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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인터뷰]데브캣 합류한 '대마왕' 정종필 교수, 현업복귀 소감 그리고 앞으로의 역할

마비노기 모바일 비주얼 향상에 힘 보탠다

등록일 2020년12월17일 09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임진록'부터 '거상', '군주', '아틀란티카', '삼국지를 품다'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전략게임들의 개발에 참여해 명성을 쌓은 뒤 갑작스레 후진 양성을 위해 현업을 떠나 충격을 안겨줬던 '대마왕' 정종필 교수가 개발 일선으로 복귀했다. 행선지는 독립 법인으로 홀로서기에 나선 김동건 대표의 '데브캣'으로 확인됐다.
 

정 교수(이제는 개발자)는 학생들에게 평소 "여러분은 언제건 더 좋은 조건이나 마음에 드는 환경이 있으면 미련없이 옮길 수 있는 삶을 살기 바랍니다"라는 조언을 해 왔는데, 스스로의 말을 실행에 옮긴 느낌이다.

 

정종필 교수가 앞서의 말을 한 다음에는 늘 "그럴 수 있기 위해 실력이 필요한 겁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수업의 강도를 높여나갔다는 건 제자들의 공통된 증언이기도 한데...

 

악몽같던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보낸 2020년 말, 그가 현업에 복귀해 신작 개발에 힘을 보탠다는 소식은 간만에 들려온 밝은 소식이라는 느낌도 받게 된다.

 



 

교수에서 개발자로 복귀한 정종필 교수를 만나 현업복귀를 결정한 이유와 데브캣에 합류해 맡게 될 역할, 그리고 학계에 던지는 고언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 발행 시점에는 교수직에서 물러난 시점이지만, 이야기를 나눈 시점은 그가 교수직에 있던 시기라 직함을 교수로 표기했음을 밝혀 둔다.

 

먼저 정 교수는 현업 복귀에 대해 "현역 복귀라고들 하지만 나에게 학교는 또 하나의 업계였을 뿐"이라고 말해, 시작부터 기자를 당황시켰다.

 

"제가 평소 더 좋은 조건이나 마음에 드는 환경이 있다면  미련없이 옮길 수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하고 다닌 이상, 제가 더 마음에 드는 조건이나 환경이 왔을 때 옮기지 않는 것은 모순이 아니겠습니까.(웃음)


그리고 실제 저는 언제나 주변에 '저는 더 마음에 드는 기회가 오면 언제건 옮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건 요청주세요' 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곤 했습니다. 실제로도 간혹 요청을 받기도 했고요. 

 

그리고 '현업복귀'라고 하셨지요. 맞는 말씀이고 학교로 떠날 때 주변 분들도 '이제 업계를 떠났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만, 사실 저에게는 현업이나 학교나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현업 개발자라고 생각해 왔고, 학교 프로젝트는 최대한 현업 프로젝트처럼 다루려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그래서 초반에는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 하기도 했습니다만, 현업으로 나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현업을 경험해 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당히 졸업만 하면 되는 지망생의 소꿉놀이에 동참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업계에 가고 싶다는 진심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다면 진심으로 답해 주는 것이 예의입니다. 즉 저에게는 학교가 또 하나의 업계였던 것이죠. 만약 그런 분위기가 부족한 곳이라면 제가 그렇게 만들면 되는 것 뿐이었습니다"

 

강도높은 교육과 개발 지도로 청강대 졸업전시회를 연말의 게임업계 명물로 만든 정종필 교수다운 설명이다.

 

그는 "저는 학교로 오면서 업계를 떠난다는 의식은 희박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업계인들과 교류는 더 넓어졌고, 특정 회사나 프로젝트에 매어있지 않으니 업계에 있을 때보다 더 자유롭고 넓게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이런 상황에 저는 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고 가슴이 뛰는 기회가 와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고, 업계 선배로써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교육 기회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먼 '마음이 움직이면 갈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하시고 공부하세요' 라고 이자리를 빌어 학생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평생 있을 것처럼 행동하고, 내일 옮길 것처럼 준비하세요"라는 조언과 함께 '현업복귀' 소감을 마무리했다.

 

정종필 교수가 현업복귀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평범한 곳에는 가지 않을 텐데, 비범한 곳에서 초빙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의 행선지가 '데브캣'이라는 걸 보니 과연 비범한 곳에 갔다는 느낌이다.

 


 

그에게 짧은 질문을 던졌다.

 

이혁진 기자: 왜 데브캣인가
정종필 교수: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데에는 엄청난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개발자들도 어렸을 때부터 게임 개발의 금전적 가능성과 미래 발전성을 타진하고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게임업계로 오지 않았겠죠.

 

물론 진지하게 선택을 했을 때에는 그만한 책임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만, 시작하는 동기는 매우 가벼워도 상관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좋아하는 곳'이 아니면 그다지 갈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매우 비논리적이고 즉흥적으로 보입니다만,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게임업계에 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처음 게임을 만들겠다고 결정했을 때에는 90년대 패키지 게임 시장이었고, 수익도 미래도 밝지 못했었죠.

 

고로 저는 좋아서 업계를 선택했고, 좋아서 학교를 선택한 것이었고, 이번에도 좋아하는 회사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학교에서도 반 농담삼아 '데브캣에서 오라고 한다면 몰라도 아직 회사에 갈 생각은 없다'고 말해 왔는데 그게 이루어졌을 뿐인 거죠. 게임 개발자이기 때문에, 가슴이 뛰는 일은 거부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저는 특히 김동건 대표님의 '갈망의 아궁이' 라고 하는 PPT를 좋아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읽어보게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열정을 잃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무언가를 갈망하게 된다면 열정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된다는 내용을 좋아하고 저도 저 자신의 아궁이가 꺼지지 않도록 자극을 주는 인생을 살고 싶었고, 그렇게 살았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데브캣에서 제안 온 업무도, 대표님이 말씀하신 비전도 제 아궁이를 지피는 좋은 장작이 되었습니다. 현실은 늘 이상만큼 밝기만 하거나 꽃밭이 아닌 것이 확실합니다만, 이상이 있으니까 현실을 개척하는 재미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이 회사에는 제가 인정하는 많은 실력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업계인으로서 최고의 실력자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너무나도 가슴뛰는 일이 아닐 수 없겠죠.

 

물론 제가 회사의 고양이 로고를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것도 숨길 생각이 없습니다. 인터뷰를 보게 되실 회사 동료 여러분 남는 고양이 쿠션이나 회사 굿즈 있으면 제발 저에게 주세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데브캣의 자유로운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정종필 교수는 데브캣에서 자신의 전문분야, '마비노기 모바일' 프로젝트의 비주얼 업그레이드에 관여하고 있다. 게임의 비주얼은 아트적 영역과 함께 라이트와 셰이딩, 최적화와 같은 테크니컬 이슈가 종합적으로 연결된 부분으로, 그가 과거 해 왔고 강단에서 가르쳐 온 내용들이다.

 

올해 중국 미호요가 유니티로 엄청난 그래픽을 뽑아낸 '원신'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것이 기자만이 아닐 텐데, 국내 스튜디오에서도 제대로 된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음을 2021년 데브캣에서 증명해 줄 거라 기대해 봐야겠다.

 

정종필 교수가 데브캣이라는 회사에 매력을 느꼈다는 건 평소 해온 말에서도, 데브캣에 합류한 이유에 대한 설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강단에 오랫동안 머무른 정 교수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다음 질문으로는 현업에 복귀해 만들고 싶은 게임은 어떤 게임인지를 물었다.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다는 것은 유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햇수로 따지면 약 28년, 처음부터 핵심으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만 10여개가 넘게 되면서 지금은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쪽에 매력을 더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치 정원의 멋진 나무를 가지치기하듯, 근본적 매력을 유지하면서 프로젝트가 방향을 찾게 해주는 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학교에서 학생들 프로젝트에 해주었던 것도 그것이었고, 데브캣에 와서도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방향을 찾고 목표에 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이 한참 진행된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를 잘 설명해주는 답변인 것 같다. 그 다음에 만들고 싶은 게임이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고.

 



 

사실 기자는 1년여 전 정종필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고, 당시 주제는 2020년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어떤 플랜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정 교수는 당시에도 매력적인 제안이 있으면 언제든 옮기겠다는 늘 하던 말을 했지만, 설마 1년 만에 정말 현업복귀가 이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음으로는 오랫동안 몸담은 교육현장을 떠나는 소회를 들어봤다.

 

"학교에 오면서 그동안 업계에서 계획했던 게임 교육에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과 그걸 실현하기 위한 재미있고 가슴뛰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동안 제가 생각해 왔던 게임 교육의 방향이라는 것을 실험하면서 그 계획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계획했던 것들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따로 날을 잡아 이야기해도 부족할 것 같으니 간략히 설명하자면, 개인적으로 목표로 잡은 5단계 계획 중 3단계까지 멋지게 이뤄냈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생각해 오던 것들이 이렇게 잘 진행되면 정말로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지요.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특히 재능있는 미래 개발자들, 지금은 이미 업계인들입니다. 그들을 만나게 된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지난해 가진 인터뷰에서 정종필 교수가 계획한 것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 해주려는 것들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하는 것을 한참 들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그런 계획들은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모두 무산된 상황. 

 

"공교육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이 있는 구조이기도 했지요. 한계란 경직된 공교육 구조의 원죄같은 것이고, 그래도 다른 단기 혹은 단과 교육기관보다 학교가 나은 것은  당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모든 것을 뒤집어 엎어버리기보다는 좀 더 긴 시간을 거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더 장기적으로 보면 공교육 구조의 한계 때문에 점점 그 존재가치는 떨어질 것이고 새로운 교육 시스템의 요구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변화를 강요하였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기관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순식간에 부숴 버리는 폭력을 저질렀지요. 말씀하신대로 코로나 이후 계획의 상당수가 진행 불가능하거나 불투명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아마 계속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빠르게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지금도 굉장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생각나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할 것도 많고, 좀 더 미래의 흐름을 다시 생각해 볼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종필 교수가 데브캣 합류로 개발 현업에 복귀했지만, 미래에 다시 교육현장에 매력을 느낀다면 교육현장에 다시 복귀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몇살이건 가장 재미를 느끼는 곳에서 일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게 다시 대학교 강단이 될지는 모르겠다. 정 교수 본인도 같은 생각이었다.

 

"물론 교육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형태가 꼭 학교의 형태를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이 든 사람이 산업계의 사이클이라고 하는 한 바퀴를 돌리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잘 사는 것이 누구나에게 우선이겠습니다만, 자기가 고생해서 알고 느껴온 많은 것들을 전수해 주는 구조가 갖춰지지 않으면 그 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인구감소와 교육의 양극화로, 업계에서도 더이상 운좋게 좋은 경력과 실력을 가진 새로운 젊은이가 손쉽게 굴러들어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업계에서 직접 나서서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고,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프로젝트의 성공과 회사의 발전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만, 기회가 되고 조건이 되어 새로운 가슴 떨리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교육 현장 복귀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생은 기니까요"

 

데브캣에 막 합류했지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역시 대마왕 정종필 교수답다는 느낌이다.

 

2020년 말미에 교육 현장을 떠나 현업에 복귀해 매우 큰 기대를 받고있는 프로젝트에 합류한 정종필 교수. 마지막으로 그에게 학생들에게 조언을 남겨주길 청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둔다.

 

"저는 학생들에게 '많은 쓰레기가 쌓여야 그 쓰레기산의 꼭대기에 진주 하나가 열린다'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한 번의 실패로 다시 일어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불안한 세상와 환경에서, 한 번의 선택이 두렵고 겁이 나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언제나 그 선택이 옳은지 틀렸는지 너무 겁을 먹고 시도하지 못하거나 갈등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평소에도 늘 말했고 오늘 마지막으로 또 말해주고 싶은 내용은 '안전한 실패를 위해 학교가 존재한다'라는 것입니다. 실수하고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가급적 많은 실패를 학교에서 하시고 거기서 교훈을 얻으세요. 이것이 소위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경력같은 신입'이 되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데브캣에서도 현재 좋은 인력을 많이 구하고 있으니, 언제건 문을 두드리고 도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니까요!"

 

정종필 교수의 합류로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커졌다. 기대작 목록 맨 위에 올려둬야겠다. 2021년에 한국 게임업계에 밝고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고 마비노기 모바일이 마비노기 프랜차이즈, 데브캣의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써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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