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아크의 명작 리듬게임 '디모(Deemo)'가 모바일, PS Vita, 닌텐도스위치를 거쳐 이번에는 PS4로 돌아왔다.
'디모(Deemo)'는 '사이터스(Cytus)' 시리즈와 함께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레이아크의 대표작이자 인기 리듬게임이다.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다양한 음원, 라인 없는 터치 기반의 플레이 방식,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진 '소녀'와 '디모'의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 등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모바일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디모(Deemo)'는 그동안 PS Vita와 닌텐도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새로운 시도를 이어왔다. 그 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이 다름 아닌 만우절에 처음으로 깜짝 공개됐던 PS4 버전의 '디모 –리본-(Deemo –Reborn-)'이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차에, '디모 -리본-(Deemo –Reborn-)'은 만우절에 깜짝 공개된 트레일러 이후 약 2년만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모바일 버전 '디모'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기억을 되살려, '디모 -리본-(Deemo –Reborn-)'을 자칭 리듬게임 마니아인 기자가 플레이 해봤다.
원작 그 이상, 잘 살린 '디모' 특유의 분위기는 합격점
우선 눈에 띄는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3D로 새롭게 구성된 공간과 캐릭터들이다. 홀쭉한 몸매와 큰 키가 인상적인 '디모'를 비롯해 게임을 이끌어가는 '소녀' 그리고 '가면을 쓴 여자아이'까지 새로운 모델링으로 만들어졌다. '소녀'의 모델링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 외에는 특별히 문제될 만한 부분은 없어 보였다.
리듬게임 파트 외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게 될 서재, 피아노 방, 다락방, 지하실 등의 공간들도 '디모'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착 가라앉은 분위기로 잘 구현되어 있는 느낌이다. 플레이에 따라 거대해지는 나무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외에 V.K 곡들을 모두 제외한 점도 개인적으로는 잘 대처했다는 생각이다. 사실상 '디모'를 대표하는 곡인 'Wings of Piano' 등의 곡들이 제외된 것은 아쉽지만, 논란이 될만한 것은 확실히 배제하고 가겠다는 레이아크의 생각을 지지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디모' 특유의 아름다운 일러스트, 그리고 음악들의 완성도도 만족스럽다. 특히나 원작과 마찬가지로 각 곡마다 '소녀'가 콘셉트에 어울리는 옷을 갖춰 입은 움직이는 일러스트들이 특히나 만족스럽다.
아쉬운 볼륨과 생각 외로 높은 진입장벽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기본 수록곡 볼륨이 아쉽다. 같은 PS4 진영의 또 다른 대표 리듬게임인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에 비하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미 본편에도 수없이 많은 DLC가 존재하는 만큼, 향후 추가될 여지는 충분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아쉬움이라면 진입장벽을 들고 싶다. 우선 기자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 4키 MX 난이도를 즐기는 수준의 실력인데, '디모 -리본-'은 기본 6키에 아날로그 스틱까지 더해 총 8키로 플레이하게 되니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키가 더해졌을 때 노트가 헷갈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리듬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공감할 것이다. 특히나 몇몇 곡에서 R1, L1 버튼을 거의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노트 패턴이 개인적으론 상당히 버겁게 느껴졌다.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패턴 디자이너들이 직접 짠 패턴을 풀 콤보를 하고 나서야 게임에 적용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디모 –리본-'을 하면서 패턴 구성을 하는 사람의 노하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
종합해 보자면,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기준으로 4키 또는 6키 A타입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구매 전 충분히 고민해보자.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세로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은 라인과 노트, 그리고 터치 기반의 플레이가 기본인 '디모'를 듀얼쇼크로 어떻게 플레이 하도록 구현했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실제로 플레이 하고 나서는 슬라이드 노트를 L3, R3로 처리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점이 느껴지지 않아 김이 샜다. 세로 영역으로 구분된 라인과 노트를 구현하는 것이 PS4 환경에서는 최선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VR로 즐기는 색다른 느낌의 '디모', 퍼즐 요소는 아쉬워
닌텐도스위치에서도 조이콘과 터치, 라보 등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지원한 것과 유사하게 '디모 -리본-'에서도 듀얼쇼크 패드 외에 PSVR을 지원하는데, 무브 모션 컨트롤러를 사용한 플레이는 네오위즈의 트리거 팀이 개발했던 '탭소닉 탑 월드 챔피언 VR'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VR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색다르나, 이것이 PS4 버전을 꼭 구매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비트세이버'와 같은 독특한 케이스가 아닌, 기본적인 탑다운 형태의 리듬게임과 VR은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PSVR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정도로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퍼즐 요소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초~중반은 그럭저럭 해 볼만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진다. 여기에 직접 '소녀'를 조작해 각 지역을 샅샅이 뒤져야 하는 점, '소녀'의 동작이 느긋한 점이 합쳐지면서 답답함을 불러 일으킨다. 뿐만 아니라 지역을 이동할 때, 음악 컬렉션 선택 창에서 빠져나올 때 등 로딩 스크린을 상당히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로딩 속도는 느리기에 불편함을 야기한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상호작용하는 오브젝트를 찾아내도록 구현되어 있는데, 단순히 터치로 간단히 가능했던 것을 직접 돌아다니도록 구성하니 상당히 진행이 늘어지는 느낌을 준다.
하나 더 불만인 것은 모바일 버전과 같은 반복 플레이 유도 장치다. 나무를 키워 '소녀'를 다시 위로 올려 보낸다는 설정 때문에 나무를 키워 나가는 시스템은 그대로지만, 난이도 별로 '다른 곡'으로 판정해 불필요한 반복 플레이를 유도 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본질보다 겉치레에 신경을 쓴 '디모 –리본-'
'Reborn'이라는 부제목을 선정한 이유가 처음에는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마도 레이아크는 3D로 새롭게 태어난 캐릭터들과 공간, VR로 즐기는 경험 등을 어필하고자 이러한 부제목을 고른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디모'의 본질은 결국 리듬게임이다. '디모 –리본-'이 엄청나게 못 만든 리듬게임 인가 하면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로 이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리듬게임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리듬게임의 정체성을 업그레이드 하여 새롭게 태어났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나온 결과물은 아쉽게 느껴진다.
표기된 난이도와 실제 체감되는 난이도의 괴리, 급격하게 상승하는 난이도와 불합리한 노트 패턴, 다양한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강제로 고정된 6키+아날로그 스틱 플레이는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이렇듯 리듬게임 파트에서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데다, 야심 차게 준비한 3D화 및 VR도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 할 수 있으나 그 결과물은 아쉽고, 결국 겉치레에 신경을 더 쓴 인상을 준다.
'보이즈'나 '사이터스' 등 레이아크의 다른 리듬게임들이 PS4로 이식될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이식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번 '디모 –리본-'의 전례를 생각해 조금 더 리듬게임으로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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