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소위 '냥트키'라고 불리우며 강아지와 함께 반려동물 투톱으로 군림하는 동물이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와 알다가도 모를 행동 방식이 매력 포인트다. 나 또한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여기 귀여운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플랫포머 게임이 있다. 말 그대로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치트키'인데, 눈에 부담을 주지 않는 그래픽과 잔잔한 음악, 카메라로 피사체를 촬영해 복사하고 사용하며 직접 길을 만들어가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했다. 다름 아닌 프로젝트 모름의 '셔터냥'이다.
얼핏 보면 힐링게임으로 보일 수 있다. 고양이, 그래픽, 음악까지 무엇 하나 힐링이 아닌 것이 없다. 하지만 이 게임만큼은 다르다. 게임에 스코빌 지수를 메길 수 있다면 꽤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맵다. 플랫포머에 약한 타입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겉과 속이 다른 것이 매력 포인트인 프로젝트 모름의 첫 타이틀 '셔터냥'을 직접 플레이 해봤다.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서' 간다
'셔터냥'은 카메라를 머리에 이고 있는 고양이를 조작해, 오브젝트를 촬영하고 배치하며 길을 직접 만들어 레벨을 클리어하는 플랫포머 게임이다. 플랫포머 게임에서 빠지면 섭섭한 '가시'를 비롯해 진행을 방해하는 강아지, 곰, 토끼, 빗방울 등 다양한 오브젝트들을 피해 목표가 되는 피사체를 찍어 탈출하는 방식으로 플레이 하게 된다.
'셔터냥'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카메라' 그 자체다. 카메라로 피사체를 찍고, 이것을 맵에 배치해 발판을 만들거나 빗방울을 막을 수 있다. 기존 플랫포머 게임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발판을 밟아 나가는 선형적 구조인 것과 달리, '셔터냥'은 이러한 플랫포머 게임의 공식을 부정했다.
카메라를 활용해 길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는 게임의 플레이에 활력과 자신만의 루트를 개척해 나가는 재미를 부여한다. 반복적인 죽음과 도전이 플랫포머 게임의 기본이므로 '셔터냥' 또한 마찬가지이지만,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은 비교적 덜한 편이다.
오브젝트들을 활용한 플랫포머 구성도 인상적이다. 튀어 오를 수 있는 풍선, 좁고 넓은 다양한 종류의 발판, 빗방울을 떨어트리는 구름, 지름길을 열어주는 열쇠 등이 준비되어 있는데, 이들을 직접 배치해가며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새로이 추가된 수집 요소와 도전과제, 대폭 늘어난 볼륨도 게임을 반복 플레이 하도록 하는 요소다. 기본적으로 다음 맵으로 넘어가기 위해 촬영하고 탈출해야 하는 오브젝트 외에도 맵에 배치된 포스터를 모을 수 있고, 각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마련된 고양이의 스킨도 수집할 수 있다.
겉과 속 다른 '셔터냥', 계속 생각나는 매운 맛
'BIC 2019'와 2020년 6월 말 본지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프로젝트 모름이 줄곧 이야기한 것이 다름 아닌 난이도다. 어려운 난이도가 '셔터냥'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개발 초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브레이드(Braid)'와 동일한 방향성을 정식 발매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번 정식 발매 버전은 이전에 공개됐던 데모 버전, 'BIC 2019' 출품 버전 등에 비해서는 대폭 난이도가 낮아졌다. 찍을 수 있는 피사체의 숫자가 늘어났고, 빠르게 촬영을 하면 과열되는 시스템도 삭제됐다. 이 때문에 게임의 매커니즘과 시스템에 익숙해졌다면 초중반 챕터까지는 무난하게 플레이 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운 난이도는 자칫 잘못 다루면 자신까지도 해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게임에 도전 자체를 하지 않거나, 혹은 도전하더라도 금방 포기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정식 발매 이후 즐겨본 '셔터냥'의 방향성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어느 정도 난이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팀원들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앞서 '매운 맛' 난이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해 겁을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각 스테이지 마다 세이브 포인트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고양이가 낙사 하거나 적과 부딪혀도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의 큰 페널티는 없다.
본래 플랫포머 게임의 정체성 중 하나가 반복적인 도전임을 생각해 본다면, '셔터냥'을 플레이하며 느껴지는 매운 맛은 사실 게임의 첫인상과 다름에서 오는 선입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셔터냥'의 매운 맛을 비유하자면, '엽기떡볶이'와 같이 계속 생각나는 매운 맛이라고 해야겠다.
어려움 속에서도 빛난 '인디 정신'
'유나이트 서울 2019', 'BIC 2019', '지스타 2019' 등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게이머들과 만났던 '셔터냥'은 본래 2020년 2분기에 정식 발매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발매가 무려 세 차례 연기됐다. 후원자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었다.
프로젝트 모름은 '지스타' 현장에서 받았던 피드백을 바탕으로 수정해 '타이페이 게임쇼'에 출품하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타이페이 게임쇼'는 취소됐고, 들인 비용과 시간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소규모 인디게임 개발사가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큰 위기와 시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도전은 계속됐다. 마치 본인들의 게임 '셔터냥'과 팀 이름 '프로젝트 모름'처럼 불확실한 것을 알아가고 '모름'에서 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른 것이 '인디 정신'이 아니라 이런 것을 두고 '인디 정신'이라고 표현함이 옳을 것 같다.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젝트 모름은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로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게임 3개를 꼭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발 블로그를 통해서도 당분간 '셔터냥'의 개선을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신규 타이틀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이 공개되기도 했다.
프로젝트 모름이 보여주는 독창성과 도전 정신은 이제 그 첫 결실을 맺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고, 인디 계열은 더욱 그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금전적인 제약 때문에 게임의 재미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그리고 사람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고 기억에 남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가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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