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작품을 보유한 월트 디즈니에는 매력적인 주인공들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악당들이 존재한다.
'인어 공주' 속 마녀 '우슬라'와 '알라딘' 속 '자파', 반전 매력을 가진 '겨울왕국' 속 '한스' 등 디즈니들의 악당들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인공 못지 않은 관심을 모은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디즈니 악당 중에 가장 좋아하는 악당은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빌런 크루엘라 드 빌이다. 작품 속에서 크루엘라 드 빌은 퐁고와 페르디타의 새끼들을 납치해 모피 코트를 만들려고 하는 악당이다.
그의 성격과 행보는 작중에서 작곡가로 나오는 로저 래드클리프가 작곡한 '크루엘라 드 빌'이라는 노래에서 잘 나온다. “크루엘라 드 빌, 크루엘라 드 빌 그 여자보다 더 무서운 건 없을걸. 그 여자를 보면 소름이 돋는걸”, “크루엘라 크루엘라 그녀는 꼭 먹이를 사냥하려는 거미 같지” 등의 가사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그녀의 성격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행보와는 반대로 현대인의 관점으로 크루엘라 드 빌을 평가한다면 독특한 패션 감각과 마른 몸매를 유지하는, 자기 관리에 철저하면서도 재력까지 가진 그야말로 현대 여성들의 워너비들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크루엘라의 과거와 왜 악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의 매력을 100% 담은 영화 '크루엘라'가 지난 5월 26일 개봉했다.
원작 등장 전인 20대의 크루엘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 만큼 원래 크루엘라 드 빌을 좋아한 기자도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해보았다.
2021년 재해석된 크루엘라를 만나다
이번에 개봉한 크루엘라를 제외하고 주인공 크루엘라가 등장한 미디어믹스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두 작품은 원작 애니메이션인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와 이 작품 이전에 개봉한 실사 영화 101 달마시안(1996년 작)일 것이다.
이 두 작품 속 크루엘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설정을 갖고 있다. 먼저 원작 애니메이션 속 크루엘라 드 빌의 경우 자신이 보유한 재력을 십분 활용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로저의 아내인 아니타의 동창 친구로 처음 소개된 크루엘라는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블랙앤화이트 투 톤 헤어와 드레스, 모피 코트, 핸드백 등으로 도도한 느낌의 패션을 완성했다.
반면 영화 101 달마시안 속 크루엘라는 나이 설정부터 원작과는 차이가 조금 존재한다. 101 달마시안 속 크루엘라는 아니타와 친구가 아닌 아니타가 근무하는 패션 디자인 업체의 상사로 나오며 배우로는 글렌 클로즈가 기용돼 중년의 나이로 등장했다.
비록 나이대는 올라 갔지만 크루엘라의 독특한 헤어 디자인과 남다른 패션 감각은 이 영화에서도 빛났었다. 세련된 외출복과 화려한 실내복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 다만 아쉬웠던 점은 101 달마시안은 '나홀로 집에'의 제작과 각본을 맡은 존 휴즈가 각본을 맡아 납치 당한 개를 찾는 것을 넘어 적을 직접 괴롭히는 강아지판 나홀로 집에로 바뀌면서 크루엘라가 고난을 겪으며 망가지는 것으로 영화가 끝났다는 것이다.
2021년에 개봉한 크루엘라 속 크루엘라는 원작보다 앞선 시간적 배경으로 어린 크루엘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가 원작을 통해서는 알 수 없었던 크루엘라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이제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한 크루엘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크루엘라가 처음부터 부자인 금수저 인생을 걸어서 성격이 자기 중심적이고 괴팍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크루엘라가 고아가 된 뒤로 재스퍼와 호레스와 도둑질을 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인물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매 작품에서 패셔너블한 모습을 보여줬던 크루엘라는 이번 영화에서 더 화려하고 세련되게 변했으며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식으로 변화했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런던으로 그 당시의 펑크 룩의 스트리트 패션과 귀족들의 패션 방향성에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이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펑크 룩에는 주인공 크루엘라가, 화려한 귀족 패션을 대표하는 인물로는 크루엘라의 능력을 알아 본 바로네스가 등장해 이 두 사람의 패션 대결을 보는 재미도 굉장했다.
특히 크루엘라의 제작진은 화려한 의상을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화면 연출을 더해 의상의 화려함과 유니크함을 시각적으로 극대화 했다.
참고로 크루엘라의 패션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알랙산더 맥퀸 등의 룩을 레퍼런스로 참고해 제작한 것으로 패션에 대해 잘아는 관람객들이라면 원래 디자이너의 룩과 크루엘라의 룩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몰랐던 크루엘라의 어린 시절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고아가 된 크루엘라는 원작에서 크루엘라 외의 또 다른 악역들인 재스퍼, 호레스와 함께 도둑질을 하며 지내게 된다.
크루엘라의 원래 이름은 페르시아어로 '별'을 뜻하는 에스텔의 여자 이름인 에스텔라로, 크루엘라는 그녀의 어머니가 나쁜 생각을 하거나 나쁜 행동을 할 때의 상태를 지칭하는 일종의 별명이다.
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던 에스텔라가 크루엘라로 변하는 과정을 나름 촘촘하게 짜두기는 했지만 결국 트레일러, 팜플렛 등에서 표현했 듯이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때문에 메인 스토리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금의 설정과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원작 속 인물들의 관계 변화와 다소 오류가 나는 설정들을 찾는 재미가 더 높았던 것 같다.
만약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내용을 알고 있기는 하겠지만 복습 차원으로 꼭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를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원작에서 로저가 작곡한 크루엘라의 테마 곡 '크루엘라 드 빌'과 이번 영화의 크루엘라 테마곡 'Call me Cruella'의 가사 비교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흑인 아니타, 수염이 복실복실한 로저… 원작 2021년에 바뀐 원작 캐릭터들
크루엘라 외에도 원작 캐릭터들의 일부 설정이 이번 영화에서 변경되었다. 먼저 실사 영화 101 달마시안에서 재미없는 게임 제작자이며 작곡이 취미인 로저는 이번 영화에서 나름 능력 있는 변호사이지만 가끔 바에 나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고학력자인데 어딘가 모르게 너드 같은 이미지의 남자로 등한다. 심지어 로저의 인간미가 너무 넘치는 나머지 직장을 잃고 피아노 연주와 작곡에만 집중한다는 점이 원작 애니메이션과의 연결점으로 보인다.
외향적인 부분에서도 원작과 차이가 좀 있었는데 노총각이지만 깔끔한 스타일의 백인으로 등장했던 로저와는 달리 영화 속 로저는 흑발에 수염이 얼굴 대부분을 수염이 감싸고 있어 애니메이션에서 보여 준 미래의 로저가 훨씬 더 젊어 보일 정도였다.
아니타는 더욱 크게 바뀐 캐릭터다. 아니타의 풀 네임은 '아니타 달링'인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아니타의 결혼 전 패밀리 네임이 나오지 않았고 101 달마시안에서 결혼 전 패밀리 네임은 캠벨 그린으로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작에서 새로운 이름을 부여 받았다고 볼 수 있을 듯 싶다.
물론 원작에서도 크루엘라가 아니타를 아니타 달링이라 부르는데 이 것은 크루엘라가 부르는 아니타의 애칭이었으며 풀 네임은 아니었는데 이번에 아예 아니타 달링이라고 이름이 정해진 것을 보면 확실히 이 영화가 크루엘라를 중심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것을 또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름 외에도 바뀐 점이라면 전형적인 백인 여성이었던 아니타가 이번 영화에서는 흑인으로 등장한다는 것.
외향적인 면에서 큰 변화를 가진 것이 아니타라면 역할 자체에 큰 변화를 겪은 것은 재스퍼와 호레스였다.
재스퍼와 호레스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크루엘라가 개를 납치하기 위해 고용한 비중이 적은 악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작에서는 재스퍼와 호레스는 크루엘라가 아직 악녀가 되지 않은 상태인 어린 에스텔라를 만나 그녀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 공감해 함께 친구처럼 가족처럼 지내며 그녀의 행복을 위해 힘을 쓰고 함께 작전을 실행하는 등 역할이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변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히 돈에 굴복하는 을의 입장이 아니라 크루엘라의 가족이자 친구로서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는 현재의 모습일 뿐이고 결국 미래에는…
월트 디즈니가 유명한 작품 속 악역을 재해석한 영화는 크루엘라가 처음이 아니다. 이런 콘셉트로 가장 유명한 영화는 '말레피센트'로 이 영화는 알다시피 큰 사랑을 받으며 후속작까지 제작되는 등 디즈니의 놀라운 상상력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크루엘라 또한 그런 디즈니의 상상력이 또 한번 빛을 발한 작품이었다. 원작의 내용은 바꾸지 않는 프리퀄 스토리를 바탕으로 크루엘라가 가진 원래의 콘셉트 속 매력을 최대한 살렸다.
흔하디 흔한 착한 주인공 말고 독특한 주인공인 영화가 보고 싶다면 원작 애니메이션이나 동화를 즐겨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쿠키 영상을 보고 나서 이러면 원작 애니메이션 내용에 설정 오류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 부분은 추후 또 디즈니가 이 작품의 후속작을 만들면 해결될 부분이고 아니라면 그냥 상상에 맡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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