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력의 중국과 IP의 일본이 협업하는 것은 최근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의 주된 흐름 중 하나다. '원펀맨'이나 '블리치' 등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줄지어 모바일 게임으로 중국에 출시된 가운데, 만인의 사랑을 받는 대표 애니메이션 '원피스'도 다시 한번 모바일 게임으로 등장해 화제다. 어딘가 하나씩은 꼭 아쉬웠던 기존의 '원피스' 게임들과 달리, 꽤나 물건이라는 입소문이 국내에도 퍼지는 중.
NUVERSE가 개발 및 서비스 중인 '항해왕열혈항로(航海王热血航线)'는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액션 RPG다. 루피가 처음 항해를 떠날 때부터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동료를 모아나가는 원작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재활용하기보다는 게임 내 리소스를 활용해 원작 재현에 충실한 점이 매력 포인트. 팬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다.
3D 액션으로 그려내는 '원피스'의 대서사, 모바일 특화 콘텐츠로 빈자리 채웠다
1997년 첫 연재 이후 거의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재된 만큼 '원피스'의 서사 분량은 방대하다. 게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동안 '원피스' IP를 활용한 대부분의 콘솔 게임들은 특정 에피소드나 시점을 기준으로 개발된 바 있다.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은 비교적 그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기도 하다.
'항해왕열혈항로' 역시 모바일 게임의 장점을 십분 살려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처음과 끝을 모두 함께해보겠다는 노선을 채택했다. 원작 팬들에게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원작의 처음부터 게임이 진행되며, 굵직한 흐름들을 메인 퀘스트에 녹여냈다. 부실한 중국어 실력이지만 기억을 더듬더듬 짚어가며 이야기를 이해해볼 수 있다. 역시 '오다'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최근에 진행되는 에피소드보다 훨씬 알차고 흥미롭다는 느낌.
원작 재현은 기대 이상으로, 튜토리얼에서 보여주는 '정상결전' 편의 모습들은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만, 메인 퀘스트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 또는 일부 구간에서는 음성 녹음이 생략되거나 연출이 부실한 부분들도 있는데 나름대로의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도 생각된다. 그래도 애니메이션 장면을 그대로 가져다 쓴 알뜰한 절약 정신과 무성의함을 보여줬던 '원펀맨' 모바일 게임보다는 나은 편.
액션 자체의 완성도는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의 평균 혹은 그보다 조금 아래 수준이지만, 그 빈자리를 연출로 대신했다. 원작 속 캐릭터들의 대표 기술들을 화려한 연출로 게임에 담아냈는데, 원작에 대한 개발진의 애정을 느껴볼 수 있다. 공격을 방어하는 식의 복잡한 액션보다는 스킬을 한차례 퍼붓고 재사용 대기시간을 버텨내는 '히트 앤 런' 방식의 액션이 주가 된다. 모바일 플랫폼의 한계 때문에 조작감이 그리 쾌적하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콘텐츠 소모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모바일 게임 특성상, 에피소드와 에피소드 사이의 빈 자리는 모바일 게임 특유의 육성 시스템 및 일일 단위 콘텐츠들로 채워 넣었다. 각 캐릭터의 조각을 모아 등급을 올리거나, 육성 재료를 획득해 스킬이나 능력치를 강화할 수 있다. '포토 카드'라는 또다른 수집 요소를 통해 캐릭터에게 추가 능력치를 부여할 수 있는데, 캐릭터 뽑기와 함께 게임의 과금 모델을 책임지는 두 개의 축으로 보인다. 물론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카드를 얻을 수 있도록 해 스토리를 위주로 플레이하고자 한다면 부담없이 즐겨도 되겠다.
기타 일일 퀘스트 등 모바일 게임이라면 으레 있어야할 것들은 전부 있다.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는 동안에는 마치 모바일 MMORPG처럼 다른 이용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 바다를 항해하면서 해적 조무래기들과 승부하거나, (돈을 주고 뽑은) 나의 캐릭터를 자랑해볼 수 있다.
리세마라 난이도는 극상, '원피스' 팬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게임
'항해왕열혈항로'에서도 물론 캐릭터 뽑기가 기다리고 있다. 모험을 통해 기본 동료들을 모을 수도 있지만, 그 이외의 캐릭터들은 뽑기를 통해 얻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미'의 경우 '알라바스타 편'에서의 복장이 별도의 캐릭터로 분류되어 있기에 향후 다른 캐릭터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첫 뽑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타 게임에 비해 상당히 긴 편이기에 '리세마라'를 해볼 예정이라면 그만한 각오가 필요하겠다.
중국에서만 서비스되기에 언어의 장벽은 꽤나 높지만, '원피스'를 이미 알고 있고 또 그동안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봤다면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 다만, 실명 인증을 하지 않은 계정은 15일 안에 정보가 사라지니 주의가 필요. 액션 게임으로 접근하면 이래저래 애로사항이 꽃피지만 이는 팬심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정도다. 원작 재현도가 상당한 편이기에 '원피스'의 지난 이야기를 복기하는 용도로 한번 가볍게 즐겨봐도 큰 무리가 없겠다.
여러모로 국내에서 넷마블이 개발하고 선보였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가 생각나는 게임이다. 원작 속 주요 장면들을 게임 내 리소스를 통해 완벽 재현해낸 점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맞춰 콘텐츠들을 구성해냈다. 원작의 분기점이기도 한 '정상결전'의 재현도가 특히 높은데, 게임이 꾸준히 인기를 끌어 무사히 '정상결전'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더불어 해외 지역 서비스 여부 역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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