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사)문화사회연구소가 주관하는 게임의 사회적/문화적 위상 제고를 위한 심포지엄인 ‘나는 게임이다’가 금일(21일)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엘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번 게임문화심포지엄에서는 게임의 의미와 가치를 사회문화적 접근, 매체적 접근, 교육공학적 접근, 문화정책적 접근을 통해 재조명한다. 게임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도 게임 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나 이해는 초보 단계라는 점을 인식하고, 게임이 다른 문화예술 장르처럼 문화 활동의 영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개최됐다.
게임문화재단 김종민 이사장은 “사회의 모든 부정적인 영향의 책임을 새로운 놀이 미디어에 집중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일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시대의 핵심 산업인 게임을 객관적이고 심도 있게 논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산업협회장 최관호 회장은 “게임이 디지털 대중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다”며, “청소년에게 좋은 콘텐츠, 미디어로 게임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업계가 다각도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금일 심포지엄은 각 발제를 바탕으로 게임문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으며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와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박상우 연세대 겸임교수, 김상우 기술미학연구회 연구원이 각 발제의 토론자로 나선다.
게임업계, 사회와 더 소통해야
‘새로운 게임문화정책을 위한 제언’을 발제로 한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정소연 팀장은 발표를 시작하기에 앞서 “셧다운제 시행이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에 가해지는 이중 삼중 규제책에 심히 우려스럽다”고 운을 땠다.
정 팀장은 발표를 통해 이중 삼중으로 규제가 쌓여가고 난무하는 규제 속에서 관계부처간 협업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원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보호이데올로기를 지키기에 급급한 청소년 정책들은 사실상 문화매체를 규제하는 정책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정작 보호되어야 하는 청소년들의 권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놀이란, 어린이에게 행동의 자유를 제공하며 어린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가상의 세계’ 라며 새로운 시대의 청소년 놀이문화인 게임의 올바른 이용을 위해 게임 미디어 교육, 게임을 재창조 하는 문화예술 교육을 중심으로 게임이 가족과 세대 간의 소통증진의 매개체로 자리 잡을 것을 요구했다.
정 팀장의 발제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한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이광석 교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며 “일부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 점은 분명하지만 청소년의 자기주체성 및 판단력을 신뢰하고 있다”며, “우리의 학교 폭력 문제도 사교육과 입시의 전쟁터로 내모는 경쟁 환경, 다양성 보다는 성공과 물질적 성과를 강조하는 우리 사회 등 체제 퇴행 논리에 의해 설명되고 이에 맞춰 정책 방향을 틀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은 태초부터 사회적이다
‘SNS 혁명과 게임 환경의 변화’를 발제로한 대구카톨릭대 언론광고학부 박근서 교수는 게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이다고 말하며 "게임의 사회성은 네트워크에 의해 강화됐다. 게임을 매개 콘텐츠로 그리고 인터넷을 기술적 매개로 게임은 컴퓨터와 사람의 상호작용에 다른 사람을 끼워넣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발표에 이어 “게이머들은 배틀넷으로부터의 경험을 리니지와 WOW의 세계로 연결시켰고, 이제 SNS위에서 친구들의 마을에서 부업을 하거나 친구들이 준 아이템으로 게임을 진전시키고 있다”며, “이미 인터넷이 게임의 공동체를 사이버공간으로 확장했으며, SNS는 사이버공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좀 더 분자적인 형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 사람과의 소통을 중시한 SNS가 보편화 되면서 게임이 더 이상 하나의 콘텐츠가 아닌 소통의 매개체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게임 역시 하나의 콘텐츠지만 게임 속에서 사람들은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사회와 소통하는 ‘미디어’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의 발제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한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 역시 SNS가 활성화 되면서 게임 역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TV를 에로 들었다. “TV의 과거 이미지는 어떠했는가? ‘바보상자’라면서 아이들이 열심히 보면 학습능력이 저하되고 바보가 된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TV의 이미지는 어떤가?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다”며, “더 이상 텔레비전 때문에 공부를 못하거나 폭력성과 연관 되어 있다고 평가 받지 않는다. 40년에 걸친 연구에서 별 다른 성과도 없을뿐더러 연구 결과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게임도 현재 예전 TV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는 미디어발달사 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자연스러운 발전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사람들이 왜 게임을 하며 그 결과는 무엇인가?’ 가 아닌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게임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의미가 구축되는가’로 시선과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분법은 그만, 제발 연구좀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발제로한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시작에 앞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많다”며, “이분법 논리에 맞춰 어느 날 뇌 사진 한 장 찍고 게임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장기적으로 제대로된 연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발표에서 뉴미디어로서 게임의 지위와 가치에 대한 연구들에 대해 이미 해외에서는 장기간의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줄리언 맥도갤의 말을 인용하면서 “뉴 미디어로서 게임의 위치는 새로운 디지털 교육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매체인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그것이 교실문화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 간극도 작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교과부가 지목한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비단 보수적인 정책 관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게임, 혹은 게임문화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게임산업계가 ‘산업이냐 청소년보호냐’의 이분법의 감옥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게임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재고와 담론의 축적과 확산을 위한 제대로 된 학술적 지식담론 생산에 좀 더 귀를 기울여햐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교수의 발제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한 게임평론가 겸 연새대 겸임교수인 박상우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게임에 대한 공포’의 근저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걱정’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앞서 언급된 해외의 사례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특징에 대한 연구의 방법론의 차이 혹은 방법론적 시사점을 더 분명하게 해주었으면 어땟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능성 게임'이란 말은 없어져야 한다
‘게임의 사회적 가치와 게임 문화연구의 미래’를 발제로 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박태순 겸임교수는 발표에 앞서 “새로운 것,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반발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자세와 더불어 인간 고유의 자세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며 “이러한 두 가지 자세가 흔히 말하는 보수와 진보의 기본 틀이 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게임의 본질을 찾아내기 위해선 우선 게임의 구체적인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능성 게임’이라는 용어에 대해선 ‘빨리 없어져야 할 용어’라고 언급하며 ‘가능성’은 그 대척점에 ‘비기능성’을 함축하고 있는 만큼 기능성 게임 이외의 게임은 전부 비기능성 게임이라는 틀에 갇혀 자칫 게임 전반을 부적정으로 인식시키는 담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근거 없는 황당한 주장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게임의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지배문화로서의 지위를 인정시키기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며, ”지금까지 게임은 학술적으로 지배문화지만 ‘문화’로서의 대접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인 가치고민을 위해 게임의 부정적인 측면들도 엄밀하게 논의되고 연구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게임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박 교수의 발제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한 前 게임물등급위원회 등급위원이자 기술미학연구회 연구원인 김상우 연구원은 “박 교수가 지적한대로 ‘기능성게임’은 문제가 많은 개념이다. ‘사회적 가치’를 기능성과 연동하면, 비기능성게임의 존재가 역으로 게임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게임은 예술이고 예술은 목 없이 즐기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예술이 ‘무엇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공부한 당신을 위해 쉴 곳을 열어주는 것만으로 예술은 충분하다. 예술에 기능성이 있다면, 바로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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