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만한 SRPG '랑그릿사 I&II', 반복 플레이 편의성 아쉽다

등록일 2019년11월27일 17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이 한국어화 출시한 '랑그릿사 I&II'를 100시간 이상 플레이했다. 루트가 많아 모든 엔딩을 다 보려면 200시간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요 엔딩을 확인했으니 감상을 정리해 보려 한다.
 
'랑그릿사 I&II'는 90년대 큰 인기를 모은 전술형 시뮬레이션 RPG '랑그릿사'와 '랑그릿사 II'의 리메이크판이다.
 

 
'랑그릿사'는 1991년 메가드라이브로, 2편 역시 동일한 플랫폼으로 발매되었던 작품으로, 이번 리메이크작에서는 캐릭터 디자인이 변경되고 풀 보이스를 지원한다. 스토리 면에서도 분기가 없던 1편의 엔딩이 8종류로 늘어나는 등 대폭 강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첫인상, 캐릭터 디자이너 변경, 나쁘진 않았는데...
리메이크이니 바뀐 그래픽에 적응하며 플레이하기 위해 나기 료 버전으로 쭉 플레이했다. 우루시하라 사토시의 그림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기 료도 원래부터 좋아하던 일러스트레이터로,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유노' 리메이크판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초반에는 '아 그래도 역시 원래 그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100시간 플레이하다 보니 정이 들었다. 일본판/한국어판의 트로피가 분리되어 나온다면 한 버전은 원작 그림체로 즐길 생각이었는데, 트로피가 통합되어 나와 조금 아쉽다.
 

 
캐릭터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나기 료의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창조된 SD 캐릭터들은 참 잘 나왔다는 데 다들 동의할 것이다. 결국 같은 전투를 몇번이고 하다보면 전투를 스킵하게 되지만, 기자의 경우 5회차 정도까지는 스킵 없이 플레이할 정도로 SD 캐릭터 조형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도 서비스중인 '랑그릿사' 모바일게임이 원작의 그림체를 잘 흉내내면서 재해석해 호평받고 있는데, 모바일게임을 하던 사람이 하면 위화감이 클 것 같다. 성우가 모바일게임과 다르다는 점도 그렇지만 2의 경우 모바일게임 버전도 원작과 달랐으니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둘 다 해본 기자의 느낌으로는 양쪽 다 괜찮았는데, 캐릭터에 따라 이쪽 이미지가 더 맞나 싶은 건 일부 있었다.
 
초반엔 고민, 후반은 단순해지는 전투
아마 원작을 플레이해보지 못한 유저라면 가장 먼저 당황하는 대목이 '이동 후에 마법을 쓸 수 없어'일 것 같다. 마법은 이동 전에만 사용 가능해서 적과의 거리 조절이 참 어렵다.
 

 
초반 캐스터 계열 클래스들을 키우기가 너무 어렵다 느끼는 유저도 많을 것 같은데, 초반에는 전직 트리를 전투 직업으로 타서 범위마법을 익힐 때까지 가거나, 아니라면 병종이라도 빨리 찍어서 기병, 창병 정도는 써서 레벨을 올려야 진행이 수월하다. 물론 레벨 작업을 할거라면 적극적으로 소환수를 뽑고 턴마다 마법을 소환수 포함해 써주고 하면 되는데 꽤 귀찮다.
 

 
초중반까지는 적, 아군 합쳐 100부대 정도가 나오는 대규모 전투에 질리며 배치를 고민하고 상성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작업은 엔딩을 보고난 뒤 레벨을 승계해 플레이하면 해결되고 무엇보다 아군 캐스터가 30레벨을 넘어가는 순간 전투가 너무 쉬워진다.
 
메테오만 쓰면 화면의 적 수십부대가 지워지니 그냥 메테오 써서 레벨 올라 MP 회복 후 메테오만 반복하면 된다. 루트에 따라서는 메테오를 쓰는 적이 우르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메테오를 먼저 쓰면 된다(...)
 
초반에 루트를 메테오 쓰는 적이 많은 곳으로 가버렸다면 이 게임 최대 고민과 계산이 필요한데, 메테오 범위를 늘 생각하며 미끼를 던져(적은 범위에 하나의 적만 있어도 최강 마법(메테오)을 구사한다) MP를 소모시키고 돌격하는 식으로 플레이해야 한다.
 
스테이지 클리어 시 피해 등을 계산해 랭크를 매기는 시스템도 없으므로 일반 병사들은 마구 희생시켜 승리를 쟁취하자.
 
리메이크판 최고 장점, 1편 개별 루트
원작을 플레이한 분들은 1편에서 크리스와 엘윈이 결혼하는 엔딩만 기억하고 있을 테고, 기자 역시 나암이 더 좋았는데... 리메이크판에서는 나암 루트가 생기고 베티(란스의 동생) 루트도 생겼다.
 
(엔딩을 보고 나면 각 캐릭터들의 후일담을 글로 보여주는데, 나암과 결혼할 경우 크리스는 고아원 경영하며 힘들게 산다고 해 엘윈은 왜 크리스는 안 도와주는 걸까)
 

 
베티 루트는 그야말로 어둠의 다크 루트라, 오리지널 시리즈의 다크함을 조금이나마 재현하려 했구나 하고 감탄했다.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시나리오 분기표에서 분기점을 보여주고 뭘 해야 분기가 되는지도 알려주므로 편하게 플레이하면 된다. 다만 없던 분기를 넣다보니 이렇게 해서 분기됐는데 왜 이렇게 돼? 같은 의문이 남는 부분은 조금 있었다.
 
어려운 건 없지만 시간이 매우 많이 필요한 트로피 구성
트로피 조건은 매우 단순하다. 그냥 모든 엔딩을 보고 1, 2편 주인공의 클래스를 모두 개방하면 된다.
 
'클래스 개방에 노력이 많이 필요한 걸까' 라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모든 엔딩을 보기 위해 1편을 8회차, 2편은 13회차 플레이해야 한다. '나는 세이브 데이터 계승 없이 매번 1레벨부터 시작할 거야!' 라는 신념을 가진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그냥 하다 보면 다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엔딩을 보라는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게임을 시작했는데, 단순하지만 정말 어려운 조건이라는 걸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세이브 데이터를 계승해도 매 스테이지 수십부대 나오는 적을 처리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후반부 적들은 레벨차이가 나도 메테오로 언제든 우리 부대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어 대충 플레이할 수 없게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클리어하기 위해선 세이브 데이터를 관리해가며 엔딩을 보고 로드해 시나리오 분기표에서 시나리오 분기 시점으로 돌아가 플레이해야 하는데, 왜 시나리오 분기표를 2회차 이후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해주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트로피에 어려운 조건이 하나도 없이 그저 양만 (아주) 많아도 어려운 트로피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게임이었다.(하지만 시간만 들이면 결국 달성할 수 있기에 달성률은 꽤 높은 편이다. 이 게임을 플레이한 유저 20명 중 한명은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했다)
 
총평
'SRPG라면 유닛이 100개 정도는 나와서 전쟁느낌을 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있던 기자에게 '그래 이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시에 '매 스테이지 100부대씩 나올 필요는 없잖아' 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만든 게임이었다.

 
SRPG로서 꽤 준수한 전투, 맵을 제공하는데 엄청난 반복 작업을 요구하면서 반복 작업의 편의성은 많이 제공하지 않는 게임이었다.
 
랑그릿사에 향수를 느끼고, 게임 하나 사면 오래 플레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강력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트로피 헌터라면, 내가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난이도인지 요구시간인지를 검토해 보고 시작할 것을 권한다.
 
그건 그렇고, 랑그릿사를 리메이크했으니, 다음은 '그로우랜서' 리메이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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