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조금 빨리 모바일로 '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라이엇 게임즈가 10월 28일부터 국내 지역을 대상으로 자사가 개발 중인 모바일 MOBA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이하 와일드 리프트)'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실시한다.
'와일드 리프트'는 라이엇 게임즈의 글로벌 흥행작 '리그 오브 레전드'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PC 원작의 핵심 요소들을 모바일에 녹여내 많은 관심을 모았다. 10월 8일부터 국내와 일본 지역에서도 클로즈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했는데, 테스트 참여자라면 누구나 게임은 이미 완성되었고 정식 출시는 시간 문제라는 사실을 느꼈을 것 같다.
아직 정식 출시에 대한 정확한 일정은 없지만 아마 오픈 베타 테스트를 유지하다가 올해 말쯤 '와일드 리프트'가 정식 서비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적화 수준, 네트워크 연결, 게임 시스템 등이 어느정도 마련되었기에 라이엇 게임즈 역시 게임 서비스의 흐름을 끊기보다는 라이브 서버에서 지속적인 패치 노트를 통해 게임의 밸런스를 잡아나가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기자는 CBT 버전의 체험기를 통해 '와일드 리프트'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번거롭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잡지 않고도 누워서(!) MOBA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기존의 모바일 MOBA와 비교해도 장르 본연의 재미를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IP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함께하고 있으니 정식 출시 이후에는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같은 또다른 인싸 게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아직 '와일드 리프트'가 완성된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서야 드러나는 문제들도 있는데, 이는 추후 꾸준한 업데이트와 패치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10레벨을 달성하고 랭크 게임을 즐기면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크게 '3인 협력 플레이어들과의 형평성', '언어 장벽' 그리고 '근접 탱커들의 역할 부재'를 꼽을 수 있겠다.
3인 플레이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 솔로 플레이어는 억울하다
'와일드 리프트'의 CBT 전, 라이엇 게임즈는 패치 노트를 통해 게임 내에서 1인, 3인, 5인 협력 랭크전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미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자유 랭크 시스템을 도입했다가 이용자들의 불평 끝에 기존의 1인, 2인 랭크 시스템으로 돌아왔음에도 '와일드 리프트'에서 다시 다인 랭크 시스템을 선보인 것. 플레이어의 구성에 따라 팀끼리 매칭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CBT 내내 이용자들의 주된 불만은 3인 이상의 팀 플레이어들과 솔로 플레이어 간의 불공정한 매칭 환경이었다.
타 모바일 MOBA 게임에 비해 '와일드 리프트'에서 조작 숙련도를 더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PC 버전에 비해 작은 전장의 크기 탓에 '와일드 리프트'에서도 각 라인 공격로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 홀로 외딴 섬에서 남자들의 싸움이 펼쳐지는 PC 버전의 탑 공격로와 달리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탑 공격로에서도 자주 소규모 교전이 일어나는 등 이용자들 간의 팀 플레이가 승리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결국 방금 처음 만난 사람들보다는 매칭 이전부터 알고 지낸, 그리고 빠르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팀 플레이어들이 보다 유리한 것이 분명한 사실. 랭크 게임에서는 결국 양 팀의 실력 격차보다는 어느 팀에 함께 랭크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많은가에 따라 승패가 나뉘는 상황이다. 당장 솔로 플레이어들은 경기 시작 전 챔피언 선택 단계에서부터 서로 담당할 공격로를 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펼치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불리한 것.
이에 정식 출시 이전에 우선 3인 협력 플레이어들과 솔로 플레이어들의 매칭 환경을 개선해야할 필요가 있다. 굳이 자유 랭크 시스템의 도입을 고수하겠다면 적어도 포지션 별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Plz eng” 바벨탑이 왜 무너졌는지 알 수 있는 '언어 장벽'
솔로 플레이어들의 협력을 가로막는 요소는 또 있다. 타 국가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의 언어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으로, 국내와 해외 서버의 이용자 모두 고통받는 상황이다.
이번 CBT에서는 국내와 일본 이외에도 동남아 국가의 이용자들이 같은 서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일일이 키보드로 채팅을 칠 필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정글 담당” 또는 “지원 요청” 등의 짧은 명령문을 출력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해당 언어권 사용자의 빠른 메시지가 자동 번역을 제공하지 않아 결국은 만국 공통어인 영어로 소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알음알음 의사소통을 진행하면서 문득 “바벨탑이 왜 무너졌는가”를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현재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타 국가 플레이어들과의 의견 교환이 힘든 상황이다. 뭔가 나를 탓하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언어를 모르니 무탈하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은 의외의 장점. 기자도 한국어로 정성스럽게 “우리 정글 뭐하냐”를 외치면서 서로에게 닿지 않는 신경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CBT 이후에도 매칭 서버가 분리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언어와 관련해 국가별 이용자들 간의 감정 싸움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적어도 퀵 메시지에서는 각 국가별 언어로 자동 번역해주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빨리 성장하는 원거리 딜러, 뚜벅이 탱커는 힘이 빠진다
한편, 모바일 MOBA 게임은 조작 환경상 PC에 비해 원거리 딜러의 조작이 간편하다. 적과 거리를 벌리면서 꾸준히 공격하는 소위 '카이팅'이 쉽기에 PC 버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원거리 딜러는 꿈도 꿀 수 없던 기자도 그럭저럭 1인분은 해낼 수 있는 정도. '와일드 리프트'에서도 이런 경향은 그래도 이어지는데, 게임 내 밸런스 측면으로 보면 현재 원거리 딜러 분류의 챔피언들이 상당히 강력한 편이다.
문제는 원거리 딜러에 대항해야하는 근거리 캐릭터, 또는 탱커들이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게임의 길이가 대폭 짧아지면서 원거리 딜러가 성장하는 속도 역시 비약적으로 빨라졌다는 점이다. 골드를 알뜰하게 챙겼다면 10분 내외로 풀 코어 아이템을 마련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탱커 캐릭터들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겨우 3코어 정도의 아이템을 갖추게 된다.
카이팅 자체가 쉬워지면서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소위 '뚜벅이' 챔피언들은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거리 딜러가 성장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보니 확실한 군중 제어기(CC기)나 이동기가 없는 이상은 원거리 딜러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힘든 편. 오히려 가장 좋은 탱커 용 아이템이 '존야의 모래시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현재 탱커 및 근거리 챔피언들이 숨도 쉬기 힘들다.
밸런스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와일드 리프트'에서 근거리 캐릭터와 원거리 딜러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펜타스톰'을 비롯한 여러 모바일 MOBA 게임에서는 근거리 캐릭터의 방어력 또는 체력을 높여 역할 간 격차를 해소하고자 했지만, 오히려 근거리 캐릭터 전성시대가 오는 경우도 잦다. 원거리 딜러 챔피언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집중해 딜러의 핵심 아이템 가격을 올리는 것도 또다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OBT 앞둔 '와일드 리프트',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OBT가 시작되는 10월 28일에 맞춰서는 '다리우스', '아칼리', '카이사', '리신' 등의 챔피언이 추가된다. 대부분 PC에서도 강력한 성능으로 대세 챔피언의 입지를 다진 바 있어 이들이 추가된 '와일드 리프트'의 전장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다리우스'를 통해 근거리 챔피언들이 핍박 받던 시간도 끝날 것인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와일드 리프트'의 CBT 기간 동안의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3인 랭크 시스템이나 매칭 시스템에 대한 불만, 게임 내 다른 국가 이용자들 간의 소통 불편, 원거리 딜러가 너무 강한 게임 내 밸런스 등에 대해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문제들이기에 OBT를 거쳐 정식 서비스까지 가는 과정에서 하나 둘 수정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와일드 리프트'에서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얻은 '파랑 정수'를 사용해 챔피언들을 구매할 수 있는데 CBT 버전을 기준으로는 게임 내에서 제공하는 양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진척도 보상으로 제공하는 파랑 정수도 10레벨 이후에는 양이 대폭 줄어들며, 일일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수량도 필요한 것에 비해서는 적은 편. 포지션 별로 챔피언들을 넉넉하게 갖추고 싶다면 현재로서는 현금성 재화인 '와일드 코어'를 반드시 구매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정식 서비스 이후 이용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라이엇 게임즈 측의 계획이길 바란다.
'와일드 리프트'의 정식 출시가 머지 않았다.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강력한 IP 뿐만 아니라 게임 본연의 매력에서도 기존의 모바일 MOBA 게임들과 차별화 요소가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OBT를 거쳐 정식 서비스까지 나아갈 '와일드 리프트'가 새로운 대세 모바일 게임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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