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3일 국내 개봉한 '소드아트온라인 -오디널 스케일-'(Sword Art Online: Ordinal Scale)이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지지 속에 개봉 2주만에 1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국내 극장에서 10만 관객을 돌파한 마니아 대상 애니메이션은 2015년 개봉한 '러브라이브 극장판'이 최초로 '킹 오브 프리즘' 등 손에 꼽을만한 몇 작품들만 있으며, 마니아 대상 애니메이션의 대표격인 '에반게리온' 극장판 시리즈도 도달한 적이 없는 고지가 10만 관객이다.
실사영화 중에서도 작은 규모로 개봉하는 영화들의 성공 기준이 10만일 정도로 개봉규모가 크지 않은 영화들에게 '10만'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를 가진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이 몇개월에 걸쳐 10만 관객을 동원한 케이스인데 비해 메가박스 단독 개봉한 '소드아트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은 2주만에 10만 관객에 도달해 눈길을 끈다.
'소드아트온라인' 하면 원작 소설이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라이트노벨이고, 플레이스테이션4, PS Vita로 나온 게임 시리즈도 국내에서 좋은 판매성적을 거둔 바 있다. 소설, 게임은 물론 TV애니메이션 시리즈도 애니플러스 VOD 매출순위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으며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인기 시리즈. 이번 극장판 흥행 성공으로 불패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이번 극장판 소드아트온라인은 원작 소설에 나오지 않는 완전 오리지널 스토리를 담고 있다. TV시리즈의 감독을 맡은 이토 토모히코 감독이 극장판 감독도 맡았으며, 성우진은 TV시리즈와 같다.
게임포커스는 이토 감독 및 주인공 '키리토' 역할로 국내에도 팬이 많은 성우 마츠오카 요시츠구를 만나 작품과 캐릭터들에 대해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두 사람은 개봉에 맞춰 내한해 무대인사 일정을 소화하며 국내 팬들과 만났다.
대화 참여: 이토 토모히코 감독, 마츠오카 요시츠구(키리토 역), 이혁진 기자
사진 촬영: 스와와명인보존회
* 본 인터뷰 내용에는 '소드아트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의 내용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은 영화를 보신 후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GF: 한국 방문은 몇 번째인가요? 한국에서 맛있는 것 좀 드셨나요
이토 감독: 4번째려나... 과거에 매드하우스에서 일할 때에는 한국 DR무비와 같이 일할 기회가 많아 자주 왔습니다. 10년 정도만에 다시 온 것 같네요. 다니면서 '어, 이 빌딩 전에는 없었는데!' 같은 느낌을 여러모로 받았습니다.
한국에 와서는, 아니 한국에서만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기본적으로 고기를 먹고 싶습니다. 전에 와서 먹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삼계탕이네요. 간 가게 중에 '이 가게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와서 삼계탕을 먹었다'고 붙어있는 집이 있었는데 엄청 맛있었습니다.
GF: 이토 감독도 벽에 걸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토 감독: 전혀요. 미야자키 감독이라 그런 거죠.(웃음)
마츠오카: 저는 이번 방문이 첫 한국 방문입니다. 일단 차선이 엄청 많고 넓고, 거리도 깔끔하고 멋지고. 먹을 것도 저한테 잘 맞더군요. 한국에 오자마자 밤에 스탭들과 고기를 구워먹으러 가서 새벽 2~3시까지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GF: 내한해서 무대인사를 진행했죠. 한국 팬들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마츠오카: 저는 이렇게 일본어를 아는 분이 많은가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무대에서 일본어로 말해도 반응이 바로 돌아오더라고요. 사실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긴장하고 있었는데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상냥한 분들이 많구나, 무대인사도 편안하게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했습니다.
GF: 남, 녀를 가리지 않고 키리토의 팬이 많더군요. 키리토 다키마쿠라를 가진 남성팬도 있어서 놀랐습니다
마츠오카: 무대인사 중에도 정말 여기저기서 환성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이렇게 키리토를 좋아해주는 분이 많다니 감사할 뿐입니다.
이토 감독: 일본어로 말을 하는데 평범하게 반응을 해 주셔서 '이거 통역 없어도 되는 거 아냐'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관객들에게 일본어가 어느 정도 통한다면 제작진이 전하려는 의도를 잘 캐치해 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GF: 일본에서 흥행 1위에 오르며 반응이 엄청나더군요. 한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어떤 느낌이신가요
마츠오카: 정말 소드아트온라인 세계는 대단합니다. 다양한 나라를 다녔지만, 세계 여러 곳에서 소드아트온라인이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 받아들여지고 모두가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다고 말해주시고, 영화를 보고 흥분해주시는 걸 볼 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을 받게 됩니다.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저도 흥분하게 된달까요.
이토 감독: 무...무슨 말이야?
마츠오카: 앞으로도 소드아트온라인을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이토 감독: 제작사 여러분, 듣고 계신가요?(웃음)
사실 저는 일본에 개봉해서 개봉 첫주 흥행 1위를 했다길래 못믿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한편으로 '마침내 나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일이 생겼어!'라는 느낌도 받았죠. 이제 나도 후배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됐다는 느낌입니다.
해외에서의 인기도 와서 직접 보게 됐고요. 늘 선배들에게 듣기만 하던 이야기를 나도 이제 할 수 있는 건가 싶네요.(웃음)
이번에는 특히 해외에도 일본과 거의 같은 시기에 개봉이 되어서 이벤트에서는 알기 힘들었던 영화를 본 사람들의 표정을 바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만족한 얼굴을 보고 '아, 다행이다'는 느낌을 받았죠. 안심했다고 해야 하려나?
사실 작품을 만드는 중에는 '어떻게든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거든요. 작품을 완성해 들고와서 관객 표정을 보고 안심하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GF: 말씀하신 것처럼 소드아트온라인 시리즈는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도 최고 인기 작품입니다. 지난해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의 소드아트온라인 게임 프로듀서 후타미씨나 애니플렉스의 카시와다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시아, 북미,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남미, 중동 등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국경과 대륙을 넘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츠오카: 흔히 연기를 할 때는 캐릭터의 심리상태에 트랜스한다고 합니다만, 저도 오디션을 받아서 키리토 역을 하게 되면서 원작을 읽고 원작의 문맥에서 받은 인상 등을 대사에 싣곤 합니다.
처음 등장할 때 키리토의 나이는 14살이죠. 14살 남자아이가 고생하면서도 한걸음씩 나아가서 게임이지만 게임이 아닌 세계를 살아간다는 점. 세계 어디건 관계없이 두근거리며 이 작품을 보고 있는 분들이 '이런 게임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생각할 그런 부분이 받아들여진 것 아닐까 합니다.
캐릭터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쉬운 작품이라고 하면 좀 너무 편한 답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이토 감독: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저도 답을 모르겠어서 오히려 질문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느낌입니다.
인기가 있는 건 알겠지만 세계 모두가 같은 이유로 소드아트온라인을 좋아하는 걸까 하면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사람마다 서로 다른 이유로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죠. 그리고 그런 다양한 좋아할 이유가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소드아트온라인의 매력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게임이라는 환경 속에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 별로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였던 게 받아들여졌나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GF: TV시리즈와 달리 이번 극장판은 오리지널 스토리로 전개되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어떤 부분을 신경썼는지 듣고 싶습니다
이토 감독: 원작이 없는 상태라 힘든 점은 있었죠. 일단 카와하라 선생님이 플롯, 전체적으로 이런 이야기라는 건 만들어 주셨고요. 그걸 기본으로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한편으로 이제까지 만들어 온 원작 내용과 어긋나면 안 된다는 걸 의식해야 했습니다.
그런 전제 하에서 원작과 마찬가지로 키리토와 아스나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어려웠습니다. 이런 외전 작품은 그런 점에서 서브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가급적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고요.
GF: 게임시리즈 프로듀서 후타미씨는 오리지널 스토리의 소드아트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쭉 해 왔는데, 이토 감독님도 그런 생각이 있었던 건가요
이토 감독: 원래 오리지널 이야기가 있는 작품의 감독을 맡았으므로 제로 베이스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만, 주변에서 그럼 하자! 고 진행이 되어 거기에 올라탄 것 뿐입니다. 하자고 하니 '어? 그럼 하지 뭐!'라는 것으로... 작품을 함께 만드는 거라 저 스스로는 그렇게까지 오리지널을 하고 싶다는 집착은 없었습니다.
GF: 이번에는 AR이라는, 게임업계에서도 최첨단 기술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AR게임 묘사 등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참고가 된 작품이 있었는지요
이토 감독: 이번 극장판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아직 '포켓몬 고'도 안 나온 시기로, 가동중인 AR게임이라고 하면 '인그레스' 뿐이었습니다. 저도 인그레스를 플레이하면서 이걸 액션에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 불안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과연 AR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잇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죠. 그런데 마침 포켓몬 고가 나왔고 '앗 이거 AR이 통하겠는 걸' 하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AR이라는 기기, 기술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서 사람들에게 인지가 되고 어느 정도 대중성이 생겼지만, 액션묘사를 하려고 하니 넘어야 할 산이 많았습니다.
몬스터와 대결하는 장면은 몬스터가 데이터지만 액션이 가능하긴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사람 대 사람의 전투가 되면 검과 검이 부딪히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안 왔습니다. 결국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히는 것으로 표현해야 하나 싶어 대인전 묘사가 필요하다면 손을 잡거나 당기고 미는 그런 형태로 하자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즈음 도쿄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AR 기술을 사용한 대전게임이 전시되어 보고 '앗 이거다!'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픽은 좀 조잡했지만 이게 발전한다면 그런 액션이 가능해지겠다 싶어 이야기를 듣게 됐죠. 대미지를 받으면 어떻게 느낄까 등을 이야기하다가 전용 장갑같은 걸 끼면 감각도 얻을 수 있다는 등의 정보를 얻었고 그걸 기반으로 픽션으로 정리해서 연출해 냈습니다.
GF: 그러고 보니 스탭롤에 '섬머레슨 개발팀'도 나오던데요
이토 감독: 가장 발전된 VR기기, 게임을 견학하던 중 그 일환으로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섬머레슨 팀의 협력으로 VR 체험을 PS VR 출시 전에 할 수 있었습니다. 그걸 해 보고 나서 극중에 나오는 '어그마'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배치하면 시야에 방해가 안 될까, 그럴 듯한 시야 디자인은 어떤 걸까를 생각해서 반영했습니다.
GF: 마츠오카씨는 이번 극장판에서 키리토를 연기하며 어떤 점에 신경을 썼나요
마츠오카: 영화에서 묘사되는 키리토를 보면 나이에 비해 달관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대로 표현하면 득도한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역시 모두와의 관계성이 과거와는 전혀 달라졌다는 것이죠. TV시리즈에서는 '나 혼자 해결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치터라 불린다거나 좀 치기어린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그와 비교하면 이제는 다양한 동료들과 만나 관계가 생겼다는 점에서 키리토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됐죠.
늘 아스나가 옆에서 등을 밀어주기(마츠오카씨는 '엉덩이를 차 주기' 라 표현) 때문이라 생각합니다만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던 미래가 펼쳐졌죠. 오디널 스케일에서 키리토가 동료들과 차를 마신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동료들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서 '아 키리토가 변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오디널 스케일 작중 리즈가...
이토 감독: 어이어이, 리즈에 너무 집착하는 거 아냐?(웃음)
마츠오카: 아니 리즈가 극 중 키리토에게 그런 말을 하잖아요.(웃음)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거 아니냐고요. 그런 부분에서 아 동료들이 키리토의 안전장치가 되어주는구나~ 라고 느끼는 거죠.
이번 극장판 연기에서 뭐가 어려웠나를 생각해봤는데, TV시리즈가 끝나고 2년이 지나는 동안 게임은 계속 나왔습니다. 게임 쪽은 패럴렐월드로 시간축이 좀 달랐다곤 해도 키리토가 게임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을 했단 말이죠.
하지만 오디널 스케일은 다시 TV시리즈 2기가 끝나고 2주 뒤라는 설정이라 그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는 게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모여 연기를 하니 일순간에 그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더라고요.
GF: TV시리즈부터 게임, 극장판까지 쭉 키리토 역을 맡아왔는데 키리토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나요
마츠오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낮다는 점은 저와 키리토가 거의 동수준이라 봐야죠.
이토 감독: 무슨 소리야?(웃음)
마츠오카: 처음 녹음할 때에는 현장에서 거의 대화를 못했어요. 구석에서 조용히 있었죠.
이토 감독: 현실에서도 솔로플레이어였구만.(웃음)
마츠오카: 네. 그런데 소드아트온라인 작업을 하고 5년이 지나는 동안 다양한 현장에서 일을 하며 여성과도 평범하게... 아니 아직 평범하진 않지만요. 아무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고, 동세대 남자들과는 그시절엔 상상도 못하던 '어이~'같은 가벼운 말이나 반말도 할 수 있게 됐어요.
GF: 키리토와 함께 마츠오카씨도 변한 거군요
이토 감독: 역시 맡은 역할과 함께 연기자도 성장하는 거네요.
GF: 자 다음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시간입니다. 소드아트온라인에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잔뜩 등장하죠. 마츠오카씨는 리즈벳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 외에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느낌도 들어봐야할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역시 아스나상!
마츠오카: 아스나상인가요. 그렇죠.
아스나에게서는 역시 남성이 생각하는 이상을 구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부인이 있으면 위험하잖아!' 같은 느낌이에요. 요리도 잘 하고 머리도 좋고 집안도 좋고 귀엽기까지. 이러면 '으아 이건 빈틈이 없어!'라고 생각하게 되죠.
멘탈 면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꾿꾿하게 맞서는 멋진 면도 갖고 있는 마음이 강한 상냥한 여자아이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의외라고 해야 하나? '마더스 로자리오'에도 나오지만 마음이 약해질 때 키리토에게 기대오지 않습니다.
'
키리토군이 저런 얼굴을... 내가 힘내야지!'같은 느낌인데, 키리토로서는 '아니아니 여기선 나한테 말을 해!' 같은 느낌이죠.
다음엔 누구 이야기를 하면 될까요?
GF: 역시 스구하일까요
마츠오카: 스구하는 스구하대로 조금 불쌍한 아이죠. 가정 환경 면에서도 사실은 의붓오빠인 걸 눈치채고 있는데, 오빠를 좋아하지만 아스나상이 있으니까 말이죠. VR 세계에서 오빠인 걸 모르고 키리토군에게 끌리지만 알고 보니 오빠였고. '뭐야 이 운명은!' 같은 느낌입니다.
뭐랄까... 스구하가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스구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상냥한 아이라 아스나와도 계속 좋은 관계를 쌓아갈 거라 봐요. 뭐 장래에는 아스나의 여동생이 될 거니까...
GF: 다음은 시논짱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죠
마츠오카: 시논이군요. '건게일온라인'의 원작을 읽으면서도 생각했지만 시논과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는 세계 어딘가에 분명 있겠죠. 자기가 열심히 한 결과 어머니에게 괴물 취급을 받게 되고. 그건 아이에게 충격적인 트라우마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GF: 게임프로듀서 후타미씨는 시논이 무적의 히로인 아스나의 최고의 라이벌인 것 같아 응원한다고 하더군요
마츠오카: 에~ 후타미씨가 시논을 좋아하는 건 그런 이유인가요.(웃음)
시논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볼 강함을 가진 아이였습니다. 키리토와 만나 함께 걸어가고 결과적으로 트라우마를 뛰어넘었죠. 트라우마를 넘어서는 데에는 자기 의지가 필요하므로 그런 의미에서도 키리토의 존재와 관계없이 시논은 강한 아이라 생각합니다.
GF: 마지막은 극장판의 신 캐릭터 유나가 되겠네요
마츠오카: 어떤 유나 말씀인가요
이토 감독: 왜 '어떤 유나냐'고 묻냐면 대본 상 노래하는 건 '쿠로유나'(검은 유나), 키리토 앞에 나타난 건 '시로유나'(하얀 유나)라 했기 때문입니다. 별개의 두 캐릭터가 있다고 취급한 것이죠.
GF: 그럼 시로유나로 부탁드립니다
마츠오카: 시로유나는 에이지의 인생을 바꿔 버렸지만, SAO의 희생자이기도 합니다. 시게무라 교수로서는 자신이 너브기어를 건네준 것 때문에 유나가 죽어 버렸죠. 시게무라 교수가 하려는 건 해선 안 되는 일이지만요.
그런데 유나 본인으로서도 현실의 세계에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을까요?
이토 감독: 없지 않을까?
마츠오카: 없나요?
이토 감독: 없다고 봐.
마츠오카: 에이지와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을까요?
이토 감독: 에이지는 아마도 일방적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유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지는 알 수 없어.
마츠오카: 시로유나는 SAO를 경험한 모두의 기억의 집합체로서의 유나죠. 실제 유나는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고 멈춰선 에이지를 격려해 준다거나, 어떤 의미에서 'SAO 세계 안에선 이런 일이 잔뜩 일어났다'는 이야기를 대변하는 아이라고 봅니다.
기억의 집합체로 원래 유나에 가까워진 시로유나도 자기 상황을 제대로 마주하는 아이였다고 보고요.
GF: 시로유나와 쿠로유나는 완전히 별개의 존재군요
이토 감독: 에이지가 대기하는 방에 있는 컴퓨터에서 진행도가 올라가고 있는데, 그게 키리토 앞에 나타나는 시로유나입니다. 평소의 노래하는 유나는 다른 존재죠.
GF: 마츠오카씨는 리즈벳, 후타미 프로듀서는 시논을 이야기했는데 이토 감독은 어떤가요
이토 감독: 저는 시논입니다. 간단하게 결혼한다면 시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극장판에선 에이지라고 해야겠군요. 에이지는 어두운 측면도 있지만 허술한 면도 있어서 귀엽습니다. 만들 때에는 그런 생각을 별로 안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 좀 불쌍하면서도 나쁜 녀석은 아닌데 싶더라고요.
GF: 마지막 질문을 던진 후에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마츠오카씨는 게임 시리즈에도 키리토역으로 쭉 출연했는데, 자신이 출연한 게임을 플레이하셨는지요
마츠오카: 소드아트온라인 게임은 다 하고 있습니다. 최신작인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도 플레이했죠.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은 새로운 느낌의 게임이 되어서 필드가 넓어지고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면 장비가 나오는데, 파밍을 하다 보면 스토리를 진행하지 못하고 계속 옆길로 새게 되더라고요.
이게 필드에 나갈 때마다 네임드 몬스터가 리젠되는데, 잡으면 레어도가 랜덤으로 장비를 드랍하거든요. 그래서 최고 장비를 얻고 싶어서 계속 잡게 됩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지만 못 넘어가겠어요. '한번만 더 잡아보자! 이번에 안 나오면 그냥 넘어가자!' 하면서 계속 하게 됩니다.
GF: 원작자 카와하라씨도 엔딩을 못 봤다고 하더군요. 150시간을 플레이해도 엔딩을 못 보고 레벨링만 하다가 결국 엔딩을 못봤다고 들었습니다
마츠오카: 사실 물리적으로 플레이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요.
GF: 자 그럼 팬들에게 전하는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마츠오카씨는 영화를 아직 안 본 분들에게 전할 말과 이미 보신 분들에게 할 말을 나눠서 해 주세요
마츠오카: 네. 그럼 먼저 아직 오디널 스케일을 보기 전인 분들께. 이번에 소드아트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이 한국에 개봉했습니다. 지난 5년간 SAO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제까지 얻은 것을 모두 합쳐서 열심히 만든 작품입니다. 분명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릴 작품이 될 것입니다. 끝까지 보고 '앗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싶다면 다시 한 번 보며 놓친 부분을 찾아보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이미 영화를 보신 분들께는, 에이지나 시게무라 교수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소드아트온라인 시리즈에서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던, 지금까지 제가 깊게 생각하지 못한 그런 부분을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소드아트온라인 안에서 4000여명이 죽었고, 그들에게는 모두 가족이 있을 겁니다. ALO가 시작될 때에는 그런 가족분들 중 많은 분들이 반대 운동에 몸을 던졌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시게무라 교수가 집에 돌아와 뉴스를 보고 가방을 떨어뜨리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정말 후회가 됐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유나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런 경험을 한 사람이 잔뜩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 시게무라 교수는 자신의 야망을 달성할 기술, 힘을 갖고 있었던 것 뿐이죠.
적, 구별하기 위해 적이라 해야겠지만, 적들의 생각도 살펴보며 다른 시점으로 한번 더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GF: 감독님께는 TV시리즈 팬들에게, 그리고 원작팬이 아닌 일반 영화팬에게 각각 코멘트를 부탁드립니다
이토 감독: 먼저 TV시리즈를 보신 팬 여러분께는 팬 여러분이 100% 만족할 작품이라 보장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일반 영화팬 여러분께는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이런 것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헐리웃 엔터테인먼트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일본의 애니메이션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너의 이름은.'을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지브리풍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이런 것도 있다는 걸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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