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게임 개발을 응원하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하자

등록일 2021년01월13일 11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몇년 사이 국내 게임시장의 주류 트랜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모바일게임이다. PC 온라인게임 시대에서 자연스럽게 모바일게임으로 대세가 넘어갔고, 이용자부터 실적까지 실질적인 지표 또한 완전히 반전됐다. 이제는 대세, 주류, 메인 등의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주류 플랫폼으로 급부상한 모바일은 게임사들에게 급격한 환경 변화와 막대한 실적을 가져다 줬다. 하지만 그 과실이 지금 국내 게임업계의 제자리 걸음과 레드오션화 된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 마저도 가져왔다는 사실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초창기 콘솔 플랫폼 게임 개발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연해 있던 불법 복제, 부족하고 불편했던 유통 및 개발 환경, 대세로 떠오른 PC 및 모바일 플랫폼 등 다양한 이유들이 빈약한 콘솔 내수시장과 낮은 점유율 그리고 도전하지 않는 환경의 원인이 됐다.

 



 

본격적으로 국내 게임업계가 태동한 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콘솔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한 자리 수에 머물렀고, 업계에서 콘솔 게임을 개발할 줄 아는 개발자는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개발하기 위해 수십 명의 개발자가 모였음에도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이가 없어 '맨땅에 헤딩'을 하며 개발 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불법 복제에 대한 인식은 기술의 발전과 서비스 품질의 개선으로 많이 바뀌었다. 유통 환경은 초창기 CD나 느린 인터넷으로 배포되던 초창기에 비하면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졌다. 물론 콘솔 게임의 개발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 여전히 대세 플랫폼이 모바일이라고는 하지만,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나 '모여봐요 동물의 숲'과 같은 메가 히트작들의 등장으로 닌텐도스위치를 중심으로 한 콘솔 기기들의 보급이 가파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라는 것도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이미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적인 콘솔 플랫폼으로의 진출 도전은 모바일 MMORPG나 모바일 수집형 RPG로 도전하는 것 보다는 남는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아직 부족한 개발력 등 넘어야 할 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꾸준히 도전을 이어 나가야만 한다. 이미 발매된 타이틀, 그리고 조금씩 정보가 공개된 타이틀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도전의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달콤한 지금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위해 도전하자
작년 늦여름, 중국의 소규모(물론 국내에서 흔히 생각하는 10명 내외의 규모는 아니었지만) 개발사가 인력 채용을 위해 공개했던 '검은 신화: 오공'을 보며 많은 고민과 걱정, 불안감이 들었다. 비슷한 시기 '원신'을 보고 느낀 충격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두 게임의 공통점이라면 거대한 내수 시장과 많은 게이머 인구를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한 중국 게임업계의 수준 높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게임사들은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물음, 그리고 그 이전에 '애초에 만들 의지가 있는 것인가' 라는 걱정이 내심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의지는 있는 듯 하다. 이제 막 다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개발력은 아쉬울 수 있다. 그렇기에 돌아보면 결과물이 썩 좋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고, 어느 정도 평균 이상은 한 케이스도 있었다. 다만 이러한 과정이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레벨을 올리듯 천천히 경험치를 쌓아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응원하고자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호요와 게임사이언스 스튜디오가 보여준 것 외에도 이미 중국 게임업계는 앞서나갈 채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소니의 개발자 지원 프로젝트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의 영향인지, 그동안 국내에 알음알음 소식이 전해진 '로스트 소울 어사이드'나 '프로젝트 바운더리' 등의 타이틀이 보여준 완성도와 화제성을 보며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모바일 플랫폼이 가져다 준 달콤한 과실을 먹은 채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어렵고 힘든 길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콘솔 플랫폼에 대한 도전이 레드 오션인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회피하기 위함이 아닌, 실질적으로 국내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는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더 게임 어워드'와 같은 글로벌 게임쇼에서 당당히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고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인정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렇기에 지금도 콘솔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 게임사들을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현재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타이틀을 몇 개 소개하고 이번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미 여러 차례 미디어를 통해 소식이 전해졌던 익숙한 타이틀이겠지만, 리마인드 하는 느낌으로 읽어주시길 바란다.

 

#펄어비스 - 붉은 사막
펄어비스가 '지스타 2019' 현장에서 공개한 타이틀 중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은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사이 모바일게임 위주가 된 '지스타' 현장에서 과감하게 해외 게임쇼처럼 프레젠테이션도 진행해 보다 더 게임쇼 다운 게임쇼를 만들어준 느낌이었다.

 

최근에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플레이 영상이 포함된 트레일러를 공개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대일 프로듀서의 트레일러 코멘터리 영상도 주목을 많이 받았다.

 



 

걸출한 액션 게임을 다수 개발한 경험이 있고 좋은 게임을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게임사인 만큼 그 결과물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코멘터리 영상에서 언급된 각종 액션 시스템들이 꼭 구현되길 바란다.

 

#시프트업 - 프로젝트 이브
얼마 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된 시프트업의 '프로젝트 이브'다. 스토리와 세계관 그리고 비주얼과 액션 등이 '니어 오토마타'에 크게 영향을 받은 타이틀이다. 영상에서는 미려한 그래픽과 미형의 여성 캐릭터, 회피와 패링, QTE 등 흔히 콘솔 액션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이브'가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첫 공개된 이후, 수많은 개발자들이 시프트업에 이력서를 넣었다는 풍문(?)을 전해 들었다. 그만큼 국내에서도 AAA급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갖춘 개발자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김형태 대표가 첫 공개 당시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서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만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하지만 누구보다도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던 말을 지켜주길 기대해 본다.

 



 

#넥스트 스테이지 - 울트라 에이지
대형 게임사들의 콘솔 도전 사이에서 빛나는 소규모 개발사의 타이틀, '울트라 에이지'이다. 부산글로벌게임센터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에 입주해 있는 인디 개발사 넥스트 스테이지가 개발 중이며, 본지에서도 두 차례 강현우 대표와의 인터뷰를 전한 바 있다.

 

게임은 '데빌 메이 크라이'나 '베요네타'와 유사한 스타일리쉬 액션 게임이다. 본래 출시 일정은 2020년 발매였으나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막바지 개발에 한창이다. 부산 액션 게임 개발의 명가가 되겠다는 포부가 꼭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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