으로 성장한 텐센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넷이즈, 디즈니, EA,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의 기업들이 넥슨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오가는 상황. 다만 김정주 대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입장문에서도 매각설과 관련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콘텐츠융합포럼 제5차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스노우파이프 류명 실장은 넥슨 매각설 이전에도 해외 기업이 국내 게임사에 투자한 사례가 처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텐센트, 라인, 샨다게임즈,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 등 해외 기업들은 국내 게임사들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며 지분을 확보하거나 인수 절차를 밟기도 했다.

 

또한 위정현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은 정책토론회 현장에서 넥슨 매각과 관련된 네 종류의 시나리오를 설명하며 해외 기업들의 국내 게임사 투자 및 인수 시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으며, 현장에 패널로 참석한 명지대 김정수 교수 또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유력한 해외 기업 후보들을 분석 및 예측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넥슨 매각설, 정부 게임규제 철폐로 이어질까?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제5차 정책 토론회 개최

 

국내 게임업계 사상 초유의 '빅딜'인 이번 넥슨 매각설과 관련해, 해외 기업들이 국내 게임사에 인수 혹은 투자했거나 또는 국내 게임사가 직접 지분을 매각한 사례는 무엇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기업을 잡아먹는 中 공룡 기업 텐센트
이번 넥슨 매각설이 나온 이후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 텐센트는 이미 여러 차례 적극적으로 국내 게임사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텐센트는 2014년 자사의 100% 자회사인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당시 기준 최대 규모의 투자금액인 5,330억 원을 넷마블에 투자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텐센트는 28%의 지분을 보유했으나, 2018년 9월 말 기준으로는 소폭 줄어든 17.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방준혁 의장과 CJ E&M에 이어 3대 주주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는 지난해 펍지주식회사의 모회사 크래프톤(구 블루홀)에 5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크래프톤이 공개한 2018년 3분기 분기보고서의 5% 이상 주식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9월 30일 기준 장병규 의장이 17.8%로 최대 주주이며 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가 10.5%로 2대 주주다. 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는 텐센트의 투자 전문 자회사다.

 



 

더불어 2014년에는 라인과 함께 네시삼십삼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정확한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000억 원 대 규모로 추정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에도 500억 원을 투자하면서 국내 게임사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온 바 있다.

 

게임 사업 본격 나서는 라인주식회사, 통합 법인 '라인게임즈'의 출범
지난 2017년에는 라인주식회사가 게임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100% 자회사인 라인게임즈를 설립, 넥스트플로어에 투자를 진행해 지분 51%를 확보하고 합병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통합법인인 라인게임즈가 탄생했다.

 



 

라인주식회사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다소 지지부진한 메신저 사업의 성장 정체가 그 이유로 꼽힌다. 즉 게임을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아시아,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라인'이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

 

당시 넥스트플로어는 자사의 대표작인 '드래곤 플라이트' 외에도 '데스티니 차일드'로 잠재력을 입증했고, 지하 연구소 등을 통한 플랫폼 및 개발력 확장에도 힘쓰고 있었다. 이러한 향후 성장 가능성과 개발에 대한 의지가 라인의 이목을 끈 것으로 보인다.

 



 

라인게임즈는 최근 10종에 이르는 대규모 라인업을 공개하며 2019년 한 해의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해에는 합병 소식 외에는 비교적 조용히 보낸 라인게임즈이지만, 올해에는 라인게임즈의 행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지분 매각 후 타 게임사에 인수된 그라비티와 액토즈소프트
한편, 그라비티와 액토즈소프트는 일부 지분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아닌 게임사 자체가 타 국가의 게임사에 인수된 케이스다.

 



 

그라비티는 자사의 대표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로 널리 알려져 있는 1세대 게임사다. 2000년대 초기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하며 빠르게 성장한 이후,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최초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라비티는 지난 200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대표가 설립한 일본 게임사 겅호에 인수되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라비티는 현재까지도 겅호를 모회사로 두고 있으며, 현재 겅호의 지분율은 59.31%다.

 

당시 김정률 회장은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52.4%를 전량 매각하면서 4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겅호가 '라그나로크'를 서비스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후 개발사인 그라비티까지 인수했다는 점이다.

 



 

액토즈소프트도 그라비티의 경우와 유사하다. 2004년 당시, 액토즈소프트의 최대 주주였던 이종현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지분 약 29%와 경영권이 중국의 샨다 그룹에 양도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당시 한화로 약 1천억 원 규모였다.

 

본래 액토즈소프트는 '미르' 시리즈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높은 매출을 거두는 게임사였으나, 샨다게임즈가 '미르' IP를 활용한 카피캣 게임들로 기반을 쌓은 후 역으로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하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특히 당시에도 중국 게임사에 한국 게임사가 인수되자 IP 및 개발력,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거대 매물로 등장한 넥슨, 김정주 대표의 움직임에 이목 집중
이렇듯 거대 기업 넥슨이 매물로 나온 현 상황에서 인수회사가 그라비티와 액토즈소프트의 선례와 같이 국내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그 기업 문화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내부 경영인이 수차례 바뀌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고, 심지어 계열사들이 정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대표 게임사 중 하나인 넥슨이 갖는 무게감은 과거 그라비티나 액토즈소프트의 사례보다 훨씬 무겁고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내에서는 슈퍼셀, 라이엇게임즈의 사례와 같이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면서도 경영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텐센트, 지분을 인수하며 합병한 이후 상생의 길을 걷고 있는 라인게임즈, 게임을 서비스하며 몸집을 키운 후 역으로 게임사를 인수한 겅호와 샨다 등 다양한 케이스들이 존재했다. 다만 아직 넥슨이 어떤 방식으로 매각될 것인지, 또 어느 회사가 관심을 보일 것인지, 혹은 매각이 철회될 것인지 명확히 결정된 바가 없기에 향후 김정주 대표의 움직임과 타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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