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네오위즈 '산나비', 조선과 사이버펑크 그리고 스토리와 연출의 성공적인 조화

등록일 2022년07월05일 15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퍼블리싱을 맡은 조선 사이버펑크 액션 플랫포머 게임 '산나비'가 드디어 얼리액세스로 출시됐다.

 



 

첫 공개부터 '산나비'는 뭇 많은 플랫포머 게임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흔한 소재의 색다른 조화, 사슬 팔을 활용한 액션과 흥미로운 스토리에 힘입어 단숨에 국산 인디게임 기대작으로 떠올랐고, 2021년 인디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네오위즈와 계약을 맺으면서 출시일에 대한 기대감도 날로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6월 말, 얼리액세스로 출시된 '산나비'는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에 충분히 부응하는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다. 정식 출시는 2022년 말로 예정되어 있는데, 이번 얼리액세스 단계에서도 다양한 개선점이 적용된 만큼 정식 출시 후의 게임의 면면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직접 즐겨본 얼리액세스 버전의 '산나비'는 조선과 사이버펑크라는 이색적인 조합, 사슬 팔을 활용한 호쾌한 액션과 정성들인 스토리 및 연출,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는 도트 그래픽과 세심한 배려들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게임이었다. 아직 모든 스토리를 다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몰입감이 뛰어나 하는 내내 즐거웠다.

 



 

조선, 그리고 사이버펑크

색다름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발 인력과 자원에 한계가 있고 타이틀 하나하나에 미래가 달린 중소규모 개발사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리스크도 크다. 물론 성공한 케이스도 있겠지만, 색다름을 쫓다 동력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발자가 좋아하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게이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니까 이렇게 만들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대중적인 요소, 클래식과 클리셰가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잘 먹히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원더포션이 '산나비'를 통해 시도한 것는 바로 '조선'과 '사이버펑크'라는 두 세계관의 조합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정보를 찾아보는 단계에서는, 척 보기에도 두 가지 요소에는 크게 접점이 없고 잘 어울리기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원더포션은 실패의 리스크를 안고 색다름을 추구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단순히 두 가지를 조합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은 것만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그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났다는 전재가 붙는다.

 





 

자본에 찌들고 부패한 기업, 그리고 이와 악연으로 엮여 복수를 갈망하는 주인공, 기억 소거나 신체의 개조, 인명 경시적이고 비윤리적인 실험이 비밀리에 거침없이 시행되는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배경 설정 등 사이버펑크를 대표하는 설정들은 '조선'과 만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정겨운 '한국식' 캐릭터들의 이름과 복장, 사이버펑크 하면 빠질 수 없는 '한글' 네온사인 간판, 흔하게 볼 수 있는 '한국적인' 딸과 아버지의 모습 등이 사이버펑크와 조화를 이루면서, 단순한 사이버펑크가 아닌 '조선 사이버펑크'임을 어필하고 있다.

 





 

사슬 팔을 활용한 호쾌한 와이어 액션, 그리고 액션과 플랫포머의 비중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들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준, 하나의 이정표가 된 게임들이 있다.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할로우 나이트'나 최근 출시됐던 '로그 레거시 2', 플랫포머 게임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스펠렁키' 시리즈, 국내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스컬'이나 '던그리드' 같은 타이틀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이틀들은 지금도 계속해서 개발, 출시되고 있다. 개인적인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나와도 너무 많이 나왔다. 즉, 액션 게임을 추구하지만 그 틀이 크게 다르지 않고, 로그라이크 또는 로그라이트 장르의 요소들을 채택해 '거기서 거기'라는 인상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산나비'는 조금 결이 다르다. 물론 큰 틀에서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인 점은 같다. 하지만 사슬 팔을 활용한 와이어 액션은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마치 PS5로 출시됐던 '마블 스파이더맨'을 평면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다. 조작감도 군더더기 없이 훌륭하며 캐릭터를 움직이는데 적응하기만 하면 개발팀이 의도한 재미를 십분 느껴볼 수 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는 적을 사슬 팔로 붙잡아 함정에 집어 던지는 등 진행에 도움을 주는 각종 시스템들도 존재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액션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처음 느꼈던 '신선함'이 차차 희석된다는 점은 아쉽다.

 

와이어 액션에서의 다양성과 재미를 위해 고민한 여러 흔적들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게임이 순수한 적과의 '액션'보다는 사슬 팔을 활용해 맵을 돌파하는 '플랫포머'에 가깝게 설계됐다는 인상을 받는다.

 

체크 포인트가 촘촘하게 설정되어 있고 초보자를 위한 난이도 설정도 존재하지만, 맵을 돌파하는 것보다 적과의 호쾌한 액션과 전투에 집중하고 싶은 게이머라면 아쉽다고 느낄 수 있겠다.

 





 

정성이 한 가득,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스토리와 연출

읽거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을 궁금하게 하는 것이 좋은 이야기, 좋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전개가 뻔하더라도 잘 깔아둔 복선이나 반전으로 호평을 받을 수도 있겠다.

 

뿐만 아니라 요즘과 같이 영상이 보편화되고 긴 글을 잘 읽지 않는 시대에서는 더더욱 몰입감을 주는 스토리는 쓰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핵심을 잘 짚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산나비'의 스토리는 그런 측면에서 촘촘하게, 그리고 매력적으로 잘 구성돼 있다. 왕도를 따르는 스토리와 캐릭터,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에 힘을 더욱 실어주는 세심한 연출이 인상깊다. 특히 부녀지간의 가까운 사이를 적절하게 그려낸 연출과 딸의 귀여운 모습들은 몰입감을 한층 배가시키는 장치다. 결말이 궁금해지는, 스토리에 강점을 갖는 게임을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또 하나 칭찬할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케미'다. 주인공이 높은 계급의 퇴역 군인인 만큼 매우 진지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사이버펑크라는 디스토피아적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자칫 게임의 분위기까지도 지나치게 무겁게 설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히로인 '금마리'의 발랄하고 정신 사나운, 즉 대비되는 캐릭터성과 대사들은 게임의 분위기를 다소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을 돋보이게 하는 대사 하나하나에 오래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실제 10대 여학생이 쓸 법한 대사들이 '아빠 미소'를 짓게 한다.

 







 

남은 것은 정식 출시, 5개월 동안의 변화가 관건

게임의 정식 출시는 2022년 말로 예고되었다. 즉 원더포션에게 남은 시간은 약 5개월 가량이다. 실제 개발에서 5개월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폴리싱 작업과 약간의 개선 작업만 하더라도 매우 빠듯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5개월은 정말 개발사에게 있어 더없이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정식 출시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에게 더 좋은 게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다. 원더포션이 힘을 내 멋진 게임으로 보답해 주기를 바라본다.

 





 

비록 얼리액세스 버전이었지만, '산나비'는 기대감을 갖고 정식 버전을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비주얼, 특색, 초심자 배려, 몰입감 있는 스토리 등을 빠짐없이 갖춰 얼리액세스 버전에서 보여준 완성도는 아쉬울 것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발굴되지 않은 인디 게임 펀딩을 많은 게이머들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이레귤러', '명작' 게임들이 펀딩을 통해 종종 탄생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에 다소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며, 정식 출시까지 게임의 완성을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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