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울며 싸우는 미소녀 액션 RPG '크라이스타',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등록일 2019년04월26일 14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는 말이 있다. 눈물을 흘리는 이성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남자 입장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공황상태에 빠지고, 마음이 약해지며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는 마법(?)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눈물의 강력한 힘을 실제로 활용하는 기묘한 게임이 등장했다. 지난해 일본에 출시된 '크라이스타'가 그 주인공. '크라이스타'는 '울며 싸우는 미소녀 액션 RPG'라는 무시무시한(?) 캐치프레이즈로 이목을 집중시킨 타이틀. 지난해 일본 현지에 먼저 출시된데 이어, 지난 4월 18일부로 아크시스템웍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한국어로 로컬라이징된 정식 버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크라이스타'는 미소녀와 눈물 그리고 '어둠'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합쳐 탄생한 액션 RPG다. FURYU가 개발하고, 히사야 나오키가 시나리오를 맡았다. 여기에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단순화 시킨 일러스트로 널리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 우에다 하지메도 참여했다.

 

미소녀가 울며 싸우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네이버에서 단편 웹툰을 연재하는 모 작가가 '이런 나쁜 게임은 한정판으로 사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극찬한(?) '크라이스타'를 직접 플레이 해봤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성우 연기는 인상적… 지나친 고유명사 남발은 '호불호'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러스트를 포함한 캐릭터 디자인이다. 주인공인 '하타다 레이'를 비롯해 '쿠온', '메피스', '펠레스' 등 게임에는 다수의 미소녀들이 등장하는데, 사후 세계나 환생과 같이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게임의 특성과 잘 어울리는 외모로 저마다의 매력을 어필한다. 캐릭터들의 의상과 외모는 보석과 상징을 바탕으로 전체적으로 고딕 풍으로 디자인되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게임인 만큼 풀 보이스 더빙도 지원한다. 이제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캐릭터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들의 열연이 다른 게임 이상으로 인상적이다. 특히나 게임 특성상 우는 연기가 상당히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하타다 레이의 성우를 맡은 콘도 레이나의 연기는 흠잡을 데가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게임 내 설정들을 설명해주는 과정을 받아들이기가 상당히 힘겨웠다. 애써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를 써가며, 그럴싸해 보이도록 꾸미는 일본 콘텐츠 특유의 태도가 상당히 큰 장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 세계관은 이렇게나 대단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설정과 용어를 살펴볼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존재하기는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많이 들고 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사실 이러한 장벽을 느꼈던 게임이 또 있는데, 다름 아닌 '페이트 그랜드 오더'였다. '개념예장'과 같이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운 고유명사들이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했는데, '크라이스타' 또한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요미가에리(환생)', '윤회전생', '공전사장', '방호사장'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익숙해지는 부분이기는 하나, 이러한 일본 특유의 설정 구성과 스토리텔링, 고유명사 등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플레이 자체가 고역으로 느껴질 것 같다. 반면 이세계로의 여행, 색다른 콘셉트를 받아들이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이 없고 평소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을 즐겼다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눈물'과 게임 시스템의 연계를 위한 고민, 그리고 아쉬운 전투 완성도
한편, 게임의 핵심인 '눈물'과 그 눈물을 흘리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 각종 설정들은 상당히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눈물 게이지를 사용하는 수호자와의 연계 기술, 처치한 적의 '사념'을 눈물로 정화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고 강해지는 등 '울며 싸우는' 이라는 설정을 게임 내 시스템과 연결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단순히 '눈물'을 흘리며 싸운다는 설정을 활용해 게임 내 몇몇 시스템의 이름만이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차별화되는 요소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여서 아쉬움을 남긴다.


전투와 모션 또한 큰 단점으로 다가온다. 약 공격과 강 공격의 조합, 회피, 락온, 점프 등 기본적으로 액션 게임이 갖춰야 할만한 것은 모두 갖추고는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상당히 낮고 액션의 구성도 빈약하다.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교체해가며 싸우거나, 버튼 조합으로 스킬을 사용하거나, 수호자와 함께 전투를 할 수 있지만 전투 자체의 양상을 바꾸는 극적인 요소라고 할 수는 없다.

 


 

액션의 깊이가 떨어지는 만큼, 다음 스토리를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플레이 해야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스토리를 보기 위해서는 어쨌든 '시련'을 계속해서 클리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미소녀 액션 RPG'라는 장르로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면, 이보다는 더 잘 만들었어야 했다. 또 스토리와 일러스트, 음악을 정면에 내세우고 있는 게임이라면, 굳이 액션이 아닌 그 어떤 장르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픽도 아쉽다. 수준 높은 그래픽을 갖춰야만 무조건 좋은 게임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첫 출시가 2018년, 게다가 PS4 플랫폼인 것을 감안하면 조금 더 힘을 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특히나 그래픽이 그다지 좋지 않아도 게임성으로 승부를 보는, 그리고 실제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들이 많은 요즘이라 더욱 그렇다. 다양한 콘셉트로 구성된 배경은 스쳐 지나가듯 보면 아름답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던전을 무대로 전투를 펼치기 때문에 게임이 진행될수록 지루하게 느껴진다.

 


 

'B급 게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아쉬운 타이틀 '크라이스타'
캐릭터와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들이 주로 비판 받는 이유는 다름아닌 게임의 베이스가 되는 장르적 완성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게임들은 흔히 'B급 게임'이라 불리우며 음악만 좋았다거나, 캐릭터만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잠깐 화제가 된 이후 금새 잊혀지고 만다.

 

직접 해본 '크라이스타' 또한 이러한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물을 핵심 콘텐츠로 하여 캐릭터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하고, 성장과 전투 시스템에서도 눈물이라는 콘셉트를 살려 구성한 것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눈물의 당위성은 납득되나 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는 없다. 또 액션 RPG라는 장르를 선택했다면, 지금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게임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이러한 'B급 감성'을 충분히 감안한다면, 그리고 평소에 이러한 라이트노벨 혹은 미연시스러운 느낌의 게임에 내성이 있다면 '크라이스타'는 매력적인 게임일 수 있다. 어여쁜 미소녀와 감성을 자극하는 OST가 있고, 특유의 진입장벽을 넘어서면 흥미를 돋우는 스토리 또한 몰입감이 높다. 자신이 S 성향이거나(?) 전투보다는 스토리와 캐릭터에 비중을 두는 게이머라면 한 번쯤 해볼 법한 게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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