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과감한 변화와 성공적인 세대 교체, 세가퍼블리싱코리아 '용과 같이 7'

등록일 2020년02월02일 12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변화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랜 시간 굳어진 타성을 이겨내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게임업계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게이머들에게 사랑받아온 시리즈들은 과감한 변화보다는 여태까지 잘 해왔고 익숙한 길을 택한다. 진부하고 시대에 뒤쳐진다는 불만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잘 팔리니까”라는 생각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많다.

 

우선 용과 같이 스튜디오에 박수를 보내자. 굵직한 대형 개발사들도 쉽게 이루지 못한 과감한 변화를 용과 같이 스튜디오는 해냈다. 더욱이 그 변화가 성공적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두 번 보낼 수도 있겠다. 2005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어느덧 15년째 프랜차이즈를 유지하고 있는 '용과 같이' 시리즈는 2020년 1월 발매된 '용과 같이 7 빛과 어둠의 행방'을 통해 세대 교체에 성공한 듯 싶다.

 



 

15년간 시리즈를 이끌었던 일당백의 야쿠자 '키류 카즈마'는 물러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이 채웠다. 단순히 주인공만 바뀐 것은 아니다. 실시간 액션 게임을 표방하던 게임의 장르 역시 턴 기반 전투로 바뀐 것. 개편된 전투 시스템 영상이 만우절에 공개된 터라 많은 게이머들이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우려를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게임이 출시된 이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 변화가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시스템을 일신하고 주인공을 교체한 시도는 성공적이지만 게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은 더 바꿔나가야 할 부분들도 많다. 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니 다음 작품에서는 진짜 명작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본 리뷰에 포함된 스크린샷에는 게임 중반부의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도 있으니 아직 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얼굴 '카스가 이치반', 유대가 더해진 새로운 스토리

 



 

시리즈 15주년을 맞이한 과감한 변화의 중심에는 새로운 주인공 '카스가 이치반'이 있다. 전설적인 야쿠자인 '키류 카즈마'에 비해 '카스가 이치반'은 직책도 말단이고 전투력도 키류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 성격 역시 확연하게 달라 과묵히 할 일만 하는 키류와 달리 이치반은 조금 헐렁한 성격이지만 할 때는 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캐릭터다.

 

단순히 6편으로 키류의 이야기가 끝났기 때문에 이치반이라는 새로운 얼굴을 내세운 것은 아니다. 야쿠자라는 조직 폭력배를 통해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이나 의협심 같은 이야기들을 다루는 소위 '조폭물'은 2000년대 초반에나 먹힐 감성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2020년대에는 의협이나 우정 같은 이야기들은 케케묵은 이야기가 된지 오래. 이에 변화한 세태를 중심으로 조금 다른 방식의 유대와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라도 키류를 대신해 입체적인 캐릭터가 탄생할 필요가 있었다.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도 강화되었다

 

용과 같이 버전의 '범죄와의 전쟁'
 

새롭게 등장한 주인공 이치반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18년이라는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흘러가버린 세월을 따라잡기 위해 분주하게 노력한다. 그사이 스스로를 '극도(고쿠도, 極道)'라 칭하던 야쿠자들의 의협심 역시 빛이 바랜 지 오래. 술잔을 나눈 형제라 부르며 상부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말단 조직원의 일탈이 두드러지는 것을 보면 용과 같이 스튜디오 역시 달라진 세태를 과거에 머물러있는 옛날 야쿠자 이치반의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려 성우가 스네이크다

 

사에코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
 

달라진 주인공과 함께 스토리 전개 방식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 흑막에 흑막,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최종 흑막을 파헤치는 '용과 같이' 시리즈 특유의 서스펜스는 여전하지만, 플레이어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작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모티브인 '드래곤 퀘스트'처럼 탱커, 딜러, 힐러의 역할을 하는 동료들이 함께하는데, 키류 혼자 모든 역할을 맡던 기존 시리즈에 비하면 오디오가 풍성해진 것은 물론 인물 간의 유대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 요소도 더욱 강해졌다. 기존 시리즈에서 어딘가 쓸쓸함을 느꼈다면 '용과 같이 7'의 변화가 더욱 반가울 것이다.

 

JRPG의 클리셰를 재해석,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게임

 

용사라는 망상을 하는 카스가

 

'용과 같이 7'의 또다른 주요 변화는 전투. 실시간 액션 게임을 표방하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이번 작품은 J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턴 기반 전투로의 장르 변경이다. 적들을 한번에 쓸어버리는 호쾌한 액션이 '용과 같이' 시리즈의 매력이었던 만큼, 장르 변경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니 턴 기반 전투도 기존 액션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특히 JRPG의 클리셰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한편, 장르의 기본도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 '용과 같이 7'의 턴 기반 전투가 매력적인 이유. '용사'가 되고 싶다는 망상을 하는 카스가를 제외하면 '형사', '노숙자', '작은마담' 등 직업들의 이름이 일반적인 RPG와는 사뭇 다르지만, 탱커와 딜러, 힐러, 버퍼 등 JRPG에서 흔히 볼 법한 직업들의 구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RPG의 직업을 유쾌하게 비튼 '사우스파크: 진리의 막대'와 비슷한 느낌이다.

 

타이밍 입력이 턴 전투의 단조로움을 조금 완화시킨다

 

턴 기반 전투도 의외로 구색이 갖춰져 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전투력 싸움을 하는 일반적인 JRPG와 달리, 공격을 당한 상대가 쓰러질 경우 추가타를 통해 더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거나 타이밍을 맞춰 공격을 방어하면 데미지가 경감되는 '저스트 가드' 등 액션 게임의 요소들이 추가된 것. 이에 전투의 템포가 느릴 것이라는 발매 이전의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빠른 호흡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여기에 주변 사물을 이용하는 '용과 같이' 시리즈 특유의 전투 시스템도 턴 기반 전투에 잘 녹여내 기존 시리즈를 즐겼던 팬들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

 


 

'드래곤퀘스트'를 비롯한 JRPG에 대한 오마쥬 역시 '용과 같이 7'의 매력. 소위 전직이라 불리는 '잡 체인지' 시스템을 통해 다른 직업의 스킬을 배우거나 추가적인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드래곤퀘스트' 뿐만 아니라 다양한 JRPG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 밖에도 피해를 1만 입지만 잡으면 많은 경험치를 주는 특수한 적이나 메인 시나리오에는 함께하지 못하지만 조건을 만족하면 파티에 영입할 수 있는 서브 캐릭터 등 JRPG를 알면 알수록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JRPG이기에 불가피한 반복 작업 아쉬워

 

12장부터 흐름이 급속도로 느려진다

 

전투를 비롯해 게임의 전반적인 구성이 JRPG와 유사해지면서 기존 시리즈와의 플레이 흐름도 달라졌다. 특히 별다른 고비 없이 돌파할 수 있는 초반부터 중반부와 달리 12장부터는 게임이 요구하는 레벨 및 금액의 수치를 맞추기 위해 진도가 느려진다. 서브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플레이어의 자유였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용과 같이 7'에서는 반드시 접해야만 하는 콘텐츠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상당한 아쉬움.

 


 

특히 레벨 디자인에 대해서도 기존 시리즈 팬들의 불만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본래 '용과 같이' 시리즈는 실시간 액션 게임이기에 아직 스킬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더라도 회복약만 있다면 그럭저럭 엔딩까지 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공격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턴 기반 전투로 장르가 변했기 때문에 레벨 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더욱이 12장 이후로는 적들의 레벨이 급격하게 상승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느끼는 당혹감도 커질 수밖에 없는 셈.

 

JRPG 대부분이 어느 정도의 반복 작업을 요구하지만 단순히 최종 보스를 목표로 하면 그리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용과 같이 7'의 후반부 디자인이 더욱 아쉽다.

 

거창해보이는 경영이지만...


원숭이만 기억하면 된다

 

'용과 같이' 시리즈 전통의 서브 콘텐츠는 전작 못지 않게 다양하지만 한번 끝을 보고 나면 다시 플레이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점도 여전하다. '캬바쿠라'를 대신해 제과점을 운영하는 경영 콘텐츠가 새롭게 등장했지만 시뮬레이션 요소보다는 높은 능력치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버튼을 반복해서 누르는 지루한 작업으로 바뀌었다. 더욱이 경영 1위를 달성하고 관련 기술을 획득하면 단순히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려 좋은 소재를 아깝게 소모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래곤카트도, 캔 줍기도 결국 재료 수집을 위한 콘텐츠

 

이 밖에도 '드래곤카트', '캔 수집', '마작', '일본 장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기다리고 있지만, 각 콘텐츠에서 최종 재료를 수집한 뒤에는 발걸음이 끊긴다는 점 역시 '용과 같이' 시리즈의 여전한 문제점이다.

 

아직은 더 개선이 필요한 전투 시스템

 


 

턴 기반 전투의 단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필드 및 전투 상황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은 인상적이지만, 아직 가다듬을 곳이 많다. 특히 전투 내내 각 캐릭터들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위치에 따라 스킬의 효율이 크게 달라짐에도 플레이어가 캐릭터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때문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타격해야하는 스킬이지만 원하는 각도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MP를 사용하고도 스킬의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적을 마주한 상황에서의 위치를 기준으로 전투가 진행되는데, 이동 도중 뒤처진 동료들은 멀리서부터 달려와 공격을 하는 경우가 잦다. 이동하는 도중 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쓰러진 적에게 추가타를 넣지 못하는 전략적인 문제는 물론 상황을 지켜보는 플레이어의 답답함도 큰 편. 만약 다음 작품에서도 턴 기반 전투 시스템을 채용하면 동료들도 플레이어의 근처에서 전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눕습니다

 

또한 '용과 같이 7'에 사용된 드래곤엔진에도 불편한 부분이 많다. 조작에 비해 캐릭터의 움직임이 느린 편이며 택시나 금고, 회복, 대화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굳이 오브젝트의 정면까지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저지 아이즈' 때도 캐릭터의 충돌 판정에 대해 불만이 많았는데 이 또한 '용과 같이 7'에서도 개선되지 않은 부분. 좁은 길목을 다니다 보면 상자나 책상 등의 오브젝트가 이리저리 굴러다녀 길을 막는다. 보다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드래곤엔진의 성능을 좀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성공적인 변화 이룬 '용과 같이 7', 다음 작품은 느낌이 좋다

 


 

주인공도 장르도 바뀐 '용과 같이 7'이지만 시리즈 전통의 재미는 그대로다.

 

JRPG의 클리셰를 비튼 유쾌한 구성과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을 통해 시리즈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기자 역시 12장 이후로는 메인 퀘스트를 전부 깨버리는 것이 아쉬워 서브 퀘스트들을 위주로 천천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다만 12장 이후 플레이 템포가 급격하게 느려지는 부분이나 전투에서의 작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은 차기작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드래곤엔진의 그래픽적인 성능에는 이견이 없지만 조작감이나 충돌 판정 등의 문제들도 조금은 신경 써야한다.

 

'도지마의 용' 키류가 없는 '용과 같이'가 성립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카스가 이치반'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새롭게 등장해 반가운 마음이다. 2020년대를 이끌어갈 기반을 마련한 '용과 같이' 시리즈. 어째 다음 작품은 '용과 같이 제로'를 능가할 만한 물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용과 같이' 그대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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