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없었다. 그런데 반응을 보니 호평의 연속이다. 혹시라도 내 취향이 유별난 것인가 싶어 다시 한번 곱씹어봤지만 결론은 여전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은 아쉬운 작품이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인기 작품 순위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1시즌을 감상한 소감은 미묘하다. 좋게 볼 수 있는 부분도 있으나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놓고 보면 아쉬운 구멍들이 한둘이 아니다. 개봉 당시와 넷플릭스 공개 이후의 순위가 상당히 달랐던 '살아있다'와 비슷한 느낌이다.
'스위트홈'은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원작으로 한 10부작 드라마다. 알 수 없는 현상으로 인해 사람들이 괴물로 변하는 세계에서,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게 된 중증 히키코모리 '차현수'와 '그린 홈'이라는 이름의 아파트 단지에 사는 거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웹툰과 비교하면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추가되었으며, 극의 흐름 역시 상당히 달라져 뿌리가 같은 다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에 웹툰을 본 사람도, 원작을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저마다의 불만거리들이 있는데 이 두 집단의 소감을 공통적으로 묶어주는 키워드는 '빌드 업'이다. 하나의 장면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 '명장면'이 되기 위해서는 그 장면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카타르시스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스위트홈'은 그보다는 원작 웹툰의 각 장면들을 어떻게 실사로 옮길지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 문제다.
작중 핵심 소재가 되는 '괴물'들은 이야기가 없다. 원작 웹툰에서는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여러 감정들이 폭발해 '괴물'이라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발현된다. 웹툰 '스위트홈'이 호평을 받았던 것은 '괴물'이라는 가시적인 소재를 활용해 극한 상황 속 인간들의 군상극을 처절하게 표현했기 때문인데, 드라마 버전에서는 10부작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너무 등한시했다는 느낌이다.
주인공 '차현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라고 표현하기조차 애매하다. 작중 여러 오리지널 캐릭터가 추가되고, 대부분의 분량을 이들에게 할애한 탓에 '차현수'의 심리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작품 초반부터 최후반까지 심부름꾼으로 굴려지다가 시즌 막바지에는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괴물과 인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으니 최후반부의 연출이 그다지 인상깊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당연하겠다.
그렇다고 괴물들의 서사에도 힘이 실린 것은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괴물화'로 이어진다는 설정은 동일한데, 드라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거나 거의 없다시피하다. '태아 괴물'이나 '긴팔 괴물' 등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진 괴물들의 이야기도 짤막한 언급이나 연출로 퉁치는데, 이 타이밍에 화장실에라도 다녀왔으면 어쨌을까 싶다. 뜬금없이 등장인물들이 괴물이 되어버리는데,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밖에.
이렇게 알뜰하게 절약한 러닝타임은 괴물과의 싸움을 보여주는 데에 활용했다. 각 화마다 굵직한 괴물들이 등장해 거주민들과 사투를 벌이는데, 이쯤되면 드라마가 지향하는 장르가 무엇인지도 애매하다. 액션으로 보기에는 연출이 아쉽고, 스릴러나 생존 드라마로 보기에는 인물 간의 갈등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다. 뜬금없이 거주민이 괴물이 되고, 또 기껏 잘 만든 캐릭터들이 아낌없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허무한 기분이 들더라.
요새 자주 사용하는 말처럼 '스윗함'이 부족하다. 10부작 드라마 안에 웹툰 하나 분량의 이야기들을 때려넣기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차분하게 이야기들을 쌓아나갔으면 어땠을까. 원작을 본 사람들의 불만 역시 오리지널 캐릭터가 개입한 것보다는 웹툰 특유의 숨 막히는 긴장감과 인물 간의 갈등 구조가 대폭 생략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위층에서 불이 나고 있는데 1층은 멀쩡한 빈약한 설정이나 e스포츠 대회가 연상되는 OST 등 짚고 넘어가고 싶은 구멍들이 한 두개가 아니지만...
불안불안한 시즌1을 지나 시즌2에서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모양새다. 짐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은 전부 '그린빌'에 내려두고 군대라는 더 큰 조직의 개입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모양새. 개인적으로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기보다는 지금까지 벌려놓은 일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장르라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지 않겠는가. 어차피 인물관계도도 싹 정리한 김에 시즌2에서는 조금 더 탄탄한 '빌드 업'을 보여주길 바란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