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로컬라이징과 함께 '스팀' 플랫폼 재발매, 팔콤 '영웅전설 섬의궤적 I: Kai'

등록일 2021년01월26일 10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팔콤의 대표 타이틀 '영웅전설'의 '궤적' 시리즈, 그 중에서도 '섬의 궤적' 시리즈가 이번에는 한국어와 함께 돌아왔다.

 

'섬의 궤적' 시리즈는 이미 2017년 '스팀'을 통해 발매된 바 있다. 당시에는 로컬라이징이 적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스토리가 최고 강점으로 손꼽히는 시리즈인 만큼 이러한 높은 언어 장벽은 상당히 큰 부담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 '스팀'을 통해 재발매(?)되는 타이틀은 공식으로 한국어를 지원한다. 시리즈 특유의 방대한 텍스트 및 음성의 양 때문에라도 모국어인 한국어를 통해 즐기는 편이 훨씬 몰입감이 높은 게 당연한 노릇. 최근 한국어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에 맞춰 공식으로 한국어화가 이루어져 반가운 마음이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미 같은 플랫폼에 발매된 타이틀을 로컬라이징을 빌미로 재발매 하는 것이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미 본지에서는 2014년 '영웅전설 섬의 궤적 I: Kai' 발매 당시 리뷰를 통해 게임에 대한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영웅전설: 섬의 궤적, 팔콤은 역시 팔콤이었네

 

때문에 게임의 주된 내용과 게임성 등은 이전에 전한 해당 리뷰를 통해 갈음하고자 한다. 이번 체험기에서는 시리즈의 팬이 아닌, JRPG를 즐겨보지 않은, 일본 특유의 감성(?)에 면역이 없는 이가 바라본 시리즈의 소감과 팔콤의 사후 대처에 대한 불만을 전하고자 한다.

 


 

큰 불편함 없는 PC 버전, '하이스피드' 모드도 그대로 탑재

우선 포팅과 각종 편의 기능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섬의 궤적' 시리즈는 PS3, PS Vita, PS4 등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이번에는 PC로 한국어를 포함하여 발매되었는데, 이번 포팅 버전에서는 최적화나 로딩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특별히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PC 플랫폼인 만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초기 PS3 및 PS Vita 버전에서 크게 문제가 됐던 로딩 이슈도 없었다. 적어도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던 중에는 크게 지적할 만한 버그나 오류, 프레임 드랍, 프리징도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하이스피드 모드를 켜둔 채로 오프닝이 재생되면 싱크가 맞지 않고 스킵이 되지 않는 문제를 경험했다.

 



 

PS4에서 적용돼 팬들이 호평했던 불필요한 연출을 빠르게 넘길 수 있는 하이스피드 모드, 60프레임과 화질 개선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기본적으로 캐릭터 간의 대화가 많고 턴제 기반의 전투이기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상당히 긴 편인데, 이 때문에 빠르게 게임을 소화할 수 있는 '하이스피드 모드'의 존재가 반갑게 느껴진다.

 

아쉬운 포팅 디테일, 한국어 지원 외에 메리트 부족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요소들은 이미 2017년 발매됐던 영문판에서 지원하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PC '스팀' 플랫폼에서 한국어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메리트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가장 아쉬운 점은 역시 성의와 디테일이다. 마치 2000년대 PC로 포팅된 콘솔 게임을 보듯 부족한 요소들이 눈에 띈다.

 

우선 게임을 처음 실행하자 중국어가 출력되어 당황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인게임에서는 관련 설정이 없고 런처에서 따로 설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또 게임 내에서 키와 해상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이 또한 별도의 런처에서 설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사실상 게임 패드를 무조건 쓰라는 이야기나 다름 없다
 

더불어 따로 텍스쳐나 그림자, 안티엘리어싱 등 그래픽 설정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런처에서 전체화면과 창모드 그리고 해상도만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오래된 PC로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사양의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관련 설정을 아예 지원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다.

 

뿐만 아니라 패드로 플레이 하는 것을 기본 전재로 생각한 것인지,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 하면서도 각종 버튼 UI의 변화는 일체 없다. 게임 패드의 키를 단순히 키보드에 형태에 맞춰 우겨 넣은 매핑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패드를 연결하지 않아도, 조작 방법은 패드를 기준으로 알려준다
 

이를 테면 이동(좌측 조이스틱)은 WASD, 카메라(우측 조이스틱)는 IJKL, X(오른쪽 시프트), Y(스페이스바), A(ESC), B(엔터)로 되어 있는 식이다. 인게임에서 마우스 조작이 가능은 하지만 할당된 버튼 수가 적고 대체로 키보드 조작 위주로 설정돼 사용할 일이 적었다.

 

물론 PC와 콘솔 플랫폼을 오가는 게이머 치고 '듀얼쇼크'나 '엘리트 패드' 등의 컨트롤러가 하나도 없을 리 없다. 조금 귀찮지만 원래 플랫폼이 콘솔이니 감안하고, 그냥 패드를 PC에 꽂아서 플레이 하면 된다. 다만 PC 플랫폼으로 발매할 것이었다면 보다 더 PC 환경에 걸맞는 최적화와 환경, 또 그 이전에 기존에 게임을 '스팀'에서 구매했던 팬들을 위한 조치와 고민이 있어야 했다.

 



 

기존에 타이틀을 보유한 게이머가 궁금해할 세이브 파일 호환의 경우 기자가 이전 영문판을 라이브러리에 소유하고 있지 않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영문판을 보유한 게이머라면 따로 세이브 파일을 백업해 두고 호환이 가능한지 시도하는 것이 좋겠다.

 



 

한국어 인질로 잡은 재발매, 부정적 시선 거두고 보기 어렵다

결국 게임의 그래픽, 스토리, 게임성과는 별개로, 로컬라이징 외에는 성의를 느껴볼 수 없는 단순 포팅 및 발매처럼 느껴져 아쉽다. 단적으로 이번 타이틀은 PC 플랫폼에서 한국어 버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메리트가 없다.

 

지금과 같이 '스팀' 등의 ESD가 대두되고 멀티플랫폼이 대세가 되기 이전에는 몇몇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을 PC 버전으로 단순 포팅해 발매하면서 부족한 최적화와 아쉬운 완성도로 원성을 산 바 있다. 또 기존 콘솔 버전을 그대로 옮겨 오기만 해 단순히 추가 수익을 위해 플랫폼만 바꿔가며 출시한다는 인상을 주곤 했다. 계약 문제로 로컬라이징이 빠지거나, 리마스터 등을 이유로 재발매 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특히 로컬라이징의 경우 기존에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업데이트로 제공할 수도 있는 문제다. 같은 플랫폼 내에서 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팔콤은 기존에 발매된 영문판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또다시 발매했다. 이 때문에 추가 수익을 위해 또 타이틀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을 거두고 바라보기 어렵다.

 

심지어 '섬의 궤적' 외에도 '제로의 궤적', '벽의 궤적' 등의 닌텐도스위치 이식 발매 소식도 이미 지난 해에 전해졌다. 특정 플랫폼에 얽매이지 않는 타 플랫폼으로의 활발한 이식을 반겨야 할지, 아니면 로컬라이징 등의 '인질'을 붙잡고 '어차피 팬들은 또 사주겠지' 라는 생각이 깔린 문어발식 발매에 화를 내야 할지 생각해 볼 문제다.

 


 

시리즈 특유의 감성을 버텨낼 수 있다면 도전하라

단순 포팅 및 한국어 적용 타이틀인 만큼 게임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스토리 등은 당연하게도 달라진 것이 없다. 후속작의 발매를 염두에 두고 종장에서 급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학교에 입학하고 사건에 휘말리는 정의롭고 리더십 있는 학생 주인공, 모종의 사건으로 사이가 다소 틀어졌지만 사실은 '데레' 하고 싶은 히로인 등의 연출이 특유의 감성(?)에 면역이 없는 이가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버겁게 작중 내내 전개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장면이나

이 장면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또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 되는 타이틀인 만큼 세계관과 설정을 플레이어에게 알려주기 위해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인물들, 목각인형처럼 움직이는 캐릭터들의 모션과 전형적이고 뻔한 연출 등 스토리를 제외하면(그나마도 내성이 없다면 힘들지만) 현재 시점에서 입문하기에는 부족한 요소들이 많은 타이틀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PC 버전의 타겟은 시리즈를 한국어로 즐겨보고 싶은 기존 팬들, 시리즈의 소문을 듣고 처음 입문하고자 하는 게이머 정도로 한정된다. JRPG, 그리고 시리즈의 골수 팬이 아니라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타이틀이란 생각이다. 가격도 부담스럽고, 팔콤 특유의 아쉬운 그래픽과 모션도 그대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현재 시점에서 PC 플랫폼의 JRPG를 즐기고 싶다면 다양한 선택지가 이미 존재한다. 이 시리즈만의 스토리를 꼭 즐겨야 한다, 시리즈 특유의 다소 유치한 전개를 버텨낼 수 있다는 전제를 깔아 놓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실망할 공산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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