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국내 게임산업의 향방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될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게임법 개정안)과 관련해 게임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게임산업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15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현재의 게임법이 산업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것으로 게임업계는 물론 관련되어 있는 타 정부부처까지도 커다란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하지만 18일 게임법 개정안 초안의 내용이 공개되자 게임업계는 사실상 '절망'에 가까운 분위기다. 그동안 게임업계가 지속적으로 지적한 현행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기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없던 또 다른 규제 법안이 만들어졌고 규제를 위한 확대해석이 가능한 일부조항들로 인해 이름만 진흥 뿐인 규제안이 나왔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일부 조항은 게임의 정상적인 서비스 마저 어렵게 할 수 있는 조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게임법 개정안을 공개한 연구 책임자 김상태 교수는 “(중략) 이번 게임법 개정안이 최종안이 아니며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충분히 받아들여 궁극적으로 게임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했지만 게임업계는 “게임법 개정안 초안 준비 과정에서 사전에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게임업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된 마당에 이미 공개 된 법안에서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일지 게임업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주요 문제점을 짚어봤다.
게임업계 "왜 게임만 '게임사업법'인가? 진흥하지 않겠다는 얘기"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바로 기존 게임법의 법제명 변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토론회를 통해 기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게임사업법’으로 변경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내용이 공개되자 게임산업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유독 게임산업에 대해서만 기존 진흥법에서 사업법으로 제명을 변경한다는 것은 문체부가 게임산업을 진흥의 대상이 아닌 규제・관리의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는 특히 ‘게임산업은 진흥과 육성이 필요한 산업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고 관계부처 합동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단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현 정부의 공약 및 정책기조와도 결을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법률 제명 변경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법은 철도・항공・항만 등 공공 부문이나 허가사업을 대상으로 규제사항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체가 되는 산업을 지정한 사례는 없다. 특히 게임사업을 '게임산업과 관련된 경제활동'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정작 사업법 내에서는 각 사업, 사업자, 산업에 대한 규정을 특정하지 않아 체계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게임사업법이라는 이름 자체가 규제가 중심이 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냐, 그렇지 않다면 왜 논란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법제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96개 중 86개 항목 대통령령 위임가능, 사업자들은 불안하다
앞서 설명했듯 이번 게임법 개정안에는 법률에서 사용되는 전반적인 정의 및 용어를 정비했다. 기존 게임법에 적용되어 있던 ‘게임물’을 ‘게임’으로 변경하고 ‘중독’, ‘도박’ 등 부정적 의미의 용어를 삭제 하는 한편 ‘등급분류기관’을 ‘등급분류수탁기관’으로 변경하는 등 상당히 많은수의 단어가 수정되고 바뀌었다. 겉으로만 보면 게임산업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경이 되는 셈.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게임법 개정안 제1조부터 제79조 제2항 제1호까지 약 23개의 항목에서는 기존에 사용된 '건전한'이라는 표현 대신 '올바른', '올바르게'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바뀌었는데 이미 기존 법의 '건전한'이라는 표현으로도 충분히 법 집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올바른'이라는 단어로 굳이 표현을 변경한 것은 불필요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올바른'의 개념은 그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 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제68조 2호의 '도박 그 밖의 사행행위'가 '사행성'으로, 제68조9호에서 '음란물'이 '선정성'으로 표현이 변경된 부분은 자칫 사행성과 선정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해석 여부에 따라 자칫 게임사업자가 정상적인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96개에 달하는 게임법 개정안 조항중 대다수인 86개의 조항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러한 위임 조항들로 인해 게임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명문화 되지 않은 다수의 위임 조항들이 결국 업계들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침해하고 창작활동을 제한하는 등의 문제점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끝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 정보를 표시하게끔 하는 게임법 개정안 제64조(표시의무)와 관련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게임업계의 자율규제가 79.9%(국내 95.7%)라는 높은 준수율을 보이며 성과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실효성 없는 해결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사실상 자율규제 미준수게임물이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게임물이 대다수 해외 게임들인 상황에서 확률표기 의무가 법으로 강제되면 국내 업체에 대한 또 다른 역차별 요소로 작용할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해당 조항은 법리적 해석에 따라 추후 독소조항으로도 활용돼 게임사에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는 관련 내용의 삭제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게임산업, 성장의 자유 보장해야
규제 일변도로 변질 된 현행 게임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게임법 전면 개정은 시작부터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임업계 및 게이머들의 비판에 직면했다.
게임업계는 다양한 장르와 기술이 얽히는 현재의 게임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유로운 창작활동과 자유를 정부가 보장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정의를 제한적으로 표현하고 용어 선택에 있어서 오히려 모호한 단어들을 사용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오늘 공개된 게임법 개정안은 이후 관련 업계와 학계, 정부 기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 한 뒤 공청회를 거쳐 21대 국회를 통해 입법이 될 예정이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책임질 새로운 게임법 개정안의 최종본이 정부가 지원하고 업계가 함께 나아가는 상생의 법안으로 자리매김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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