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모바일 MMORPG 전성시대다. '리니지M'을 시작으로 한해에도 수십 개의 MMORPG가 쏟아지면서 조작감이나 콘텐츠, 시스템 등 게임 내적인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게임들이 상향 평준화를 이룬 상황. 이에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게임들이 살아남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모바일 MMORPG가 선택하는 해답은 다름 아닌 IP의 인지도다.
넥슨은 이런 시장의 트렌드를 비웃듯 계속해서 신규 IP로 모바일 MMORPG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독특한 회사다. IP의 인지도 대신 넥슨이 선택한 승부수는 독특한 시스템과 게임 외적인 요소들. 신규 IP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시장의 생각과 달리 2019년 출시한 모바일 MMORPG '트라하'와 'V4'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아직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다.
'V4'의 게임 콘텐츠는 기존의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플레이어는 하루하루 숙제를 하듯이 게임에 접속해 주어진 콘텐츠를 소화해 차근차근 레벨과 전투력을 쌓아야 하고, 필드 레이드에 참여해 좋은 장비가 나오길 바라게 된다. 강화 수치 하나에 울고 웃는 일은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을 정도.
게임 내적인 요소에만 집중하면 'V4'의 흥행 요소를 쉽게 발견하기 어렵지만, 'V4'의 진가는 게임 외적인 요소들에 있다. 'V4'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VIP라 불리는 3040 게이머들이 모바일 MMORPG를 즐기면서 불편하거나 불만을 가졌을 법한 요소들을 잘 짚어내고 이에 맞는 해결책들을 제시한 것. “크게 다른 것이 없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계속해서 'V4'를 플레이하게 되는 데에는 게임을 보조해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최고 수준의 최적화, 기기 발열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모바일 MMORPG를 즐기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다름아닌 발열이다. 최근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PC나 콘솔에 버금가는 고사양 그래픽을 제공하는데, 사실 '갤럭시 S8'이라는 비루한 기자의 모바일 기기 스펙에서는 이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분명 광고에서는 반짝반짝 광이 나는 모델링을 제공한다는데, 사실 기기의 사양 문제로 그래픽 최하 옵션을 강요당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시연 버전에서도 느꼈지만 'V4'의 가장 큰 장점은 최적화다. 시연 버전을 기준으로 고사양의 그래픽 옵션을 선택하고 행사 내내 게임을 실행했음에도 발열이나 구동과정에서의 문제가 없어 상당히 놀라기도 했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도 마찬가지로, 기기의 사양으로 인해 그래픽 옵션을 낮췄다는 점을 감안해도 동시기 출시된 다른 게임들과 비교하면 발열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배터리 소모량도 낮은데, 4시간에서 5시간 정도 플레이해도 타 게임에 비해 배터리가 느리게 소모된다.
PC 앱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발열이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사실 모바일 MMORPG를 즐기는 대다수의 이용자가 업무를 비롯해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자동사냥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발열은 '중대사안'이다. 모바일 기기를 온전히 게임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기에 충전기가 멀리 있거나 부득이하게 충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저절로 게임 이용을 꺼리게 되는 바. 이 점을 명확하게 짚어낸 것이 'V4'를 계속해서 플레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정말 기본적인 부분인데 이제야 넥슨이 'V4'에서 발열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더 커진 세계, '인터서버'로 완성한 서버간 교류
타 서버의 이용자와 교류할 수 있는 '인터 서버'도 사소하지만 'V4' 만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많은 모바일 MMORPG들이 방대한 세계를 지향하지만, 사실상 서버가 5개로 나뉘어지면서 다른 서버의 이용자와 교류하기 힘든 것이 현실. 친구들과 함께 같은 서버에서 모험을 하자고 약속했지만 접속 인원이나 실수로 인해 숫자 단위로 서버가 나뉘어 함께할 수 없을 때의 허탈함과 실망감도 크다.
'V4' 역시 숫자 단위로 서버를 나누었지만, 해당 서버의 이용자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인터 서버'를 구현해 이런 아쉬움을 덜어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속해있는 서버에서 사냥을 비롯한 게임 내 콘텐츠를 이용하다가 차원문을 통해 통합 서버인 '루나트라'로 이동할 수 있는 것. '루나트라'에서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나 적의 강함은 단독 서버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넓은 필드에서 각 서버의 이용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거나 교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임 이용 환경 고려한 압축 성장 구조
남는 시간에 즐기는 것이 게임의 본 매력이지만, 최근 모바일 MMORPG는 잠시라도 휴식을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동 사냥으로 인해 사실상 게임을 구동하는 시간이 레벨이나 전투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오픈 초기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앞서나간 플레이어를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 하루 종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24시간 내내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힘들다.
'V4' 역시 자동 사냥을 도입해 게임을 구동하는 시간이 레벨과 직결되지만, 하루 종일 게임을 플레이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어느 정도의 완충제를 마련했다. 매일 게임 내에서는 특정 시간 동안 '핫타임'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최대 500%의 경험치를 추가로 제공하기 때문에 낮 시간 동안 게임에 접속하지 못해 생긴 '렙손실'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또한 경험치를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획득할 수 있는 '몽환의 틈' 역시 후발 주자나 라이트 게이머들이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요소다.
'V4' 만의 오리지널도 필요하다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 이용자들의 아쉬움을 잡아낸 'V4'지만 장기적인 흥행을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 중요할 듯싶다. 최적화나 각종 시스템 측면에서 바라본 'V4'는 분명 매력적인 게임이지만, IP의 인지도에 기대지 않고 보다 많은 이용자들을 모으고 이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V4' 만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필요한 것.
성장 시스템은 '검은사막 모바일'을 비롯해 여타 게임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 영구적인 능력 강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흡사 '검은사막 모바일'의 출시 초반처럼 플레이어의 목표는 같은 사냥터에서 자동 사냥을 반복하며 '각인석'과 '장비'들을 모으는 것. 소과금 유저들도 무리없이 전투력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피로감도 상당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불리한 성장 구조다.
당장은 성장하고 강해져야만 하는 동기를 느끼기 어렵다는 점도 'V4'가 해결해야할 숙제. 게임 내에서는 높은 전투력의 보스를 사냥해 장비를 얻을 수도 있지만 결국 전투력을 높여서 다른 몬스터를 사냥하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트라하'가 게임 초반부터 플레이어를 중립 지대의 PvP 지역에 몰아넣어 경쟁심을 부추기는 반면, 아직까지 'V4'는 이용자간의 경쟁이 부각되는 편이 아니다.
한단계 진화한 모바일 MMORPG 'V4', 수명 연장 위한 묘수 필요하다
넥슨의 야심작 'V4'는 상향 평준화를 이룬 모바일 MMORPG 시장에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V4'는 단순히 고퀄리티 그래픽이나 게임을 가득 채운 콘텐츠 이외에도 최적화나 서버간 교류, 핫타임 이벤트 등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상황.
다만 게임만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이는 앞으로 출시를 앞둔 신작들과 경쟁하기에는 불리한 입증인 만큼, 'V4' 만의 독특한 매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당장 2주 뒤에는 엔씨소프트의 최고 기대작 '리니지2M'이 정식 서비스를 실시하는데 신규 IP로 경쟁하는 'V4'의 입장에서는 남은 수명이 그리 긴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시 초반의 성적은 안정적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장기 흥행이다. 격동의 시기를 겪은 넥슨이 'V4'에서 달라진 전략을 선보일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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