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 없이 직접 서비스 나서는 국내외 게임사들, 퍼블리싱 사업은 계속될까

등록일 2020년01월07일 13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개발사와 퍼블리셔. PC 온라인 게임 태동기부터 스마트폰 게임 전성기까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게임 서비스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퍼블리셔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2020년 1월 첫째 주,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TOP 30에 진입한 게임 중 별도의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 중인 게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중소 개발사의 게임은 물론, '라이즈 오브 킹덤즈'나 '기적의 검' 같은 잘 나가는 외산 게임들 역시 국내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고 해외 개발사나 운영사의 직접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 유통되는 상황.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게임 퍼블리싱 사업이 사장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출시되는 기대작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데, 그나마 남은 게임들도 직접 서비스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퍼블리셔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서비스할 게임을 찾는 일도 어려워졌기 때문.

 

자신감 붙은 中 게임사, 핵심 게임은 직접 서비스한다

 



 

해외 게임사가 직접 한국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사례는 2차원 게임 열풍을 주도한 '소녀전선'의 성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거에도 '도탑전기' 등 해외의 인기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부분이 국내의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유통했다.

 

그러나 XD글로벌이 별도의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해외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서 이제는 많은 해외 게임사들도 직접 서비스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2차원 게임 장르 내에서만 보더라도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기 게임들이 해외 게임사를 통해 서비스 중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구글 플레이나 앱스토어 등의 오픈마켓이 활성화되면서 간단한 현지화만 거치면 무리 없이 게임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점이 크다. 과거 PC 온라인 게임 전성기나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창기에는 현지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실시해 게임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해외의 게임도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면서 국내 서비스 이전부터 인지도 높은 게임을 이미 즐기고 있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점도 해외의 게임사가 직접 서비스를 시도할 수 있게 된 큰 이유.

 



 

특히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게임사들이 자사의 핵심 게임은 직접 서비스하고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그 이외의 게임들을 퍼블리셔에게 맡기는 구조가 형성되어 퍼블리셔가 성공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명일방주' 등 이미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 성공 가능성이 충분한 게임들은 직접 서비스하는 한편, 그 밖의 게임은 퍼블리셔에게 맡긴다는 것.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내부에서 출시되는 신작의 수까지 줄어들면서 퍼블리셔의 입장에서는 새롭게 서비스할 게임을 찾는 것마저 고역일 수밖에 없다. 2019년 8월 진행된 중국 최대의 게임 전시회 '차이나조이 2019'에서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신작의 수가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녀전선'이나 '벽람항로' 등 2차원 게임 열풍을 주도할 수 있는 게임의 수가 줄어들면서 퍼블리셔가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의 수 역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신작 줄어든 국내, 홀로서기 나선 중소 개발사들

 



 

국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대형 마케팅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모바일MMORPG 장르로 시장이 집중되면서 중소 개발사들은 신작 개발보다는 기존에 서비스 중인 게임에 집중하는 상황. 2019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소수 작품을 제외하면 중소 개발사의 게임을 만나보기 어려웠다.

 

여기에 국내 개발사들 역시 퍼블리셔 없이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는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퍼블리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예인을 기용한 대규모 마케팅이 게임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1인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 별도의 마케팅 활동 없이도 입소문으로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경로가 늘어나면서 자본이 없는 중소 개발사의 독립이 원활해진 상황. 특히 지난 2019년 '에오스 레드'나 '라스트 오리진' 등 중소 개발사의 자체 서비스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2020년에도 중소 개발사의 직접 서비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사와 운영 측이 분리되어 있는 기존의 퍼블리셔 구조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게임의 운영 흐름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의견들도 있다. 개발사가 운영을 병행하는 상황에서는 이용자들의 즉각적인 요구를 받아들이고 일일 단위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퍼블리셔와의 회의를 거치는 기존의 서비스 구조에서는 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 '에오스 레드'를 서비스 중인 블루포션게임즈 측 역시 홀로서기의 장점으로 빠른 의사결정 및 소통을 꼽은 바 있다.
 

퍼블리셔와 수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점도 중소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홀로서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퍼블리셔를 거쳐 오픈 마켓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할 경우 개발사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불과 20% 수준. 이미 플랫폼에서 30% 가량의 매출을 수수료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퍼블리셔와 다시 한번 수익을 나눠야 하는 상황이 큰 부담이라는 것이 개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결국 퍼블리셔의 입지가 줄어드는 최근의 상황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창기부터 이어진 퍼블리셔의 행보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시각.

 

스마트폰 오픈 마켓이 태동할 당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빠른 시장의 변화를 포착하고 단기간 내에 트렌드를 따를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퍼블리셔가 자체 개발작보다는 퍼블리싱 작품을 주로 서비스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 게임의 개발기간을 촉박하게 배정하거나 시장성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요구 사항 등으로 인해 개발사들이 퍼블리셔 대신 홀로서기를 선택하게 된 것. 더군다나 이런 상황에서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퍼블리셔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새로운 변화, 퍼블리셔의 필요성 입증할 수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머지않아 퍼블리싱 사업이 사장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게임 퍼블리싱 사업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 초창기를 주름잡던 비즈니스 모델이었지만, 최근에는 일일 단위의 빠른 의사소통이 중요해진 것은 물론 대규모 마케팅 없이도 입소문을 통해 게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면서 앞으로도 퍼블리셔의 역할이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퍼블리셔 역시 자사가 지닌 강점을 활용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단순히 게임을 국내 시장에 유통하고 마케팅을 집행하는 정도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앞으로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 그 이상의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퍼블리셔 디앤씨오브스톰이 중국의 모바일 게임 '방주지령'에서 국내 유저들의 성향에 맞춰 스토리를 전면 개편하고 독자적인 이벤트와 소통 채널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던 것처럼, 앞으로는 퍼블리셔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게임을 서비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피쳐폰과 스마트폰 시장의 과도기 시절, 시장의 트렌드가 모바일 게임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기존의 개발사들이 퍼블리셔로 전환하거나 퍼블리싱 사업에 집중하는 일종의 변혁기가 발생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2020년, 시장의 트렌드가 다시금 퍼블리싱에서 자체 개발 및 서비스로 이동하는 가운데 각 게임 퍼블리셔들이 어떤 생존 전략을 보여줄 것인지에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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