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버프' 개편, 한타 기피 현상... 평균 경기 시간 증가한 LCK, 보는 재미가 사라졌다

등록일 2020년03월31일 15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갑작스러운 코로나19의 여파로 잠시 중단되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국내 e스포츠 리그 '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이하 2020 LCK 스프링)'이 26일 재개되었지만 e스포츠 팬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드래곤' 버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LCK 팀 대부분이 교전을 기피하면서 e스포츠의 보는 재미가 줄어든다는 것.

 

3월 26일 진행된 '담원 게이밍(DWG)'과 '젠지 e스포츠(GEN)'의 경기에서는 게임 후반부인 27분경 양 팀 선수들이 하단 공격로에서 대치하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소위 '포킹' 조합을 내세운 '담원 게이밍' 측이 싸움을 걸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담원 게이밍' 측은 교전을 포기하고 '드래곤' 버프를 챙기는 선택을 해 양 팀의 격렬한 교전을 기대했던 e스포츠 팬들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27일 진행된 'T1'과 '드래곤X(DRX)'와의 경기 역시 마찬가지다. 47분이 넘어가는 게임 시간 동안 전체 킬 수는 15킬에 불과해 지루함을 느낀 팬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한 e스포츠 팬은 "LCK가 지루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최근 경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라며 "충분히 이겨볼 만한 상황에서도 교전을 일부러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기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도 흥미를 잃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드래곤 버프 개편으로 글로벌 리그 평균 게임 시간 증가세

 



 

많은 e스포츠 팬들이 지적하는 LCK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기가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통계자료에 따르면, LCK는 타 글로벌 리그에 비해 평균 경기 시간이 긴 편이다. 2018년 서머 스플릿 당시 LCK의 평균 게임 시간은 35분 정도로 타 글로벌 리그에 비해 길며, 2019년 서머 스플릿에서도 LPL 등에 비해 평균 게임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0년 시작된 신규 시즌부터는 글로벌 리그의 평균 게임 시간이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서머 스플릿을 기준으로 타 국가에 비해 짧은 31분 55초 정도의 평균 경기 시간을 자랑하던 LPL은 2020년 스프링 기준 32분 41초로 늘어났으며, LCS는 LCK보다도 더 긴 34분 정도의 평균 경기 시간을 보여주는 등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비단 LCK 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프리시즌을 통해 게임 내에서 '드래곤' 버프가 대폭 변경된 영향이라는 것이 관계자 및 e스포츠 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패치 이후 '드래곤' 버프를 4개 중첩한 뒤에는 강력한 성능의 '장로 드래곤'이 등장하는데, '장로 드래곤'의 성능이 게임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에 게임의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내셔 남작'의 버프 성능이 강화되었다는 점도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평균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이유로 풀이된다.

 

문제는 교전의 빈도, 안전 추구하는 LCK 리그 성향이 지루함 더한다

 



 

이처럼 글로벌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독 LCK에서 팬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그 오브 레전드'의 e스포츠를 평소에 즐겨보는 팬은 교전의 빈도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인 경기의 시간은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 팀과 싸움을 벌이는 소위 '한타'가 부족한 게 LCK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라는 것.

 

2020 스프링 스플릿을 기준으로 LCK 리그 소속 팀의 한 게임 당 평균 킬은 21킬인 반면, LPL은 26킬로 5킬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특히 분당 킬 수를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2020 스프링 시즌 중 LCK에서 가장 많은 킬을 기록한 '담원 게이밍'과 'APK 프린스'의 경기에서는 총 54분의 경기에서 51킬을 기록한 반면, LPL에서는 '로그 워리어즈(RW)'와 '인빅터스 게이밍(IG)'의 경기에서 38분 동안 58킬이 나오는 등 2020년 스프링 시즌에서 LCK의 교전 빈도가 현저하게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LCK 리그 전반의 성향 때문이다. "확실한 싸움이 아니면 승부를 걸지 않는다"라는 LCK 특유의 운영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e스포츠가 태동할 당시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들은 시야 장악을 통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고 게임 초반부에 얻은 이득을 꾸준히 유지하며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특유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글로벌 리그가 함께 맞대결을 펼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국가 별 플레이 성향이 확연하게 나뉘는 경우가 많다.

 

지루함 호소하는 e스포츠 팬 "승리도 좋지만 보는 재미 챙겨줬으면"

 



 

이처럼 극도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LCK 리그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과 후반부가 중요해지는 게임 내 패치가 맞물리면서 최근 LCK를 시청하는 e스포츠 팬들은 지루함을 호소하고 있다. e스포츠에서는 팀의 승패 여부 못지 않게 치열한 맞대결을 통한 '보는 재미'가 중요한데 최근 LCK의 경기에서는 이런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한 e스포츠 팬은 "최근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LCK는 노잼(재미가 없다는 의미)으로 통한다"라며 "동일한 패치 버전을 가지고도 좀더 활발하게 치고 박는 LPL 리그가 팬들의 입장에서도 보는 재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e스포츠 팬은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LCK 소속 프로게이머들이 사실상 게임 내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선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드래곤' 버프 개편 내역을 담은 프리시즌 패치가 개선되기 전에는 LCK 경기의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핵심적인 원인인 '드래곤' 버프 패치 버전을 사용하는 스프링 스플릿 동안에는 LCK 특유의 지루한 경기 흐름이 이어진다는 것. 특히 스프링 스플릿 동안 '한타' 경험이 극도로 줄어든 LCK 소속 팀들이 향후 호전적인 성향의 글로벌 팀들에 비해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었던 스프링 스플릿도 어느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리그의 성향과 게임 내 패치와 맞물려 역대급 '노잼' 시즌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LCK가 스프링 시즌 이후 어떤 행보를 보여줄 것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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