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코로나19'로 심화된 게임산업 양극화, '생존'이 우선과제가 된 게임업계

등록일 2021년01월06일 13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2020년은 가고 신축년의 해가 밝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있다. 코로나19가 사회 곳곳에 깊은 상처를 남긴 가운데, 수혜를 입었다고 평가받는 게임업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뜸해지면서 게임은 강력한 여가문화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에 게임 이용률은 최근 5년 내의 최고치인 70%를 기록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통해 게임산업이 2020년 17조 93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외부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지난 한해 동안 게임업계의 성과와 2021년 전망에 대해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마냥 낙관할 수 만은 없다. 대형 게임사들의 실적 견인을 통해 게임업계는 2020년에도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역대급 성과에 가려진 어두운 측면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코로나' 특수가 뭐죠? 점차 심해지는 게임업계 빈부격차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0년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한 '온택트' 분위기를 타고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실적은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중소 게임사 및 인디게임 개발팀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웃을수 없는 처지다.

 

3N으로 대표되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모두 2020년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여줬다. 특히 넥슨은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이 2조 5천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게임사 중 최초로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 여기에 스마일게이트 그룹 역시 2020년 창립 이후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는 등 코로나 시국이 국내 주요 게임사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훈훈한 한해를 마무리했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허리와 뿌리를 담당하는 중소 게임사 및 인디게임 개발팀들은 오히려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 진행 속도가 느려지거나, 기존에 준비 중이던 프로젝트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에도 버거운 것. 게임업계의 전체 실적이 상승했다는 외부의 시각과 달리, 내부에서는 대형 게임사와 그 밖의 중소 및 인디 게임사들 간의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게임사의 입장에서 코로나 특수라는 것은 사실상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며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의 프로젝트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정부의 지원 사업이 더뎌지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해 여느 때 못지 않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콘진이 발표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5인 미만 게임 제작 및 배급 업체 중 52.9%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감소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중소 게임사들의 목표는 늘 그래왔듯 '생존'이다
 

이에 2021년에도 중소 게임사들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생존'이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게임산업이 주목받는 것도 어디까지나 규모가 큰 회사의 이야기"라며 "무언가를 새롭게 진행하기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 대해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물론 많은 중소 게임사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시장의 다양성을 책임지는 인디게임 개발자들 역시 코로나19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매년 오프라인 인디게임 전시회 및 공모전을 통해 게임을 선보이고 피드백을 수집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대부분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체제 전환을 시도하면서 기회가 사라진 것.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오프라인을 통해 게임에 대한 생생한 반응을 얻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인데 작년과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갈증이 남아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여느 때보다도 정부 차원에서 적재적소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도 게임산업육성 예산을 전년 대비 44.5% 증액된 646억원으로 편성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얼어붙은 PC방과 아케이드 시장, VR 게임 활로도 막혔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PC방 및 아케이드 게임장 업주들의 한숨 역시 늘어만 가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로 인해 아케이드 게임장 및 PC방은 장기간 영업을 중단하거나 제한된 방식으로 운영했다. 2020년 7월 중순을 기준으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폐업한 PC방이 1,400여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며, 한콘진에 따르면 PC방 사업자 중 98%가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응답했다.

 

정부 차원에서 육성을 약속했던 아케이드 게임장 역시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질병 위기 상황을 버티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아케이드 게임장 사업자 중 99%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성장 기대치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해 한콘진은 2020년, 아케이드 게임 및 게임장 시장이 각각 -65.7%와 -56.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실제로도 수도권에서는 유명 아케이드 게임장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코로나19가 하락세를 보이던 아케이드 게임 시장에 결정타를 날렸다는 평가다.

 


 

특히 이 같은 PC방과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경우, 코로나19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대책이 없어 손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질병 확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넥슨 등 각 게임사들은 가맹 PC방의 이용 요금을 면제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예상보다 질병 위기 국면이 장기화되고 심각해지면서 게임사들 역시 만만치 않은 손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VR 게임시장은 PC방, 아케이드와 함께 2020년 역성장한 부문 중 하나다. HMD의 가격 정책 및 콘텐츠 부족 문제로 가정용 기기의 성장세가 더딘 가운데, 금액 부담이 덜하고 진입장벽이 낮은 VR카페(VR방)나 아케이드 게임장이 VR 게임의 돌파구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VR카페 및 아케이드 게임장들이 영업을 장기간 중단하면서 VR 게임 시장도 악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VR 게임업계는 코로나19 질병 국면이 끝나기 전까지 개인용 HMD 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VR카페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VR 게임을 접한 플랫폼은 스마트폰이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VR 게임 시장은 사장되고, 독립형 HMD에 집중하는 추세.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가성비가 좋은 독립형 HMD '오큘러스 퀘스트2'와 중국에서 새롭게 개발될 예정인 여러 HMD가 가정용 VR 기기 보급에 활력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온택트 장기화, 설 자리 잃어가는 오프라인 게임 행사

 


 

2020년,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오프라인 게임 전시회 등의 정통 게임쇼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각 게임사들은 e스포츠와 신작 발표회, 유저 간담회 등 주요 오프라인 이벤트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겼지만 게임 전시회의 경우 지난 한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

 

매년 많은 기대를 모으는 세계 3대 게임쇼(E3, 게임스컴, 도쿄게임쇼)는 코로나19의 질병 확산 및 피해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행사를 개최하거나 일정을 취소했다. 국내 역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나 '지스타' 등 게임 관련 전시회들이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긴 바. 그러나 오프라인 만큼의 재미를 전하지 못해 게이머들로부터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오프라인 게임 전시회 만의 매력을 잃어버렸다는 점이다. 오프라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게임의 재미를 공유하는 것이 기존 게임 전시회의 매력이었지만, 온라인으로 급하게 체제를 전환하면서 단순한 신작 및 플레이 영상 공개회로 성격이 변해버린 것. 결국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신작 쇼케이스와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 게이머들이 이야기하는 주된 아쉬움이다.

 

그렇다고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긴 게임사들의 주요 이벤트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각 게임사들은 주요 이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대부분 양방향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그쳐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게이머는 "평소 즐기는 게임의 신규 업데이트 발표회를 기대했지만, 사전에 녹화된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그쳐 아쉬웠다"라며 "게이머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보다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질병 위기 국면이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금의 '온택트' 기조가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예년에는 게임사가 주도적으로 신작을 발표하기보다는 굵직한 오프라인 게임쇼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굳이 오프라인을 이용하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자체적으로 신작을 발표하는 사례들도 늘어난 것. 온택트가 오프라인을 대체할수록 기존의 정통 게임쇼 측에서도 존재의의를 부각시킬 방법을 고민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각 게임사들도 변화보다는 지금의 행사 진행 방식을 고수한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당장은 온라인 행사 체제의 변환에 대한 뚜렷한 계획은 없다"라며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처럼 면밀한 소통이 어렵기에 궁극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는 방식을 유지해야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의 행사 개최가 어려워지면서 e스포츠 업계의 고민도 깊어져 가고 있다.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 또는 온라인에서 진행되면서 리그의 수익 구조도 악영향을 받았으며 대회 개최를 위해 마련되어 있는 오프라인 경기장들도 명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아프리카TV가 2020년 초 잠실에 건설한 오프라인 경기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며,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넥슨은 올해 6월 중 강남에 위치했던 자사의 대표 오프라인 e스포츠 경기장 '넥슨 아레나'의 문을 닫기도 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도 부산에 상설 e스포츠 경기장을 신설했지만,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21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난 e스포츠 업계가 올 한해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것인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처럼 게임업계는 전례 없는 위기인 코로나19를 딛고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성과와 달리, 여타 산업처럼 게임업계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위기들을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소식으로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타파할 길이 보이는가 싶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글로벌 각국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관측되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2021년, 게임업계가 위기를 극복하고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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