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나는 PC 패키지, 온라인게임 위주로 하던 게이머였기 때문에, 게임업계에 들어오기 전 해본 모바일게임은 '디모'와 '사이터스' 정도의 리듬게임이 전부였다. 그리고 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고 난 이후 처음으로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푹 빠졌던 모바일 수집형 RPG가 다름아닌 '데스티니 차일드'였다.
그래서인지 이미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러모로 '데스티니 차일드'에 대한 애증과 아쉬움이 남아있는 편인데, '데스티니 차일드' IP가 이번에는 디펜스 장르로 새로이 탈바꿈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됐다. 다름 아닌 썸에이지가 24일 서비스를 시작한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다.
10월 말 해외 일부 지역에 소프트 론칭을 시작한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는 라운드투가 개발한 캐주얼 디펜스 게임이다. '데스티니 차일드'에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디펜스 장르의 만남이 특징으로, 현재 시점에서는 국내를 포함해 150여개 국가에 정식으로 론칭됐다.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는 '데스티니 차일드' 특유의 매력포인트를 잘 살렸을까? 그리고 캐주얼 디펜스와의 만남은 성공적이었을까? 직접 가볍게 체험해 봤다.
검증된 게임성과 '데스티니 차일드'의 조화
사실 게임성은 이미 '랜덤다이스'를 통해 증명된 그것과 동일하다. 타워 디펜스라는 장르가 기본적으로 워낙 재미가 보장되어 있고 대중적인 장르이기도 하거니와, 무작위로 등장하는 '차일드'를 적절히 조합하며 경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나 다른 유저와의 대전이 메인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 심리를 자극하고 덱 조합도 고민하게 한다. 디펜스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덱의 콘셉트는 무엇인지, 구성한 덱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굴리는지, 그리고 운이 얼마나 좋은지, 특수한 패턴들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 등 여러 요소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한다.
또 아주 세심하게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점수와 승리시 얻는 점수를 잘 조절해 꾸준히 게임을 플레이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보상을 보며 '한 판만 더 할까' 하고 자연스럽게 게임을 시작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UI와 일부 시스템은 이미 많은 유저들이 느끼고 있겠지만 슈퍼셀의 게임들이 갖추고 있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디자인과 사용된 색상이 특히 그렇다. 또 상자 보상을 열기 위해 기다려야 하거나 유료 재화로 가속하는 등의 시스템, '차일드'나 '마왕후보생'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캐릭터 조각을 모아야 하는 점 등도 마찬가지다.
'랜덤다이스' 등 유사한 장르를 즐겨 하던 유저라면 가볍게 '찍먹'을 해볼만한 게임이다. 전체적인 게임 구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적응도 쉽고, 아직 게임 오픈 초반인 만큼 이리저리 조합을 연구해볼만한 시간적 여유도 있는 편이다.
특히나 다소 밋밋한 주사위를 주로 사용한 '랜덤다이스'에서 아쉬웠던 점이 결국 비주얼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기존에 '랜덤다이스'를 플레이하던 유저들에게도 어필할만한 구석이 있다.
게임성과 캐릭터는 좋지만 '데차: 디펜스'만의 아이덴티티는 아쉽다
'데스티니 차일드' IP를 활용한 만큼, 다른 모바일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데스티니 차일드'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편이다. 원작이나 타 모바일게임에 비해 등장하는 캐릭터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쉬운 수준은 아니며, Live2D도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나와 같이 예전에 '데스티니 차일드'를 떠났던 유저라면 아는 캐릭터는 괜히 반갑고, 모르는 캐릭터들은 '예쁘다'며 구경하게 될 것 같다. 다만 UI를 숨기고 일러스트를 구경하는 등 소소한 기능들이 현재 구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들을 원했다면 아쉬울 수 있겠다.
아마도 '데스티니 차일드: 디펜스 워'를 '찍먹' 해보려는 유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것 같다. '랜덤다이스' 등 이미 캐주얼 디펜스 게임을 하고 있던 유저, 그리고 '데스티니 차일드'를 비롯한 수집형 RPG를 즐기던 유저. 나는 후자에 속하는데, '데스티니 차일드'의 매력을 100% 살렸냐고 한다면 물음표가 먼저 떠오른다.
'랜덤다이스'에 비해 조금 더 나아졌을 뿐, 전체적인 UI 구성이나 비주얼은 '데스티니 차일드' 특유의 그것보다는 슈퍼셀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이다. 원작이 '페르소나' 시리즈를 생각나게 하는 힙(hip)한 비주얼과 일러스트 그리고 OST로 어필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심심하다.
물론 '랜덤다이스'를 하던 유저라면 작게나마 모델링으로 구현된 캐릭터나 움직이는 일러스트가 만족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성우 더빙이나 소소한 스토리, 캐릭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 등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준비되어 있는 콘텐츠도 다소 빈약하게 느껴진다. 현재까지는 1대1 PVP와 '엔드리스 모드'인 2인 협동 PVE가 전부이며, '도전' 콘텐츠도 준비 중에 있으나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알 수 없다. 덱 연구와 공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금새 신규 콘텐츠가 절실해질 것 같다.
한마디로 디펜스 장르 특유의 탄탄한 게임성은 합격점이지만 볼륨이 아쉽게 느껴지며, '데스티니 차일드' IP를 활용한 것 치고는 원작 특유의 매력이 완전히 살아나지는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공식 커뮤니티의 접근성 문제다. 브랜드 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 유튜브 정도가 공개되어 있는 커뮤니티이고, 흔히 운영하는 공식 카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절실하다.
첫인상은 합격점, 성패는 '데차: 디펜스'만의 개성에 대한 고민에서 갈릴 것
전체적으로 게임의 만듦새는 합격점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게임성과 '데스티니 차일드' IP의 융합을 시도했는데, 기존에 캐주얼 디펜스 게임을 하던 유저와 '데스티니 차일드' IP를 알고 있는 유저 모두에게 어필할만한 요소들로 무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족하게 느껴지는 콘텐츠의 볼륨, '데스티니 차일드' 특유의 매력 포인트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비주얼(특히 UI) 등이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랜덤다이스' 등의 게임과는 차별화된 무언가를 갖추고 롱런하기 위해서는 결국 게임을 꽉 들어차게 할만한 콘텐츠의 빠른 업데이트, 원작 IP의 특색을 더욱 잘 녹여낼 수 있는 비주얼 측면에서의 고민, '어필'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랜덤다이스' 등 유사 장르를 하던 유저들과 '데스티니 차일드' 등의 게임을 하고 있던 유저들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 등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