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이누야샤-되살아난 이야기-(이하 이누야샤 모바일)‘를 둘러싼 대원미디어와 개발사인 해머엔터테인먼트와의 진실 공방이 지속중인 가운데 17일 해머엔터테인먼트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원미디어는 지난 16일 입장문(바로가기)을 통해 해머엔터테인먼트가 불성실한 계약 태도로 자사는 물론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판권 계약 협상 중 2021년 2월 26일 일방적으로 게임을 종료했으며 모든 연락을 일절 받지 않고 계약 연장 협상을 지속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모든 사태의 책임이 해머엔터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머엔터테인먼트 “계약 위반의 위험 감수할 수 없어 서비스 임시 중단 결정한 것”

해머엔터테인머트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난해 9월 판권 계약 연장을 위한 사전 미팅에서 대원미디어측은 일본 판권원과 계약이 2021년 3월 31일까지이니 해당 기간까지는 게임 서비스를 지속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당사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서는 검수 프로세스의 개선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의 과정이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당사의 계약 연장을 위한 필수 선결 과제인 검수 프로세스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추가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게임 서비스 지속만을 요청하는 대원미디어측에 계약 연장을 위한 양사간 협의가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 위반의 위험을 감수하며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어 서비스를 임시 중단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담은 내용 증명을 발송했고 이후 게임 서비스를 임시 중단 했다”고 설명했다. 

해머엔터테인먼트 측은 우체국 내용 증명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대원미디어 측이 3월 2일에서야 법무법인을 통해 아무런 조건 제시없이 명예훼손 등을 언급하며 게임 서비스를 재개하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 자신들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판권사와의 계약 연장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검수 업무를 지속하고 업데이트를 지속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과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함께 협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끝으로 해머엔터테인먼트 박정규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원미디어측의 입장과 달리 해머엔터테인먼트는고객 여러분들께 수준 높은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돈을 내고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님들의 눈 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고객님들께 향후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고 고객님들께서 원하시는 방향을 맞출 수 있도록 대원미디어와 협의 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대원미디어 vs 해머엔터테인먼트, 양측의 주장 어떻게 봐야하나

해머엔터테인먼트가 주장하는 것은 이렇다. 협상 과정에서 계약 연장을 위한 검수 프로세스의 개선을 요청했지만 이를 대원미디어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상황에서 업데이트 콘텐츠를 개발해 선보일 경우 자칫 계약 위반이 될 수 있어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중단 할 수 없었다는 것. 

그러나 대원미디어측은 협상이 진행중인 과정에서 해머엔터테인먼트가 2021년 2월 26일 게임 서비스를 중지한 이후 모든 연락을 받지 않은 상태로 협상 및 게임 서비스 재개 요청을 일방적으로 묵살해 사실상 판권 계약 연장 협상 의사를 보이고 있지 않아 3월 16일부로 판권 계약 연장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작자와 판권사, 개발사가 얽힌 게임의 개발 프로세스는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개발사가 개발한 콘텐츠는 판권사가 1차 검수를 진행하며 여기서 통과가 되면 원작자(또는 원작사)에게 최종 검수를 받는 형태를 띈다. 

대체적으로 IP홀더들이 검수과정이 까다로운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 IP홀더들의 검수는 개발사들 사이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한 개발사의 경우 머리카락의 크기와 위치 등이 조금 어긋났다는 이유로 수십번을 반려당한 유명한 일화도 있다. 물론 이례적으로 판권사에게 모든 권한을 맡기는 경우가 존재하지만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형 IP의 경우 위와 같은 까다로운 검수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머엔터테인먼트가 요청한 프로세스의 개선은 이러한 검수에 필요한 허들을 낮춰 개발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판권자인 대원미디어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판권자조차도 원작자(원작사)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한 경우고 장기간의 협력을 통해 신뢰관계를 가진 기업이 아니라면 자사의 IP 검수를 입맛대로 변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원작이 지닌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인데 결국 해머엔터테인먼트가 주장하는 개선이나 추가 협상에 대한 여지가 없었다는 주장은 일종의 요청사항일뿐 서비스 중지의 정당한 사유로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밖에도 해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월 28일부로 판권 계약이 종료되었지만 대원미디어 측이 계약 연장을 전제로 서비스를 지속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며, 대원미디어측이 지난 16일 계약 종료 이후에도 해머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양해' 했다는 설명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청'에 의한 것이든 '양해'에 의한 것이든 이누야사의 서비스가 지속된 것이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실제로 12월 28일 이후 해머엔터테인먼트는 총 3번의 콘텐츠 업데이트를 진행했는데 해머엔터테인먼트측 주장대로 계약 위반의 위험을 감수하며 서비스를 지속할 수 없었다고 판단했으면 적어도 12월 28일 이후에는 수익과 직결될 수 있는 콘텐츠의 업데이트를 진행해서는 안됐다. 결국 이러한 업데이트가 진행된 것은 협상의 난항을 떠나 서비스 지속이라는 원칙에 양사가 암묵적으로 동의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반증이다. 

서비스 종료는 사실상 개발사의 독단, 대원미디어 “판권 계약 연장 협상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때는 30일 전까지 관련 내용을 공지하도록 의무화 시킨 바 있다. 따라서 게임 서비스 중지와 같은 중대한 문제는 보통 판권사와 서비스사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

그렇다면 2월 26일 해머엔터테인먼트가 공지를 통해 밝힌 서비스 종료 안내는 대원미디어와 사전 협의가 된 것일까.

게임포커스가 복수의 핵심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2월 26일 서비스 종료 공지는 사전 협의후 진행된 것이 아닌 해머엔터테인먼트의 독단적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해머엔터테인먼트 측이 주장하고 있는 서비스 임시 중단과 관련된 내용 증명은 공지 직전 대원미디어측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이 공지는 양사의 협의 없이 진행된 개발사의 일방적인 공지인 것이 확인됐다
 

개발사가 판권사 및 원작사와의 협의 없이 게임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중지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던 일이다. 과거 수익 분배의 문제, 게임 자체의 심각한 결함, 초상권 침해 등으로 일부 게임들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종료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는 명백한 계약 위반 및 사실상의 범죄 행위였었다. 

종합해 볼 때 이번 이누야사 사태는 개발사의 계약 위반 행위에 가까워 보인다. 개발사의 콘텐츠 검수와 관련한 협상은 게임의 정상적인 서비스 유/무와는 관련이 없다. 또한 판권 계약 연장 협상도 마찬가지다. 계약 연장과 종료는 양사의 협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서비스사는 적어도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 까지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진행했어야 한다. 계약 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검수 프로세스의 개선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해머엔터테인먼트 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한편, 이와 관련해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해머엔터테인먼트와의)판권 계약 종료라는 어제의 공식 입장에서 바뀐 것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