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향하는 '오일머니'... '50조' 게임산업 투자 나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게임산업의 새로운 글로벌 허브 될까

등록일 2023년08월29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올해 초 글로벌 게임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올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게임산업에 약 38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한화 약 5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공식화되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이라는 경제개혁 계획을 공개하고 실행 중이다. 석유 중심의 자원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총리가 직접 주도하고 있는 이 사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차세대 핵심 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게임 디자인 기업인 디지펜(DigiPen)과 협력해 ‘게임 체인저’ 프로그램을 공개했는데 해당 프로그램은 사우디아라비아 내부의 게임개발 관련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으로 게임 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중인 최대 사업 친환경 미래도시 ‘네옴시티’의 초기 투자 예상 금액인 5000억 달러(한화 약 670조 원)의 약 10%에 달한다. 그만큼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과 e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각은 진지하다. 자국은 물론 전세계 시장에서도 통하는 글로벌 게임 허브로 만들기 위해 이미 닌텐도, 캡콤, 엔씨소프트, 넥슨, 블리자드, 테이크 투 인터렉티브, EA 등 다양한 업계의 지분을 인수하고 투자하고 있으며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게임산업 육성 나서는 중동지역의 핵심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자국 및 전세계적으로 높아져가는 인터넷 사용인구의 증가와 동반 성장하는 중동/북아메리카 지역의 게임 시장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2018년 - 중동 국가별 개인/가정용 인터넷 보급 현황(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2018년 중동 국가별 인터넷 보급 현황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의 평균 인터넷 보급율은 개인이 72%, 가정이 42% 수준으로 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높은 인구수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인 인터넷 보급율은 90%, 가정용 인터넷 보급율은 51%에 달했으며 중동 국가중 가장 낮은 인터넷 보급율을 보여준 예맨은 개인 인터넷 보급율 24%, 가정용 인터넷 보급률은 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중동 주요 국가의 인터넷 보급률(GCC 디지털 2020/ 한국콘텐츠진흥원)

 

꾸준히 인프라 개발에 나서고 있던 중동 시장에 큰 변곡점을 불러 일으킨 사건은 바로 전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의 전환을 불러일으킨 코로나 팬데믹 사태였다. 해당 여파로 인해 중동지역에서도 본격적인 디지털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중동 지역의 인터넷 보급률도 수직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4개 국가는 99%에 달하는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도 각각 93%와 92%의 인터넷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인터넷 보급이 늘고 봉쇄로 인한 재택이 이어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2021년 대비 2022년 게임 이용자수는 41% 상승한 2100만 명으로 집계됐다. 

 

게임과 소셜 미디어의 활용이 여가 생활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자료 : 한국콘텐츠 진흥원)

 

글로벌 소셜 에이전시인 We are social과 Hootsuite가 공동 발간한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2022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인구수를 보여주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터넷 보급율은 2022년 전체인구의 97.9% 에 이를 정도로 높아졌으며 16세에서 64세 사이의 인터넷 사용자들 중 96.7%가 인터넷을 사용하여 비디오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 오디오, 출판, 광고, 게임으로 분류되는 핵심 미디어 분야의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한화 약 5조 90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이 중에서도 디지털 오디오, 게임, 및 디지털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디지털 산업이 2015년 이후 약 26%의 연평균 성장율을 보이며 급격히 성장 중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미디어 시장이 전통적인 지상파 TV, 유료TV, OTT로 분류되고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지상파 TV의 보급률이 80%로 높은 편이지만 OTT시장이 20% 이상의 보급률을 기록하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시장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넷플릭스를 대표로하는 글로벌 OTT기업의 점유율이 가장 높지만 중동 지역의 OTT 플랫폼인 스타즈 플레이 아라비아도 큰 성공을 거두며 자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게임과 관련된 영상들의 시청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중동 지역에서 글로벌 플랫폼과 경쟁중인 스타즈플레이 아라비아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이유는 국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랍 국가 중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사우디아라바이아의 경우 총 인구수가 약 3500만 명으로 이중 약 58%에 달하는 인구가 35세 미만의 연령을 갖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다. 때문에 음악, 드라마,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선호도와 소비율이 높으며 실질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의 상당 부분을 소셜미디어, TV 시청, 게임에 투자하고 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의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 보급률 및 미디어 시장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다양한 글로벌 게임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국 내 산업을 육성해 최종적으로는 게임 및 e스포츠 시장의 모든 콘텐츠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자국 내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제공하는 새로운 차세대 게임 종주국의 위상을 얻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성장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게임 시장..2027년까지 최대 68% 성장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로 구성된 중동/북아메리카 3개국의 게임 시장규모는 2022년 기준 약 18억 달러(한화 약 2조 4천억 원)에 달하며 연평균 10% 성장을 기록해 2026년에는 28억 달러(한화 약 3조 7천 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임 이용자수 역시 2022년 6740만 명에서 연평균 6%성장을 기록해 2026년 8730만 명을 넘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공개한 2023년 8월 기준 사우디아라비아의 게임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2023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게임 시장 규모를 약 19억 6900만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 원)로 추정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의 규모는약 15억 6300만 달러(한화 약 2조 650억 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약 80% 규모로 가장 컸으며 콘솔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다운로드 게이밍 시장이 1억 7900만 달러(한화 약 2360억 원)로 뒤를 이었다. 

 

또한 시장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네트워크 기술이 고도화 되면서 모바일게임과 콘솔게임 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지만 라이브스트리밍 시장과 온라인게이밍, E스포츠를 중심으로하는 게이밍 네트워크 시장도 매년 평균 약 5~10%씩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성장세가 유지될 경우 2027년에는 약 68%가 성장한 26억 3680만 달러(한화 약 3조 480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하며 게이밍 스트리밍 시장 및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게이밍 분야가 다운로드 게이밍 분야 1억9800만 달러(한화 2616억 원)를 넘어서거나 동등한 수준으로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지역의 소득별 계층별 이용분포도(스태티스타/2021년)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게임 시장이 발달하면서 인구대비 이용자는 남성이 59.7%, 여성이 40.3%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소득계층별로도 고소득자(37.5%), 중소득자(31%), 저소득자(31.5%)가 모두 고른 이용분포를 보여 남녀노소 소득계층에 구분받지 않고 게임과 게임 콘텐츠가 자국 내 국민에게 대중적으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문화콘텐츠임이 확인됐다. 

 

성장 가능성 높은 블루오션 시장…”자국민에게 높은 수준의 문화 혜택 주겠다” 
앞서 언급한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 및 e스포츠 시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시민 및 관광객 모두에게 높은 수준의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게임과 e스포츠와 관련된 약 39000개의 일자리를 확보하고 연간 500억 리얄(한화 약 18조 원) 이상의 경제적 기여를 할 수 있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제대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로게이머들(출처 : SAFEIS 공식 홈페이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내 게임 콘텐츠 육성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게임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교육 및 육성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사우디 전자, 지적 스포츠 연맹(SAFEIS)과 국부 펀드 등 정부 기관을 중심으로 게임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4억 8800만달러(한화 약 64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네옴시티 개발의 일환으로 비디오게임 개발 스튜디오(AAA급 게임 개발 스튜디오로 2023년 중 네옴 미디어 허브에 입주 예정)와 e스포츠 아카데미 설립을 승인하고 해당 분야의 책임자를 임명하는 등 본격적인 모양새를 갖춰나가고 있다.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투웨이크 아카데미(출처 : arabnews)
 

특히 프로그램, 보안,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첨단 미래과학분야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왕국 최초의 학교인 Tuwaiq Academy(2019년 설립)를 통해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우고자하는 초보자 및 전문가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제공해 프로게이머 및 프로그래머 모두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Tuwaiq Academy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민 100명 당 프로그래머 1명을 보유하기 위한 목표를 위한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며 구글, 아마존, 애플,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글로벌 IT기업과 긴밀한 협업을 유지하고 있다. 

 

2부 [단독인터뷰] 사우디아라비아 게임과 e스포츠를 말하다. 투르키 알 파우잔 대표가 말하는 게임의 미래로 이어집니다.(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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