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히려 청소년의 폭력성 제어에 도움

등록일 2012년02월15일 22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문화재단은 금일(15일)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를 낳고 있는 학교폭력과 관련된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청소년과 게임문화,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됐으며 학교폭력에 보다 객관적인 방법론을 찾자는 취지로 열렸다.

토론은 김민규 아주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원희룡 국회의원과 한덕현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 치료팀장, 유형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소장, 황승흠 국민대 교수, 류호경 한양대 교수, 박형준 성신여대 교수, 학부모, 주훈 제8게임단 감독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게임문화재단의 김종민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부 언론들이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게임 산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게임과몰입을 규제과몰입으로 풀지 말고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올바른 처방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의학계, 법학계, 미디어계, 교육계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해 각 분야별 연구사례 발표를 통해 청소년의 폭력과 게임의 상관관계에 대한 해석을 했다.

의학계-"게임과 폭력에 대한 명확한 구분 없이 단순한 실험결과를 일반화 시키는 행동은 자제해야"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최태영 교수는 ‘게임과 학교 폭력의 연관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의학적 관점에서의 연구 사례를 발표했다.

대구카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최대형 교수

최태영 교수는 인기 컴퓨터 게임의 특성으로 4가지를 지목했다. 첫째로는 게임이 공격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전체적으로 인기있는 게임들은 대부분 내용이 폭력적이며 이러한 공격성의 분출을 허용, 오히려 강화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높은 수준의 좌절이 없다는 것을 꼽았다. 실제 생활과 달리 컴퓨터게임은 행위의 결과에 대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므로 높은 수준의 좌절이 없다고 밝혔다.

세 번째로는 게임을 통해 통제력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는 점을 꼽았다.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시각-운동 협응력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능력은 일반적으로 연습을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점을 강조하며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게임을 통한 통제력, 성취감 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는 현실과 직접적인연관성이 없는 자유로운 경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꼽았다.

게임의 특성에 대한 의학적 접근을 통한 해석이 주를 이루었다

최태영 교수는 일부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컴퓨터게임은 병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청소년의 발달과 적응의 과정에서 동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며, “컴퓨터게임이 청소년기 주요한 과제인 경쟁, 성취,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을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좀 더 안전하게 반복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론 게임을 오래할수록 사회기술과 학업성취도에 나쁜 영향을 끼치며 컴퓨터게임으로 인해 대인관계 기피와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게임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밖에도 이번 토론회에선 이번 토론회에선 게임과 폭력성에 관련한 12개의 연구 결과 역시 공개했다. ‘폭력물을 시청할수록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실험이 진행됐으며 7개의 실험 연구에 대해선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을 못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게임의 폭력성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나 이론이 없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일반화하기엔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법학계-"게임의 일방적인 규제는 과소포함적이다"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는 ‘게임과 폭력성의 연관 관계에 대한 법률적 해석 사례’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 6월, 미국 연방대법의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금지한 캘리포니아 주법을 위헌 결정한 판례를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

박종현 교수는 “해당 판결에 대해 당시 대법원은 폭력적 비디오 게임에 대한 노출과 아동들에 대한 해로운 영향 사이의 연관을 보여주려는 심리학적 연구들은 그러한 노출이 미성년자들의 공격적 행위를 유발한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7대 2로 위헌이라고 판시된 이번 사건에 대해 한 대법관은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인과 관계의 증거가 아닌 상관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구로 연구들은 기껏해야 아동들이 비폭력적 게임을 한 이후보다 폭력적 게임을 한 후 몇 분 동안 조금 더 소란스러워지거나 공격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것과 같은 폭력적 오락물에 대한 노출과 실제 세계에서의 영향들 사이의 상관관계 정도만 나타낸다”며 캘리포니아 주법의 위헌사유를 밝혔다.

박종현 교수는 이번 판례를 빗대어 “본 판례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미성년자의 폭력적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법적 판단을 담을 중요한 결정이다”며 “소위 폭력성을 담고 있는 다른 매체를 규제하지 않으며 비디오 게임만을 규제하는 것은 과소포함적이며 평등권 위배인 것이다. 법상 사용된 ‘폭력적’이라는 용어는 지나치게 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종현 교수는 “만약 다른 한편으로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대한 여론이 견고하게 부정적이며 비디오 게임을 모방한 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당시 대법원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디어계-"잘못은 고쳐야 된다. 단, 그 정의는 명확해야 한다"
미디어와 폭력성 연관 관계 관련 연구 동향을 발표한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송종길 교수는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인간의 모든 행동은 한 가지 요인에 의해 나타나진 않는다”며 “미디어에서도 미디어와 폭력성에 대한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다”고 운을 땠다.

경기대학교 언론미디어학과 송종길 교수

송종길 교수는 최근 학교폭력으로 인한 기사의 언론 보도를 통해 청소년 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히며 청소년 폭력 문제의 원인으로 폭력 게임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언론 매체를 통해 발표된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선 “연구에 문제가 있다, 연구에 있어 폭력에 대한 정의가 제각각이며 이를 일반화시키기에도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부정적인 연구들에 대해서만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미국에서도 총기 난사 사건 이후로 폭력성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객관적인 접근보다는 감정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는 게임업계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끝으로 송종길 교수는 “분명 어느 것을 막론하고 중독은 문제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폭력성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지금 청소년의 폭력과 학교폭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체계적/장기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계-"학교폭력을 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피해야"
청소년의 폭력에 관한 태도 유형 및 이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한 연세대 교육대학원 오승호 특임교수는 시작에 앞서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규정짓는 것은 어렵다”며, “그러나 학생들의 폭력에 관한 태도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폭력행위자 대 무폭력 행동자 등의 획일적 분석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 교육대학원 오승호 특임교수

오승호 특임교수는 폭력에 관한 태도 유형을 8가지로 나누었으며 청소년들의 폭력에 관한 태도의 유형 분포 실험 결과 역시 공개했다. 폭력에 대해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학생들은 무규범형 133명(10.60%), 표리부동형 67명(5.34%), 동조형(25.99%) 관객형 79명(6.29%)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청소년은 도피형 45명(3.58%), 우둔형 53명(4.22%), 혐오형 117명(9.33%), 수호자형 434명(34.60%)로 나타났다.

-무규범형(죄의식없이 충동적으로 폭력을 행사함)
-표리부동형(폭력을 지지하고 폭력으로 인한 손익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유형)
-동조형(아무 생각없이 폭력에 박수를 치거나 응우너하는 유형)
-관객형(폭력을 잘 알고 있으면서 폭력상황을 즐기는 유형)
-도피형(폭력에 대해서 잘 모르나 그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유형)
-우둔형(폭력에 대해서는 둔감하나 자신과 주변에 대한 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유형)
-혐오형(폭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정서적으로 싫어하지만 폭력해결에 소극적인 유형)
-수호자형(폭력에 관한 태도에서 가장 이상적인 유형)

다양한 연구결과를 발표한 오승호 특임교수는 끝으로 “학교의 비폭력 문화를 위한 법교육 실시 등이 필요하다”며, “학교폭력을 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됐다. 학교 내에서 자리 잡고 있는 폭력문화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사회전체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게임업계 역시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발표직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기존 발표자들을 포함해 원희룡 국회의원, 한덕현 게임과몰입센터 팀장, 주훈 8게임단 단장 및 학무모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해 게임과 폭력성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성신여자대학교 박형준 교수는 게임을 중세로 비교하며 “기성세대는 게임에 대한 몰이해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게임은 아주 좋은 마녀로써의 소지를 가지고 있다”며, “폭력게임은 공해라고 주장하는 등의 발언은 게임에 대한 기성세대의 몰이해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교수는 학교폭력의 문제를 게임으로만 문제 삼는 정부 및 언론단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은 누구도 모른다. 우리도 모르는 원인이 너무 많은데 근거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식적으로 통할만한 것을 가지고 그것을 일반화 시키는 경우가 무수히 반복됐다. 솔직하게 자신의 문제를 내놓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게임 이용을 통해 일정 부분 학교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형우 소장은 "게임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던 문제다“며 ”게임중독이 학교폭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는 유해 환경 중에 하나인 점은 분명하다. 규제만으로는 게임 중독을 예방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청소년의 올바른 게임 이용을 위한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역시 토론회에 참여해 열띈 토론을 이어나갔다

끝으로 원희룡 대표는 정부의 지나친 게임 규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원 의원은 “게임은 청소년의 놀이 문화 중 하나며 친구들과 교제가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다”며 “정부와 학부모, 관련 산학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효율적인 과몰입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원 의원은 최근 “게임은 공해다”는 발언을 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 의원은 “대통령이 3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닌텐도 위 같은 게임하드웨어가 안 나온다고 말하며 관련 산업에 대한 진흥을 강조했다. 헌데 최근 국무총리와 함께 게임이 공해적 측면이 있다고 발언했다”며, “정부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닌텐도 위와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도모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원희룡 국회의원

이날 원 의원은 게임업계에 대해서 게임업계가 무조건 잘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히며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게임이 문화 콘텐츠로써의 가치가 입증된 만큼 그에 합당한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고 관련 업계 종사자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한편, 쿨링오프제 실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 원 의원은 “관련 부서장들과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당초 의도한대로 쉽게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정된 시각을 훌쩍 넘겼지만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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