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남자의 로망을 위해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 '갓겜'과 '망겜'의 경계선, EA '앤썸'

등록일 2019년02월27일 14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망겜'이 되어버린 '갓겜'을 아시오?

 

그 누가 EA가 지난 2월 22일 출시된 게임 '앤썸'이 19년도 최악의 게임으로 평가받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지난 2017 E3를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앤썸'은 남자들의 로망을 한데 합쳐 놓은 듯한 작품으로, 공개 당시의 영상 만으로도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아이언맨'의 슈트 느낌을 담은 '재블린'을 장착하고 드넓은 오픈필드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은 물론, 총 4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역할을 나눠 지역을 탐사하고 적들과 싸우는 게임의 시스템은 '남자의 로망'을 한데 모은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데모 버전 공개 이후 '앤썸'에 대한 유저들의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된 생동감 넘치는 오픈필드의 매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너무 잦은 로딩 현상과 완성도가 낮은 아이템의 능력 시스템, 편의성 부족 등 게임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진 것. 데모 이후 정식 출시 버전에서도 대부분의 문제가 수정되지 않아 '앤썸'은 현재 메타크리틱 60점을 웃돌 정도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 역시 출시 이전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앤썸'을 플레이했다. '앤썸'의 게임 초반 플레이 경험은 그야말로 경이롭다고 표현할 수 있었지만, 게임을 오래 플레이하면 할수록 점점 타협하기 힘든 단점들이 엿보이는 아쉬운 작품이다.

 

인상적인 '재블린 슈트' 경험, 보는 재미도 만족스럽다

 



 

'앤썸'의 첫인상은 매력적이다. 게임 플레이 초반, 핵심 콘텐츠인 '재블린 슈트'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제약들로 인해 기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초반 구간 이후 처음으로 게임의 무대가 되는 오픈필드를 만나고 자유롭게 활강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기존의 다른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즐길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4 기기를 기준으로 볼때 슈트의 조작 역시 직관적이다. 빠르게 달리거나 공중에서 날아다니는 조작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 것은 물론, 플레이어의 숙련도에 따라 빠르게 적들 사이를 날아다니거나 공격을 재빠르게 회피하는 등 화려한 플레이 역시 즐길 수 있다. 인간 형태의 메카닉 슈트라는 점과 함께 자유로운 활강 액션이 가능해지는 등 흡사 '아이언맨 시뮬레이터'를 즐기는 감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앤썸' 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으로 볼 수 있다.

 



 

넓은 오픈필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자연경관도 '앤썸'의 보는 재미를 충족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리스폰 지역 근처에 있는 초원 이외에도 폭포나 동굴, 혹은 더 아래에 위치한 절벽이나 심연 호수 등등 '앤썸'의 오픈필드에서는 다양한 자연 풍경들을 엿볼 수 있다. 날아다닐 수 있는 슈트를 통해 프리플레이 콘텐츠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도 있어 만족스러운 부분.

 

완성도 높은 전투, 슈트 별 차별화된 능력도 재미

 



 

멋진 슈트를 입고 넓은 오픈필드를 날아다니는 것 못지 않게 '앤썸'의 전투 역시 만족스럽다. 특히 각 슈트 별로 특화된 능력치와 전투 방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점차 다양한 슈트들을 얻고 게임 내내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앤썸'의 매력.

 



 

밸런스가 고루 잡힌 '레인저'나 다양한 상태이상 및 탱킹으로 승부하는 '콜로서스', 빠른 기동력을 지닌 '인터셉터'와 호버링과 마법 공격에 특화된 '스톰' 4종 중 자신이 원하는 슈트를 이용할 수 있으며, 부위마다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해 '메카 덕후'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주무기인 총기 2정과 퀘스트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다양한 부품을 사용해 장착할 수 있는 스킬로 풀어나가게 된다. 스킬들의 쿨타임이 그리 긴 편은 아니기 때문에 기껏 멋진 스킬을 장비하고 게임 내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으며, 총기의 탄약도 플레이 도중 넉넉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부족함 없이 화력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특정 슈트의 경우 근접전을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게 되는데, 보호막의 회복 속도도 빠르고 체력 회복 아이템을 자주 제공하기 때문에 슈트의 빠른 기동력으로 치고 빠지는 '히트 앤 런' 방식이 '앤썸' 만의 재미 포인트다.

 

이처럼 '재블린 슈트'를 조작하는 손맛이나 화려한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재미, 전투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에서 '앤썸'의 게임 초반 플레이 경험은 굉장히 흥미로운 편이다.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망겜'보다는 오히려 '갓겜'이라는 수식어가 더욱 어울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러나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앤썸'의 세계에 들어서는 순간, 점점 타협하기 힘든 단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화려한 이동과 전투에 대비되는 느리고 답답한 요새 파트

 



 

게임의 주 무대가 되는 오픈필드에서는 슈트를 입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퀘스트를 수주할 수 있는 공간인 요새에서는 편의성이 부족해 큰 불편함을 느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동속도. 요새 내부에서 이동할 경우 이동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해지는데, 공간이 상당히 넓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이동 등의 편의 기능이 없어 큰 불편을 느꼈다.

 



 

더욱이 퀘스트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만큼, 요새 내부에서 이동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 더욱 지루함이 느껴진다. 퀘스트를 받더라도 바로 출격 지점으로 이동할 수 없이 긴 시간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그 흔한 미니맵 기능조차 제공하지 않아 수시로 전체 지도를 열어가며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길이라도 일직선이라면 좋겠지만 요새 내부에는 골목길이나 문을 열고 지나다녀야 하는 구간이 많아 더욱 짜증을 유발한다.

 



 

긴 고생 끝에 만나는 NPC와의 대화도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게임 내 세계관을 등장인물들의 대화 또는 주변 물품이나 기록 등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지만 대화 자체도 핵심 내용이 없이 잡담에 불과하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선택지도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결국 오픈필드 만큼이나 넓은 요새라는 공간이 단조로운 이동과 반복적인 플레이 패턴으로 지루함만 남은 공간으로 느껴졌다. 특히 오픈필드에서는 슈트를 입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요새에서의 느린 흐름이 더욱 큰 단점으로 느껴진다.

 

너무 잦고 긴 로딩, 각종 버그 및 서버 문제도 개선 필요

 



 

요새 이외에도 '앤썸'의 한가지 큰 문제는 로딩이다. 오픈필드 진입 시나 복귀, 미션 출격 및 그 밖의 게임 내 거의 모든 콘텐츠에서 로딩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걸리는 시간이 상당해 게임의 흐름이 빈번하게 끊기는 일이 발생한다. 거대한 크기의 오픈월드를 불러오는 과정에서의 로딩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슈트를 강화하는 제련소에 입장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점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 특히 제련소는 빈번하게 입장해야 하는 만큼 게임을 즐기는 내내 로딩이 플레이어들을 괴롭힌다.

 



 

특히 멀티 플레이 도중 다른 파티원들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경고창이 출력되는데, 일정 시간 내로 아군 주변에 돌아가지 않으면 게임이 나름대로(?)의 배려심을 발휘해 플레이어를 아군 근처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긴 로딩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다른 플레이어의 위치까지도 과도하게 신경 써야 한다. 거리가 멀어지는 기준도 상당히 빡빡하게 구성되어 있어 눈 앞에 다른 플레이어가 보이는데도 경고창이 출력되어 괜히 마음이 급해지는 일이 많다.

 



 

각종 버그 및 서버 문제들도 빠르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 기자가 '앤썸'을 즐긴 플레이스테이션4 기기의 경우, 2시간 가량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4번이 넘게 서버 문제로 게임을 다시 실행해야 했다. 게임 진행 내용이 없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애써 로딩과 지루한 진행과정을 참아가며 미션을 클리어하려는 도중에 서버 문제가 발생하면 플레이 의욕이 급감하게 된다. 미션 클리어 이후에도 서버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언제나 서버 상황에 신경을 기울이며 게임을 플레이했다.

 

할 건 많은데 알려주는 건 없다, 즐길 거리가 없는데 그마저도 부족하다

 



 

편의성에 대한 부분들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앤썸'에서는 슈트의 기본 조작법 이외에도 속성이나 콤보 등 게임 내 생소한 개념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튜토리얼을 제외하고는 슈트의 심화 조작 방식이나 게임 내 개념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없어 초심자들에게 불친절한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짧은 튜토리얼 구간이 끝나면 각종 미션들이 정신없이 플레이어를 몰아치는데, 유저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방문해 콤보 효과는 무엇이고 '폭발'과 '충격'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공부해야 한다.

 



 

멀티 플레이어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핑'이나 '빠른 채팅'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 '앤썸'은 플레이어 간의 멀티 플레이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미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 내에서 음성 채팅을 제외하고는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다 보니 각자 흩어져 자원을 모으거나 던전을 클리어하는 미션에서 '가족오락관'을 방불케 하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개발 측이 음성 채팅을 제외한 소통 방법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은 만큼 유저들의 '가족오락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기의 종류와 맞지 않는 옵션이 자주 등장한다(출처 - 앤썸 커뮤니티)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한 뒤 플레이어들의 최종 콘텐츠는 높은 등급의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지만, '앤썸'의 파밍 구조가 게임 시스템과 맞지 않아 플레이어들의 만족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앤썸'에서는 각 무기들이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중권총의 무기에서 경기관총의 공격력을 높여주는 옵션이 나오거나 속성 무기에서 물리 공격력을 높여주는 옵션이 등장하는 등 파밍의 난이도가 다른 게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아이템의 드랍률 자체도 낮게 체감되어 플레이어들의 도전 욕구를 꺾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 추가적인 콘텐츠나 시스템 개편 없이는 지금의 악평을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자의 로망을 위해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는가

 



 

장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지만, '앤썸'이 표현하고자 하는 '남자의 로망'은 앞서 소개한 단점들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오버테크놀로지 적인 성격을 지니는 한편, 현실성 있는 디자인으로 설계된 '재블린 슈트'는 보기에도 멋질 뿐만 아니라 조작하는 재미 역시 일품이라고 느껴졌다. 자유롭게 활강하고 뛰어다니는 재미는 분명 기존의 다른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부분.

 

그러나 '남자의 로망'을 느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단점들과 타협할 수 있는지가 '앤썸'의 플레이 포인트다. 너무 잦고 긴 로딩을 극복하는 한편, 메인 시나리오 진행을 위해 참고 견뎌야만 하는 요새 콘텐츠들도 '앤썸'의 매력을 희석시키는 단점들. 이 밖에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서버 관련 문제나 편의성, 게임의 최종 콘텐츠인 아이템 파밍 과정의 불합리함들도 '앤썸'이 최고 기대작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추락하고 있는 이유로 볼 수 있다.

 

앤썸은 돌아올까...?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앤썸'은 개발사의 부단한 개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다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장 기자만 하더라도 4번의 강제 퇴장을 겪고서도 '재블린 슈트'의 조작감을 체험하기 위해 다시 게임을 실행할 정도로 '앤썸'은 분명 매력을 지니고 있는 게임이다.

 

'매스이펙트3' 이후 과거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바이오웨어와 팬심을 역행하는 EA가 '앤썸'에서 점차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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