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의 대결과는 달랐다. 이세돌 9단이 국산 AI 한돌과의 은퇴 기념대국 3번기 1국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세돌 9단은 18일 서울 바디프렌드 도곡 사옥에서 열린 NHN 인공지능(AI) '한돌'과의 3번기 1국에서 92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번 1국은 한돌의 초반 공세 앞에 이세돌 9단이 수비적으로 대응하며 중반까지 승부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었지만, 이세돌 9단이 78수에 둔 묘수로 중앙에서 한돌이 석점을 일거에 잃은 후 한돌의 실수가 이어지며 예상보다 빠르게, 92수만에 승부가 결정됐다.
이세돌 9단은 최근 은퇴를 선언하고 고별전 대상으로 인간이 아닌 AI를 지목해 이번 대국이 성사된 바 있다.
한돌은 이미 국내 정상급 프로기사들과의 대결에서 전승을 거두는 등 성능을 검증받은 AI였지만, 접바둑에 대한 러닝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NHN 개발진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위해 접바둑 개발을 급히 진행해 이번 3번기에 임했다.
이세돌 9단은 1995년 데뷔 후 국내대회는 물론 수많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 바둑 최강의 계보를 이어간 전설적 바둑 기사이다. 2016년에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4번째 대국에 승리해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유일한 인간으로 남았다.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AI이다. 한국 정상급 프로기사 5인과의 연속 승부에서 전승을 거두고 세계 인공지능 바둑대회에 출전해 3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인간이 AI를 이기기는 힘들다는 것에 양측이 공감해 이번 3번기는 접바둑 형태의 '치수고치기'로 정해졌다. 18일 첫 대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2점을 놓고 시작하되, 7집반을 한돌에게 주는 방식이다. 첫 대결을 한돌이 이기면 이세돌 9단이 2국에서 3점을 놓고 시작하며, 이세돌 9단이 이길 경우 2국은 호선으로 대결할 예정이었다.
실제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승리해 2국은 호선으로 치뤄지게 됐다. 2국에서 이세돌 9단이 이길 경우 이세돌 9단이 백을 들고 3국에 임하게 되며, 한돌이 2국을 승리할 경우 3국은 다시 2점 접바둑으로 치뤄진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2점을 깔고 바둑을 둔 것은 처음이었다"며 "은퇴경기인데 10일 정도 2점을 두고 연습을 하며 2점을 두고 연습하는 날이 오는구나 싶어 신기한 느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7월부터 공식 대국이 없었고 5개월 정도 시합도 없고 공부도 안했는데 근래 10일 정도는 연습을 열심히 했다"며 "2점 두고 둬도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지금 이기고 기분이 좋아야 하는 건가 애매한 느낌"이라고 심경을 설명했다.
이 9단은 마지막으로 "이번 대국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인적으로 조금 허무한 느낌"이라며 "지켜보신 분들도 그러실 텐데 2, 3국에서는 한돌이 준비를 좀 해야 하지 않을까, 허무한 경기는 저도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