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13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이자 소프트뱅크그룹이 소유한 ARM을 400억 달러(한화 약 47조 5천억 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인수는 반도체 업계 사상 최대 금액으로,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GPU 제조업체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의 만남으로 인해 시장을 뒤흔들 '초대형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GPU를 활용한 다수의 사업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생태계까지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저전력 설계 기술과 오픈 라이선스 사업 모델을 통해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모바일 반도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ARM을 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텔이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 보여준 힘을 엔비디아가 한 차례 더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엔비디아와의 M&A에 앞서 2016년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320억 달러(한화 약 38조 원)를 들여 ARM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엔비디아의 인수 금액이 400억 달러로 결정되면서 4년 만에 80억 달러(한화 약 9조 5천억 원)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엔비디아는 이번 인수에 계약금 20억 달러와 현금 120억 달러, 주식 21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더불어 ARM의 실적이 일정 목표에 도달하면 50억 달러를 현금 또는 주식 형태로 추가 지급한다. 이와 함께 소프트뱅크그룹은 10% 미만의 엔비디아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ARM은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반도체 회사다. 전 세계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종 모바일 프로세서(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의 창업자 겸 CEO인 젠슨 황은 "AI는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기술력으로 컴퓨팅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며 "미래에는 AI를 움직이는 수많은 컴퓨터가 오늘날의 인간인터넷(IoP)보다 수천 배는 큰 사물인터넷(IoT)을 새롭게 창조할 것이다. 엔비디아와 Arm의 결합으로 이러한 AI 시대에 높은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의 SBG 회장 겸 CEO는 "엔비디아는 ARM의 완벽한 파트너다. ARM을 인수한 이래 SBG는 약속을 이행해 나가면서 인력, 기술,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으며,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혁신의 세계적 선두 주자와의 협력은 ARM에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이 강력한 조합은 ARM과 케임브리지, 영국을 이 시대 가장 흥미로운 기술 혁신의 선봉에 위치시킬 것이다. 바로 이것이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의 대주주로서 ARM의 장기적 성공에 기꺼이 투자하려는 이유다. 우리는 강력한 결합을 통해 탄생한 이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이먼 시거스 CEO는 "ARM과 엔비디아는 비전과 열정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의료, 농업에서 교육에 이르는 여러 시급한 문제들을 에너지 효율적인 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연구개발에의 장기적 헌신이 필요하다. 우리 두 기업의 기술적 강점들을 결합함으로써 진보를 가속화하고 혁신가들을 위한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새로운 솔루션을 창조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 함께 이 역사의 다음 장을 함께 써 나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ARM 인수 이후, 엔비디아가 ARM 특유의 오픈 라이선스 사업 모델을 철회하고 독점화 하거나 로열티 비용을 높여 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엔비디아 측은 "오픈 라이선스 모델은 ARM의 성공 기초가 된 것인 만큼 지금과 같이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합병 절차는 미국, 영국, 중국과 유럽연합(EU)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기간은 약 1년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본사가 있는 영국 현지에서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현재 영국에 있는 엔지니어들을 미국에 흡수시킬 경우 영국 본사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요 당국의 승인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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